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 넘실대는 푸른 파이팅, 구월아시아드선수촌 근린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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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 넘실대는 푸른 파이팅, 구월아시아드선수촌 근린공원
  • 유광식
  • 승인 2024.08.05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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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람일기]
(133) 구월아시아드선수촌 근린공원 일대 - 유광식/ 시각예술 작가

 

구월아시아드선수촌 근린공원 내 만국광장, 2024ⓒ유광식
구월아시아드선수촌 근린공원 내 만국광장, 2024ⓒ유광식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 바깥출입이 겁이 날 지경이다. 외출할 때면 시원한 물과 모자, 부채를 챙겨 나간다. 습도까지 높아서인지 처음 겪는 듯한 여름 날씨에 맥을 추스르기 어렵다.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파리올림픽은 선수촌에 에어컨도 없다는데 배부른 고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 사회는 날씨만큼이나 불구덩이다. 요즘 들어 전기계통의 화재 사고가 빈번해졌다. 안면도 없는 사람들을 무차별 공격하는 행태 또한 무섭고 골치 아픈 문제가 되었다. 비상식적인 일이 많이 발생하다 보니 정정당당한 게임이 무엇인지 헷갈린다. 올림픽이 한창인 즈음에 구월동 아시아드근린공원을 찾았다. 

 

폭염(파랑과 녹색이 만나 도토리가 됩니다.), 2024ⓒ유광식
폭염(파랑과 녹색이 만나 도토리가 됩니다.), 2024ⓒ유광식

 

이번 올림픽 초반부터 한국 선수들이 예상을 뒤엎고 선전을 보여 기쁘다. 아시아드공원은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 선수촌 아파트 일대에 조성된 기다란 공원이다. 위쪽은 전재울공원, 아래는 아시아드공원이다. 둘이 연결되어 길쭉한 공원이 탄생했다. 이곳 공원에서도 올림픽 못지않은 경기가 열리고 있었으니, ‘누가 누가 잘 우나?’ 종목이다. 출전 선수는 매미들이고 말이다. 장마가 정말 물러난 신호인 건지 매미들은 저마다 따갑고 개성 있는 목소리로 울어 재끼고 있었다. 우거진 나무숲은 햇볕을 피하기 좋고 피톤치드 향과 함께 상쾌함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여름 한낮의 외출은 너나 할 것 없이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4시가 넘어도 열기가 사그라지지 않는다. 

 

숲속 식물원, 2024ⓒ유광식
숲속 식물원, 2024ⓒ유광식
숲속 식물원(억새밭), 2024ⓒ유광식
숲속 식물원(억새밭), 2024ⓒ유광식

 

전재울공원의 온실을 둘러본 뒤, 산책로를 따라 걸어 내려간다. 온실의 수생식물을 보고 있자니 살갗이 축축이 젖어 들기에 바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산책 나온 반려견도 힘이 드는지 걸음이 느리다. 매미들만 신이 났는지 상대를 이겼는지, 숲속이 온통 매미 소리로 쩌렁쩌렁하다. 숲 가운데의 배드민턴장에서 결승 경기라도 열리는 모양이다. 기존의 생태를 그대로 활용해서인지 오래된 소나무와 참나무가 많았다. 도토리가 떨어져 있기도 하고, 바로 옆에는 전망 좋은 옛 선수촌 아파트가 우뚝 서 있었다. 

 

온실 안 식물들, 2024ⓒ유광식
온실 안 식물들, 2024ⓒ유광식
올여름 공원에 입장한 매미, 2024ⓒ유광식
올여름 공원에 입장한 매미, 2024ⓒ유광식

 

공원 중간쯤에는 쉼터와 음수대가 보였고 몇 군데에 조각 작품들이 있었다. 작품을 살펴보니 다문화 가족이 그린 그림을 이용해 조각품으로 탄생시킨 것이 인상적이었다. 매번 아쉽게 느끼는 것은 설치 작품의 주변 어울림과 세부 마감이다. 예술을 앞세운 파리올림픽만큼은 아니더라도 정신보다는 반칙 티가 나는 작품을 보고 있으면 괜스레 불편해진다.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탐구와 의미가 깊게 배인 작품을 장소와 어울리게 설치해야 하는 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야외 작품 선정과 설치 논란이 잊을만하면 튀어나오는 이유가 따로 있지 않다. ‘그러한 잔치’로 꾸며진 작품을 보고 정말이지 감동하고 싶지는 않다. 

공원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다다른 픽토그램갤러리. 여러 경기 종목을 살펴볼 수 있게끔 한 곳인데 양궁과 탁구, 수영 등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날이 무덥기는 했다. 모자를 쓰지 않고서는 버텨내기 어려운 날씨였고 중간중간 수분을 보충해 줘야 했다. 선수들이 흘리는 땀방울에 비할 건 아니지만 말이다. 몸과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우위를 가리는 스포츠 경기이기에 메달은 그 자체로 노력이 빚어낸 영예로운 작품임을 느낀다. 

 

픽토그램 갤러리, 2024ⓒ유광식
픽토그램 갤러리, 2024ⓒ유광식
종목별 픽토그램(수영+양궁), 2024ⓒ유광식
종목별 픽토그램(수영+양궁), 2024ⓒ유광식

 

커다란 회화나무 한 그루가 언덕에서 부목에 의지한 채 푸르게 자라고 있었다. 가까이 가니 500년의 세월을 머금은 큰 나무였다. 주변의 변화를 일거수일투족 지켜보았을 것을 생각하니 그 묵직함이 나 혼자서는 감쌀 엄두가 나지 않는 두툼한 허리를 만들어 냈구나 싶었다. 긴 세월 속에서 가지가 많이 꺾인 모습이지만 여전히 우직하게 주변의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었다. 이곳이 선수촌이 된 것이 괜한 이유는 아니겠다 싶었다. 

 

수령 500년이 넘는 회화나무가 있는 동산, 2024ⓒ유광식
수령 500년이 넘는 회화나무가 있는 동산, 2024ⓒ유광식

 

조금 더 내려오니 기념 조형물이 있는 광장에 다다랐다. 인천의 자랑인 물범 친구들이 분수로 멱을 감는 풍경이 시원하다. 부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 아이가 물범 옆에서 함께 등목하며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때마침 물줄기 앞으로 무지개 웃음꽃이 활짝 피었고 말이다. 어떤 이유인지 단정하기 어렵지만 현재 지구는 뜨겁다고 한다. 그렇다고 뜨거운 함성을 참기는 어려우니 올림픽을 통해 각국 선수들을 응원하며 선수들이 큰 부상 없이 건강하게 경기를 치렀으면 좋겠다.

 

환영의 장에 있는 점박이물범 삼남매(무지개의 환영), 2024ⓒ김주혜
환영의 장에 있는 점박이물범 삼남매(무지개의 환영), 2024ⓒ김주혜

 

현재 우리나라 정세는 어지러운 질서를 바로 세울 묘책이 절실해 보인다. 구월아시아드공원 산책로를 오르고 내려가는 리듬 속에 맑고 지혜로운 생각이 함께 흐르는 것 같다. 무척 더운 날씨임에도 개운한 기분으로 공원을 나올 수 있었다. 도토리가 좀 더 익고 아삭한 바람이 찾아오는 가을에 다시 한번 찾아오기로 계획을 견줬다. 재차 출발 지점으로 걸으며 도약한다. 좋았어~! 

 

공원 내 산책로, 2024ⓒ김주혜
공원 내 산책로, 2024ⓒ김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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