"에너지 전환, 일상 속에 녹아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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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환, 일상 속에 녹아들어야"
  • 최태용 기자
  • 승인 2024.07.0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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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시민 워크샵' 마무리
실질적 탄소중립은 배출량 아닌 '누적량' 관리해야
성대골 사례 적극 차용, 거버넌스·정치화 주장도

 

지난 5월 30일 오후 인천 계양구 계양3동 행정복지센터에서 '2024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전환을 위한 에너지 시민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계양부천사업본부 관계자들이 계양3기 신도시의 이산화탄소 저감 방안을 설명했다. 사진=인천in
지난 5월 30일 오후 인천 계양구 계양3동 행정복지센터에서 '2024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전환을 위한 에너지 시민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계양부천사업본부 관계자들이 계양3기 신도시의 이산화탄소 저감 방안을 설명했다. 사진=인천in

 

인천녹색연합과 가톨릭환경연대, 탄소중립마을너머사회적협동조합이 지난 5월 시작한 '2024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전환을 위한 에너지 시민 워크샵'이 막을 내렸다.

워크샵은 2개 주제, 6개 활동으로 진행됐다. 1주제는 '기후위기 대응 계획 살펴보기', 2주제는 '지역에너지 전환 사례 살펴보기'다. 세 단체는 워크샵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앞으로의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활동 방향과 방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 배출량만 관리하는 인천…누적량 관리해야 실질적 탄소중립

1주제 '기후위기 대응 계획 살펴보기'는 인천시의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들여다보는 것을 시작으로 인천의 주요 탄소 배출지들을 돌아봤다.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지난해 환경부가 제시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전략을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구체화한 내용으로, 올해부터 2033년까지 10년 동안 이행된다.

시는 지난 3월 기본계획(안)을 공개한 뒤 여러 논의를 거쳐 지난달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내용을 보면 시는 2045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2018년 1,809만3,000톤 배출된 탄소량을 2030년까지 1,062만1,000톤으로 41.3% 줄이고, 2033년까지 961만8,000톤으로 46.8%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문은정 로컬에너지랩 사무국장은 "무엇을 관리할지에 대한 관점이 중요하다. '2018년 대비 몇 % 줄인다'보다 누적량 관점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누적량 관점이라면 지금의 계획은 현상 유지 수준"이라고 말했다.

계양3기 신도시와 인천항에서의 탄소 감축,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정책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2026년 준공 예정인 인천계양 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계양3기 신도시) 계획인구는 1만7,076세대 4만1,666명이다.

LH는 여기서 연간 배출할 이산화탄소를 34만5,633톤으로 예측했다. 전력 사용이 22만735톤, 연료 사용이 3만7,986톤 등이다.

계양3기 신도시는 제로에너지건축물(ZEB) 5등급 인증을 받아야 한다. ZEB는 단열성능을 극대화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태양광 설비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해 건물의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개념이다.

다만 이산화탄소 저감률이 30%를 밑돌다 보니 인천시와 계양구, 인천도시공사가 나서 민간건설사들에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설계를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주제 활동은 인천항만공사에서 마무리됐다.

공사는 우선 2030년 미세먼지 60% 저감과 2035년 BAU 대비 온실가스 50% 저감을 경영 목표로 제시했다. 2021년 11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계획 발표에 따른 후속 조치다.

BAU(Business As Usual)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인위적인 조치가 없다는 가정 하에 배출이 예상되는 온실가스 총량을 뜻한다.

다만 미세먼지 저감에 선사들의 참여가 절대적이어서 공사 자체 계획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

공사 관계자는 "인천항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95%가 선박에서 나온다. 항만시설은 5% 미만이다"며 "국내항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절대적 지위를 갖지 못해 외국선적에 강제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도 참여하는 UN 산하 국제해사기구 등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수도권에 위치한 인천항은 시민들이 환경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공사가 선도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6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골에서 워크샵 참가자들이 마을닷살림협동조합이 설치한 햇빛발전소를 앞에 놓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인천in
지난 5월 16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골에서 워크샵 참가자들이 마을닷살림협동조합이 설치한 햇빛발전소를 앞에 놓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인천in

 

◇ 키워드는 '생활 속 실천·거버넌스·공공기관 인식'

2주제 '지역에너지 전환 사례 살펴보기'는 에너지 전환 마을로 알려진 '서울 동작구 성대골', 지역 에너지센터의 모범 사례인 전주에너지센터, 전국 햇빛발전협동조합 가운데 가장 많은 발전량을 기록하고 있는 안산시민햇빛발전조합을 방문했다.

성대골의 에너지 전환은 마을운동에서 시작됐다.

2011년 3월 12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에너지 전환을 고민하기 시작한 성대골 마을활동가들은 절전운동을 시작으로 절전제품을 판매했고,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판매해 수익을 내고 있다.

현재 학생과 학부모들로 구성된 국사봉중학교 사회적협동조합, 성대전통시장 상인들로 구성된 성대골에너지협동조합, 태양광 패널 설치에 대한 금융 지원을 담당하는 에너지그린케어 협동조합까지 4개 조합, 400여명의 조합원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학생과 학부모들도 태양광발전에 참여할 수 있었던 건 2012년부터 교과시간 융합수업으로 환경수업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김소영 마을닷살림협동조합 이사장은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모인 주민들이 10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며 "지역에서 자원과 재화가 돌아야 지속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전주에너지센터에선 에너지 전환을 위한 민관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주시와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2017년부터 시민참여형 재생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태양광발전, 건물 에너지 효율화 등을 추진한다.

이 활동은 2019년 에너지기본조례 개정으로 이어졌고, 조례에 센터 설립 근거가 마련됐다.

2020년 3월 문을 연 센터는 시민협력과 신재생에너지 지원, 교육과 홍보, 거버넌스(민관협력) 구축, 에너지복지, 조사와 연구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전주시와 센터의 활동으로 2012년 0.8%에 불과하던 에너지자립률이 2021년 10.2%로 크게 올랐다.

최우순 센터장은 "센터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는 시민활동 지원과 마을 단위 활동가들을 돕는 컨트롤타워 역할"이라며 "에너지 감축과 효율화는 시민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자체장 의지와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산시민햇빛발전조합 방문은 아직까지 인천이 태양광발전에 대한 인식 부족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사례였다.

조합은 조합원이 1,700명에 육박하고 출자금은 64억원이 넘는 전국 최대 규모 햇빛발전 조합이다. 현재 44개 발전소를 운영하며 시간당 약 4,700kW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조합의 성공은 지자체의 협력이 절대적이었다.

조합은 2013년 안산중앙도서관을 시작으로 체육관 등 공공건물과 공영주차장, 2급 보안시설인 배수지와 하수처리장에도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

44개 발전소 대부분이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 건물에 설치돼 있다.

반면 인천에서 활동하는 탄소중립마을너머사회적협동조합은 2년 전 조합 설립했지만 아직 발전소를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계양구청 부설주차장에 첫 발전소를 설치하려 했으나 좀처럼 일이 풀리지 않고 있다. 구청 부설 주차장은 529면 규모로 계양구에서 가장 크다.

조합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부서는 긍정적인 반면 주차장과 시설관리 부서가 부정적이다 보니 발전소 설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주차면수 감소, 패널에 의한 빛반사 등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그렇지 않다. 막연한 거부감이 발전소 설치를 막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오흐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인천의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집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인천in
지난 2일 오흐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인천의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집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인천in

 

◇ "제도화 위해선 정치권과 협업 필요"

이번 워크샵에 참여한 인천의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지난 2일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집담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일상에서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워크샵이 에너지 전환의 사고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에너지 전환이 전기(발전) 분야에 국한된 개념이라 생각했다"면서도 "일반 주택부터 항만·공항 등 여러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사고 확장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전환이 생활에 밀접한 개념이라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방향의 활동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도시가 만들어지기 직전인 계양3기 신도시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거버넌스를 통해 적극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생활 속 에너지 전환 방법과 사례를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기 위해 서울 성대골 사례를 적극 차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탄소중립마을너머 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는 "성대골의 '15분 도시' 등 우리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인천시는 아파트 베란다의 태양광 패널 설치를 지원한다. 제도를 이용한 홍보와 교육도 다양하게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15분 도시'는 도보나 자전거 등을 이용해 15분 안에 문화·의료·교육·복지·여가·업무 거점까지 이동할 수 있는 도시를 말한다.

최위환 인천녹색연합 활동가는 "처음부터 에너지 전환 등 어려운 주제를 실천하려 할 필요가 없다"며 "노후 건물의 단열 강화,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축·조명자재로의 교체 등 성대골처럼 삶에 녹아나는 가변운 내용으로 시작해야 시민 참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활동의 쌓이다 보면 아파트 베란다 태양광 달기, 학교의 저탄소 급식 등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1㎏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음식은 양고기가 39.2㎏으로 가장 많았고, 소고기가 27㎏, 치즈로 13.5㎏, 돼지고기 12.1㎏, 양식 연어 11.9㎏, 칠면조로 10.9㎏, 닭고기로 6.9㎏ 등 순이었다.

정치권과의 협업을 통해 제도 개선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주희 사무처장은 "지난 4월 치러진 총선에서조차 환경 문제는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며 "정치인들의 이해와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2년 뒤 지방선거에 환경 전문가가 출마해 당선된다면 좋은 제도들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인천시당이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에게 관련 교육을 의무화한다면 인천 정치인들의 기후·환경 인식이 개선될 것"이라며 "관련된 활동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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