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준의 마음성형] 즐거운 식사, 함께하는 식사
뜬금없이 ‘함께 식사합시다’하니 의아해하겠지만 즐거운 식탁이 늘어날수록, 온 가족이 함께하는 자리일수록, 여러 가정과 함께 할수록 가정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게 내 믿음이다. 그러면 우울증 따위는 저만큼 달아난다.
요즘 청소년들은 명절이나 할아버지나 할머니 칠순· 팔순잔치 또는 친인척 돌잔치 등 집안 행사가 있어야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를 경험할 것이다. 물론 그런 자리도 외부 음식점이나 뷔페를 이용하겠지만 말이다. 규모를 줄여서 할머니나 할아버지 생신에는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에나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할 것이다.
필자는 시골에 살면서 설날이나 추석이면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사시는 집에 작은 아버지와 고모 식구들이 다 모였다. 방안에 모여 밥상을 여러 개 펴놓고 밥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했었다. 장손이라 할아버지와 아버지 작은 아버지와 함께 식사를 했다. 할아버지가 식사를 하려고 수저를 들기 전에는 절대로 먼저 들어서는 안 되고, 할아버지의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신 후에야 수저를 들고 밥을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것이 바로‘밥상머리 교육’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만 먹으면 편식을 한다고 바로 교육에 들어가신다. 꾸중을 들었지만 혼이 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할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어야 하는 줄 알고 지냈다. 식사를 다 마쳐도 먼저 수저를 놓고 일어나지 못했다. 할아버지께서 다 드실 때까지 밥상 옆에 앉아 있어야 했고, 수저도 밥상 위가 아니라 밥 그릇 위에 올려놓고 기다렸다. 할아버지께서 다 드시기 전에는 ‘저도 아직 다 먹지 않았어요’라는 의미로 밥그릇 위에 올려놓았다. 할아버지께서 다 드시면 비로소 수저를 밥그릇에서 밥상 위에 내려놓고 자리에 일어나 내 할 일을 하였다.
이런 풍경은 요즘은 ‘아마 정도’가 아니라 ‘전혀’ 보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핵가족화가 되면서 점차 사라진 풍경이 아닐까 싶다. 핵가족화가 되어 엄마, 아빠 그리고 자녀들과 식탁에 모두 모여 식사하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특히 대학 입시에 가까운 자녀가 있는 가정일수록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날은 손에 꼽지 않을까? 특별한 날이어서 음식점에서 외식할 때나 함께 모이는 가족이 대부분인 것이다.
아이가 공부할 시간을 좀 줄더라도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서로 바쁜 시간에 어렵게 모여 단순히 식사만 하겠는가?
필자는 주말이면 다른 가족들과 식사를 자주 한다. 지금은 아이들이 다 컸지만 어렸을 때는 의례 아이들도 ‘오늘은 누구네 가족이랑 같이 먹어?’라고 묻곤 했다. 식사를 같이하면서 그 집 아이들의 언행을 보면 평소 가정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진다. 가끔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온 식당을 떠들며 돌아다니면서 음식점의 접시를 깨트리거나 다른 테이블 손님들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도 있다. 먹지 않으려는 아이와 억지로라도 많이 먹이려는 엄마와의 ‘식탁전쟁’도 일어난다. 결국 한 대 맞고 울음을 터트리면 그날 식사 분위기는 엉망이 되어버린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 서로 배우고 가르쳐주어야 한다. 자녀들만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어른들도 마찬가지이다. 부모님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좋은 교육이다.
그렇다고 자녀들에게 밥상머리 교육을 한다고 공언하면, 잔소리로 받아들이고 다음부터 부모님들과 함께 식사하려고 하지 않는다. 식사는 뭘 먹을까 보다 어떻게 먹을까, 어떤 마음으로 먹을까가 중요하다. 우선은 즐거운 식사 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함께 모이고,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식탁에 함께한 이들마다 나이가 다르고, 사회적 위치가 다르고, 성별도 다르다. 서로를 배려하고 상대방의 말을 잘 경청해 주어야 한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을 맞추어 주고, 고개도 끄덕여주고 ‘음 그렇구나’ 하는 맞장구도 넣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즐거운 식탁이 된다.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합시다. 한 달에 한번 이상은 이웃 가정들과 함께하는 식사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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