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플랫폼과 맥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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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플랫폼과 맥주집
  • 전영우
  • 승인 2024.08.1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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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영우 / 인천생각협동조합 이사장

 

별로 놀랄 일은 아니다. 아트플랫폼 인천서점 자리에 맥주집이 들어선 것은 그간의 인천시 행보를 보면 놀랄 일은 아니고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일이다. 원래 스타벅스에 러브콜을 보냈으나 냉정하게 거절당하고 난 이후, 차선책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타벅스와 개념적으로 큰 차이 없는 맥주집이 들어온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인천업체가 들어온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음주문화도 문화이니 대승적으로 받아들이고, 애주가 입장에서 술집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을 박수치고 환영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아트플랫폼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폐지하겠다고 하여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천시의 방침은, 아트플랫폼을 예술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여느 북적이는 시장통처럼 상업적 공간을 만들겠다는 시의 의지가 그 이면에 있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스타벅스에 러브콜을 보냈던 것이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스타벅스는 이미 상권이 형성된 곳에 들어오지, 상권을 개척해야 할 곳에는 들어가지 않기에 거절했다 한다.

어쨌거나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이런 시의 방침을 보면서도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지 않았던 지역 문화계의 책임도 있으니, 아트플랫폼이 문화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상업적 공간으로 바뀌어 가는 것에 대해 딱히 할 말은 없다. 일부 문화계 인사들의 편협한 시각도 한몫을 한 일이기도 하고. 다만 아쉽다는 표현은 해두어야 할 것 같아 글을 쓴다.

쇠락한 중구 일대 원도심이 다시 살아나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아트플랫폼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원도심 재생사업이었고, 이후 여러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아트플랫폼이다. 아트플랫폼이 원도심을 성공적으로 재생시킨 요인은 상업이 아니라 예술이었다. 아트플랫폼을 중심으로 모여든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적 분위기가 중구 원도심 일대를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덩달아 상권도 살아나게 만든 것이다.

이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되는데, 지금 인천시는 성공요인을 지워버리고 상업공간을 지향하고 있으니 문제이다. 하지만 지금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이미 늦었고 의미도 없고 더이상 왈가왈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니, 이 문제는 그냥 접도록 하자. 어차피 인천시를 이끌고 있는 리더의 문화 마인드에 좌지우지되는 일이니, 우리 같은 범부가 말해봐야 입만 아픈 일이기도 하다.  

다만 최소한 원도심의 분위기를 고려한 디자인이라도 신경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새로 오픈한 인천맥주의 화려한 데코레이션은 주변 분위기와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아트플랫폼 건물은 그 자체로 훌륭한 볼거리이며, 한국건축가협회상 수상 등 건축미로 인정받는 건축물이다. 당연히 건물의 디자인은 전체적인 조화를 고려해서 만들어진 것인데, 건물 양 면을 뒤덮은 간판 글자와 강렬한 색상은 조화를 깨뜨릴 뿐 아니라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보기 흉할 수도 있다. 뮤직비디오, 광고, 드라마 등 수없이 많은 영상물의 무대로 아트플랫폼이 각광받은 것은 건축미 때문인데, 그런 좋은 자산을 훼손시키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문화 예술 공간에 맥주집이 들어선 것 자체로서 이미 부조화의 극치겠으나, 이미 저질러진 일이니 어쩔 수 없고, 위에 언급한대로 대승적으로 음주 문화 활성화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다만 최소한 경관에 대한 배려가 있었어야 했다.

어차피 상업공간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진 인천시에서 간판에 관여할 이유도 없겠고, 수익이 중요한 개인 업체의 양식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인천시의 방침에 따라 공간을 오픈한 맥주집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영업을 고려한 간판 디자인이었을테니 이 또한 개인 업자에게 문제를 제기할 일도 아니다.

다만 시민으로서 또한 동네 주민으로서 느끼는 불편한 시각도 있다는 사실은 적시하고자 한다. 여러 주민들이 공유하는 시각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이런 상황을 초래한 인천시가 비난받아야 할 일이다. 아트플랫폼이라는 훌륭한 문화 공간을 인천시가 차곡차곡 상업시설로 전환시키는 과정을 목도하는 것이 그저 안타까워 적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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