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은율탈춤
상태바
황해도 은율탈춤
  • 이창희
  • 승인 2012.12.18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의 산수풍물]양반,노승,영감,할미춤이 아름답다.

은율탈춤은 황해도 은율지방에 전승되어온 탈춤으로서 중요무형문화재 제61호이다.

산대도감극 계통의 해서형 탈춤이다. 연희자인 장용수에 의하면 지금으로부터 약 200∼300년 전에 있었던 어느 난리 때 난을 피했던 사람들이 섬에서 나오면서 얼굴을 가리기 위해 탈을 쓴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 탈춤은 인근지역인 사리원·봉산·신천·안악·재령·해주 등지에서 행해졌다고 하며, <봉산탈춤> 및 <강령탈춤>과 많은 영향관계를 갖고 있다. 춤판이 벌어지는 시기를 보면 단오절을 중심으로 2, 3일 계속하여 놀았고, 그 밖에 사월초파일과 칠월 백중놀이로도 놀았다. 또 은율군수에게 불려가 놀 때도 있었고, 유지들의 회갑잔치 때도 불려가 놀기도 하였다.

탈판은 원형의 야외무대로 왼쪽에 악사석이 있고 가운데가 탈판이며, 둘레에 일반 객석이 있고, 또 통나무로 기둥과 마루를 깔고 그 위에 멍석 같은 자리를 깐 다락관객석이 설치되었다. 악사석 가까이에 개복청이 설치되었다. 놀이는 보통 저녁을 먹고 어두울 때 시작하여 자정에라야 끝나는데, 구경꾼들이 함께 뛰어들어 소리하고 춤추노라면 날이 샐 때까지 계속되기도 하였다.

사월초파일놀이는 신라 이래의 연등행사의 전통을 이은 것 같고, 단오놀이는 계절적으로 씨앗을 뿌린 뒤이며, 모내기 직전의 망중한의 시기로 벽사와 기년의 행사로서, 또 하지의 축제로 그 민속적 의의를 가진다. 놀이의 내용을 보면, 과장의 순서나 대사의 내용이 대체로 <봉산탈춤>보다 <강령탈춤>에 가깝다.

서막인 길놀이는 읍에서 1㎞ 가량 떨어진 마숲에 전원이 모여 출발하는데, 등장 순으로 열을 지어 읍내를 한바퀴 돌고 장마당에 마련한 춤판에서 놀이를 시작한다. 제1과장(마당)은 큰 백사자가 등장하여 한바탕 춤을 추고 들어간다.

놀이를 개장의 벽사무인 사자춤으로 시작하는 것은 <강령탈춤>과 같으며, 이는 <하회별신굿탈놀이>의 경우처럼 가면극의 고형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제2과장은 ‘헛목(상좌)춤’으로, 헛목이 등장하여 사방에 배례하고 춤을 추고 퇴장한다. 제3과장은 ‘팔목중춤’이다. 8명의 목중들이 등장하여 순서대로 불림하며 군무를 추고 퇴장한다. 제4과장은 양반춤이다. 일반적으로 4과장은 ‘노승춤’으로 되어 있으나 이 탈춤에서는 강령탈춤과 같이 ‘양반춤’으로 되어 있다.

말뚝이가 양반과 새맥시를 채찍으로 치며 농락할 때, 원숭이가 나와 말뚝이를 내쫓고 새맥시와 어울려 춤추다 아이를 낳으니 최괄이가 나타나 자기 아이라고 어르는 양반풍자마당이다. 파계승보다 양반을 모욕하는 대목을 강조하여 양반과 상놈간의 대립을 더욱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제5과장은 ‘노승춤’인데, 말뚝이와 목중 한 명이 새맥시를 데리고 나와 술취한 노승을 유혹하면서 희롱하고 최괄이가 나타나 노승을 내쫓고 새맥시와 어울려 춤추는 풍자마당이다.

노승은 보통 무언으로 몸짓과 춤으로 소무와의 파계과정을 보여주는데, 이 탈춤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국화주를 취하게 마시고 등장하여 중타령과 진언을 소리내어 부른다. 노승 스스로가 파계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제6과장은 ‘영감·할미춤’이다. 3년 만에 영감을 만난 할멈이 뚱단지집에 의하여 죽자 무당이 와서 진오귀굿을 하고 출연자 전원이 나와 뭇동춤을 추는데, 남녀처첩간의 갈등과 무속의식을 나타낸 마당이다. 대사의 내용은 양반춤과 영감·할미춤에서 호색적인 면이 심하다. 말뚝이와 최괄이가 양반·노승·영감·할미춤에 계속 등장하여 일관되게 서민을 대표하는 등장방식을 갖추고 있다.

대사는 우리말의 묘미를 구사한 구어체가 주로 되어 있으며, 호색의 노골적인 표현은 구비문학으로서의 민속극의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연출방식은 육재비를 갖추면 피리(2)·젓대·북·장구·행금(해금)의 반주로 되고, 그 밖에 새납(태평소)·징·강쇠(꽹과리)가 추가된다. 염불·타령·굿거리 등에 맞추어 춤을 추고 몸짓·동작·재담(대사)과 노래가 따른다. 춤은 중부지방에 남아 있는 산대놀이춤이나 해서탈춤형의 <강령탈춤>보다는 <봉산탈춤>의 깨끼춤에 가깝다.

그러나 <봉산탈춤>의 다리 동작은 바깥 쪽으로 발을 옆으로 제끼고, <강령탈춤>은 발끝을 위로 드나, 이 탈춤은 발을 옆으로 제끼지 않고 앞으로 바로하고 다리를 직선으로 상하로 움직인다. ‘헛목춤’은 염불곡에 맞추어 추나 ‘팔목중춤’은 타령곡과 굿거리의 한 변주곡으로 보이는 굿거리보다 빠른 돔부리장단으로 춘다.

양반춤은 돌장단으로 추는 대목이 있고, 노승은 염불과 타령곡으로 추고, 영감도 돔부리장단으로 추는 대목이 있는데, 돔부리장단과 돌장단이라는 장단 이름이 따로 쓰이는 것이 특징이다. 목중들의 등장과 퇴장은 순서대로 하는데, 춤을 추고 그대로 탈춤판에 남아 있다가 나중에 뭇동춤을 춘다.

춤사위는 <봉산탈춤>과 비슷하여 큰 차이가 없다. 팔목중의 외사위·곱사위·양사위·만사위·도무·뭇동춤, 최괄이의 깨끼춤, 미얄의 궁둥이춤 등의 춤이 있다. 그러나 춤사위 명칭은 자세하지 않다.

탈에는 혹들이 있는데, 노승·말뚝이·최괄이·마부·목중·양반·영감들은 3, 4개씩 있다. 이러한 혹이 있는 탈들은 봉산탈의 이른바 ‘목탈’로 귀면형이다. 혹에 5색(황금색·녹색·붉은색·흰색·검은색)의 띠가 둘린 것은 해주탈의 경우와 같다.

반면 새맥시·헛목·뚱단지집·할미탈들은 이른바 ‘인물탈’로 해주와 강령탈에 가깝다. 목중뿐만 아니라 노승·말뚝이·양반·영감탈 등 남자탈은 모두 요철이 있고 혹이 있는 ‘목탈’이다.

목중·말뚝이·최괄이탈은 붉은 바탕의 색이고, 양반·영감·헛목·새맥시·뚱단지집 등의 탈은 흰바탕색으로 다른 탈과 같다. 그러나 노승탈이 검지 않고 흰색인 것이 다르며, 할미탈이 검으면서 흰점·붉은점 등이 나타나 있는 것은 봉산탈의 경우와 비슷하다.

의상은 악사가 고깔을 쓰고 푸른 쾌자를 입고 노란띠를 띤다. 노승은 회색장삼에 붉은 가사를 메고 회색 바지저고리를 입는다. 양반들은 삿부채를 든다. 나머지는 봉산탈춤의 의상과 비슷하다.

1978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될 당시 보유자로는 장용수(영감·양반역 및 가면제작)와 김춘신(헛목·상좌역·의상제작)이 있다. 1998년 현재는 김춘신(헛목·상좌·가면제작)·김영택(피리·장구)이 지정되어 있다. 이두현·김기수가 연희자 장용수의 구술을 토대로 채록한 대본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