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사회적 경제를 가꾼다① '씨엔씨글로벌 여행사'
“올해는 어디로 여행을 가고 싶으십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당신은 가장 먼저 무엇을 떠올릴까? 설레는 마음으로 달력을 꺼내 날짜를 체크하고, 어디를 갈 것인지 고민할 것이다. 현지인들과는 어떻게 교감할까, 경비는 얼마나 들까, 계산하다가 슬슬 여행하면서 닥칠 불안감과 스트레스도 느낄 것이다. 가이드가 데려다 놓는 쇼핑을 해야 하나, 바가지요금을 얼마나 낼까, 가이드가 요구하는 팁은 어쩌나… 설렘과 희망으로 부풀었던 마음은 여행하면서 부닥칠 온갖 문제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 당신의 고민을 해결해 줄 여행이 있다. ‘공정여행’, 이른바 ‘착한여행’이다.
공정여행은 2006년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소비하는’ 여행이 아니라 ‘나누는’ 여행이다. 여행객들이 현지에서 쓰는 돈은 대개 외국계 자본이 소유한 리조트, 음식점 등으로 흘러들어간다. 현지인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1~2%이다. 공정여행은 이러한 불공정함을 깨닫고 생겨난 여행 스타일이다. 최근에는 관광지 개발로 생겨나는 환경파괴, 현지토착문화 붕괴, 소수민족이나 여성에 대한 차별이 남아있는 지역, 평화가 절실한 분쟁지역으로의 여행 등 ‘각성한 여행’이 확장되고 있다.
1월 21일, 인천 유일의 공정여행 전문 여행사를 찾았다. 남구 경원로(도화동)에 있는 사회적기업 씨엔씨글로벌 여행사. 대표 박상흠씨는 “공정여행은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생산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필리핀 여행할 때 다국적기업이 운영하는 호텔이나 음식점을 이용하지 않고 현지인이 운영하는 곳을 이용한다. 여행선진국에서는 1980년대에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에는 젊은이들이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대여섯 군데 있다.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점점 패키지여행 대신 공정여행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10일, 10여명의 청소년이 6박 8일로 공정여행을 다녀왔다. 이들은 필리핀 마닐라 ‘이프가오’ 지역에 가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는 다락논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왔다. 필리핀 당국도 신경을 제대로 못 쓰는 곳인데, 우리 청소년들이 현지인들을 도와 봉사활동을 하고, 침대칸이 있는 버스를 타고 유적지를 돌아봤다. 179만원은 순수하게 현실적인 요금으로 책정됐다. 현지에 기여해야 하므로 할인은 되지 않고, 필리핀 환경단체에도 기부했다. 공정여행은 뭐든 무상으로 바라지 않고, 현지인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점을 중요하게 여긴다.
박 대표는 “일반 패키지 여행을 하다가 여행에 대한 생각이나 관점이 바뀌어서 공정여행을 꾸리게 됐다. ‘여행사’ 자체에 매력을 느껴 문을 열었지만 금융위기가 와 재미를 못 봤다”고 웃었다. 그는 또 “우연한 기회에 필리핀에서 공정여행을 꾸리는 외국 사람들을 만났고, 한국에도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서 남들이 하지 않는 전문여행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사진공부도 했다. 골목길, 구도심 등을 사진에 담아 담벼락에서 전시회를 하기도 했지만, 일과는 접목시키지 못해 아쉽다. 어쨌든 지금 하고 있는 여행사업을 2014년에는 공정여행으로 100% 바꿀 생각이다. 사람들이 ‘즐거운 불편’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공정여행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과 환경을 생각하는 여행자들’이라는 모토를 내건 씨엔씨글로벌 여행사는 ‘여행자에게는 최고의 기회를, 여행지에 최선의 기여를, 자연에는 최소의 영향’을 주는 여행을 한다. 국내여행으로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오지 산골까지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찾아간다. 해외여행으로는, 소수민족이 운영하는 지역여행사와 함께 일하고, 마을로 들어가 홈스테이를 하면서 현지에 경제적으로 기여하는 여행도 운영한다.
국내든 해외든, ‘즐거운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고 공정여행을 다녀온다면 지금보다 좀더 윤리적이고 착한 사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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