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채 시인 첫 시집 <빗변에 서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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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채 시인 첫 시집 <빗변에 서다> 출간
  • 최제형
  • 승인 2011.12.1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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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변의 오르내림을 통해 성숙된 삶 그려
 

인천에서 활동 중인 김민채(본명 김영숙) 시인이 첫 시집『빗변에 서다』를 출간하였다.

 
전북 고창 출생으로 전주에서 학교를 다닌 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인천으로 시집온 김 시인은 10 여 년 전 재학 중 가입해 열정적으로 시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인천국문학과 출신이 주축인 '어울문학회'에서 3년째 회장을 맡고 있다.

그 동안 인천시민문예대전 등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던 그는 2008년 <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현재 시문학회원, 혜화시동인, 한국문인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오랫동안 그를 지도해 온 원로시인 함동선 전임교수는 머리말 <시의 사상은 감추어져야 한다>에서 "김시인의 시는 일상생횔에서 만날 수 있는 소재로 자연, 가정, 종교 등에서 느끼는 기쁨, 슬픔, 고통, 그리고 절망 등을 평이한 언어로 표출했다"라고 평하고 "이번 시집『빗변에 서다』시가 견고한 것은 나름대로 익힌 사상과 감정 어느 한쪽을 배제하지 않고, 그 둘의 변주로 형상화한 시세계와 섬세하고 치밀한 언어 선택과 결합에서 생기는 조직적 특성이 덧붙여진 결과"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 오산대 총장이었던 홍문표 시인(평론가)은 <빗변의 시학>이라는 해설에서 빗변의 기울기와 불안정성, 언젠가 수직으로 서야 하는 선택의 기로를 논한 후 "이러한 빗변에 서 있는 존재인식을 토대로 시적상상력을 구사해 본다면, 김 시인의 이번 시집은 빗변에 서 있는 시적화자 또는 시인 자신의 존재인식의 시학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서문을 열었다.

결론부문에서는 "이처럼 『빗변에 서다』는 빗변의 철저한 부정적 인식에서 한동안 방황하지만, 끝내 절망하지 않고 마침내 빗변의 아슬한 하강을 역류하여 상실된 자아를 회복하고 분열된 너와 나가 하나가 되는 화해의 시학이다. 빗변의 가파른 오르내림을 통해 오히려 더 성숙된 삶과 세련된 시학으로 상승하는 긍정이 바로 이 시집에서 보여주는 아름다운 진정성이라고 해야 하겠다."라고 해설을 붙였다.
 
시집『빗변에 서다』는 김민채 시인이 등단한 <시문학사>에서 12월 15일자로 시문학시인선 429호로 발간하였다. 
시집 제목인 첫 머리의 시 <빗변에 서다>와 등단 시였던 맨 끝의 시 <수제비를 떼다>를 함께 올려본다.
 
빗변에 서다
 
직사각형에 기대 산 그녀
유일한 버팀목은 아이다
발산인 남자도
극한인 여자도
의식적으로 밤이라는 부호를 두려워한다
진동추 된 아이는 이어폰 끼고 게임 중이나
발산의 귀가는 정한이 없다
빗변에 선 그녀가 하룻밤에 오르내리는 변의 길이는
아무리 오르고 내려도 빗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극한의 시간에 들면 신경은 마비된다
심장은 빠르게
그러나 가늘게
모세혈관으로 피를 이동시킨다
노랫소리와 신발 끄는 소리가 수열의 꼭짓점에서
절정을 맞는 새벽 두시
발산은 엎치나 뒤치나 무한대다
아이가 부르르 떨며 방을 뛰쳐나간다
센서등이 번쩍 눈을 뜬다
버팀목 잃은 그녀가 소리친다
다 끝이야 다 끝이야
 
앰뷸런스에 놓인 그녀
소문의 빗변을 빠르게 오르내린다
 

수제비를 떼다
 
수제비 가라앉는다
두웅 떠오른다
몇 그램의 무게를 밀어 올리려 물은 끝없이
비등점에 가 닿는다
바지락도 섬처럼 돋았다 잠겼다 한다
수제비가 몸을 뒤집는 것도 이쯤이다
냄비 안을 휘휘 젓는다
이 순간을 애타게 기다렸다는 듯 좌로 우로
돌기 시작하는 수제비
그 걸음 따라가면
화덕 앞 수제비 떼던 어머니와
만날 것 같다
눈 밑 검게 붙은 가난이 깊다
바지락이 문을 연다
방이 두 개
자리다툼하다 잠든 동생들처럼 조갯살이
모로 눕는다
시린 기억이랄까
애틋한 마음 이랄까
철들어서야 보게 된 마음 속 빈자리에 오늘
어머니 다녀가신다
 

 

김민채 시인이 처녀작인 이번 시집에 붙인 말.
 
‘산 하나를 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가파른 길이나 낭떠러지를 만났을 때
아니면, 길을 잃었을 때
소리 지르지 않고
주위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도 배웠습니다.
 
이제 그 산을 내려와
지고 온 것들을 풀어 놓습니다.
나 아닌 것, 그러나 나였던 것
옹이져 더 맘 가던 것들이
어디서든 제 소릴 내길 바래봅니다.
 
앞을 보니,

더 큰 산이 버티고 있네요.

다시
신들메를 고쳐 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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