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아이, 회피적인 아이, 불안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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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아이, 회피적인 아이, 불안한 아이
  • 최원영
  • 승인 2024.07.15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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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165화

 

아이가 태어나고 약 3년이 될 때까지는 가능하면 아이 어머니가 곁에 있으면서 사랑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고들 합니다. 요즘은 대부분 가정이 맞벌이 부부라 그렇게 하기에는 무리가 많을 텐데도 학자들이 그렇게 말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겁니다.

태어난 아기가 성장하면서 형성되는 ‘성격’은 엄마의 사랑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이 꽤 많습니다. 《긍정심리학》(마틴 셀리그만)에는 존스홉킨스대학교 유아교육학과의 에인스워스 교수의 ‘유아의 성격 형성’에 관한 연구결과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교수는 ‘낯선 상황’을 설정합니다. 즉 놀이방 안에서 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하고, 엄마들은 아이들 뒤에서 가만히 앉아 있게 합니다. 얼마후 웬 ‘낯선 사람’이 들어오고 엄마들은 방을 나갑니다. 낯선 사람은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도록 구슬립니다. 잠시 후 엄마가 다시 들어와 뒤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다시 나가고, 그때 낯선 사람이 다시 들어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게 하기를 몇 차례 반복합니다.

이 ‘잠깐의 격리’ 실험을 통해 아이들의 반응을 관찰해본 결과, 아이들을 세 가지 심리상태인 ‘안정된 유아’, ‘회피적인 유아’, 그리고 ‘불안한 유아’(또는 반항적 유아)로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안정된 유아’는 엄마가 마치 자신의 안전을 확실히 지켜주는 안전기지라도 되는 듯이 놀이방을 둘러보며 잘 놀았습니다. 엄마가 방을 나가면 유아는 하던 행동을 멈춥니다. 그러나 이내 낯선 사람과 친해지면서 다시 놀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다시 들어오면, 한동안 엄마에게 꼭 매달려 있다가도 쉽게 떨어져 다시 놀기 시작했습니다.

‘회피적인 유아’는 엄마가 함께 있을 때는 잘 놀지만, 안정된 유아와 달리 잘 웃지도 않고 재롱을 부리지도 않았습니다. 낯선 사람과 친해진 유아는 이제 엄마가 방을 나가도 크게 위축되지 않고 낯선 사람을 자기 엄마인 양 대하는데, 이따금 엄마보다 더 잘 따를 때도 있었습니다. 다시 엄마가 방으로 들어오면, 유아는 엄마를 무시하거나 아예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았고, 엄마가 안아주면, 안기기는 하지만 스스로 매달리지는 않았습니다.

‘불안한 유아’는 엄마를 안전기지 삼아 놀이방을 탐색하면서 노는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격리되기 전까지는 엄마에게 꼭 매달려 있었으며, 엄마가 방을 나가면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또한 낯선 사람에게도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고 엄마가 다시 돌아오면 부리나케 뛰어가 안겼다가도 화를 내고 돌아서곤 했습니다.

이 연구물을 읽으면서 유아기에 엄마의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아이가 안정된 성격을 가져 훗날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이 어릴 때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아이 엄마들이 그럴 수 있도록 사회가 나서서 그런 환경을 조성해주어야만 합니다. 직장에서도 아이의 출산이 경력이 단절되는 계기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환영해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회사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나라가 나서서 제도를 정비하고 관리를 해나가야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이 곧 건전한 나라의 미래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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