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건물에 자부심 느끼는 시대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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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건물에 자부심 느끼는 시대 오리라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13.04.0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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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대학 김정후 박사, 동구청 열린배움터에서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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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도시와 시민'을 주제로 한 영국 런던대학 김정후 박사의 초청강연이 3일 동구청 열린배움터에서 열렸다. 지난 해 겨울 배다리 도시학교 특강으로  김정후 박사를 초대해 ' 작은 담론, 작은 마을 그리고 작은 도시'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후 두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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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대학 김정후 박사 초청강연 <지속가능한 도시와 시민> 강연 모습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향으로 달려가는 인천, 희망은 있는가?
 
'당신은 1주일에 몇 번 샤워를 하십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강연은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우리 일상의 삶 속에 '지속 불가능을 낳는 것'들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는 곧 첨단건물을 쓰는 것을 부끄러워 하고, 오래된 건물을 사용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시대가 오리라고 말한다. 나는 이미 옛날식 건물을 그대로 쓰고 있는 중구청이 마냥 부러운 사람이다. 오래된 건물을 사용한다는 것에 의미를 강연을 통해 다시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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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바이, 황량한 사막 위에 도시, 단시간에 이뤄진 고층빌딩의 채워진 모습을 기적이라 부르며 열광한 도시들이 많았다고 한다. 김정후 박사는 도시는 건물을 지어놓는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데 오로지 높은 건축물을 세우는 데에만 집중하던 두바이는 결국 세계 경제 불황과 더불어 짓다만 건물들이 줄줄이 서 있는 껍데기뿐인 도시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계 경제불황이 오지 않았더라도 이 도시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세계 도시학자들의 예견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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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다 만 건물들이 즐비한 사막의 도시, 두바이의 신기루
 
그러나 그런 두바이의 허상을 후진국일수록 미친듯이 쫒았고, 대한민국에서도 대부분의 지자체가 그런 허상에 목을 맸으며, 그 선두에 선 것이 인천의 송도 신도시라고 꼬집었다. 두바이 모래 위의 성이라는 걸 몰랐을까?
 
이어 영국의 윈체스터, 볼로냐와 스톡홀름의 오래된 거리를 보여준다. 다양한 색과 모양으로 어우러진 건물들이 늘어서 깊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그런 모습은 시대 마다의 공간에 구조와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가 더해지면서 풍부한 다양성을 갖게 했고, 그 다양한 역사들이 어우러진 결과임을 설명한다.
 
유럽의 대부분의 도시는 왠지 모를 기품이 느껴졌었는데 그것이 서구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았었는데 이번 강연속에서 이해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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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옛 수도가 있었던 윈체스터의 거리를 보여주고 있다.
 
이어진 건물은 전세계에 퍼져있는 맥도널드와 월마트가 파괴하는 도시의 역사와 전통의 공간이었다. 자신들의 전략을 위해 다른 나라의 도시 공간을 파괴하는 행위들이 지속되었고, 시민들의 저항이 그 대단한 맥도널드나 스타벅스 같은 회사도 각자의 도시를 존중하는 디자인으로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도시는 긴 시간 동안 공간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지고 변해가는 공간이다. 그런 공간을 완전히 갈아엎고 쌓아올린 도시는 그 도시가 낡아갈 때 다시 완전히 해체하고 다시 쌓아올려야 하는 숙명을 낳는다. 거기에 '지속가능성'이란 기대할 수 없다. 
 
도시의 역사, 전통은 그렇게 사람과 공간이 시간속에 어울려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이 아름답던, 슬프던, 부끄럽던 그렇다. 그런 역사에 대한 인식이 세대를 이어갈때 도시는 기품을 더해가는 것이다.
새마을운동으로 전국의 옛 건물을 갈아엎어버린 역사는 재개발이라는 이름의 폭력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건물을 세운다. 거기는 두바이 처럼, 송도신도시 처럼 사람이 없는 황량함만이 남아있다. 그 도시에 사람들은 역사나 전통을 세우며 그 가치를 만들어내며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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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강연을 듣는 분들도 계셨다.
 
원래의 사람과 공간을 갈아엎는 과정에서 경제공황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폭력도 멈추게 했다. 그러나 기존의 가치를 존중하는 법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무조건 새로 짓는 것 외에는 제대로 배워보지 못한 우리로서는 유럽의 도시에 전통이 중요한 의미로 다가온다.
 
김정후 박사는 빌바오 구겐하임 박물관, 뒤스 부르크 환경공원, 베를린 국회의사당, 영국의 코벤트리 대성당을 예로 들면서 건물은 지속가능함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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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싸개 동상의 랜드마크를 부러워한 나머지 만들어진 오줌싸는 소녀는 결국 폐쇄되었다.
 
 벨기에 부뤼셀의 랜드마크인 오줌싸게 동상의 효과는 역사와 정치, 사람과 공간의 특별함을 반영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미 있는 공간에 이미 있는 사람들이 누리고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공공성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빌바오 구겐하임 박물관의 성공이라는 효과를 낳은 것이지, 건물만 짓는다고 가져올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제철도시 뒤스부르크의 60만평에 달하는 제철소를 100% 재활용한 환경공원은 무엇도 영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원자력발전소며 고층빌딩의 내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통일 독일의 의미를 담기위해 새로운 국회의사당을 지으려던 통일 정부와 시민들은 거대한 돔만을 교체하여 돔에는 시민들이 자유로이 올라갈 수 있도록 하고, 그 아래로 국회의사당을 만들어 회의를 누구나 '내려다 볼 수 있게' 만들었고, 이제는 대부분의 유럽이 그 방식을 따르는 이른바 트랜드가 되어 '시민이 주인'인 정치 철학을 보주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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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돔을 설치한 베를린 국회의사당
 
 국민의 혈세로 국민의 머리 위에 있으려고 대리석와 에너지 괴물 유리 외장으로 건물을 치장하며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게 트랜드인 우리를 생각하면 참 부러운 일이다. 
 
 이어 올해로 런던 지하철이 150년이 된다며, 그 좁고 작은 허름한, 전화 조차 잘 터지지 않는 런던 지하철 환경을 이야기 하며 그들이 그런 일상의 곤란함을 격으면서도 지켜오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한다. 
 런던의 심벌인 빨간 2층 버스는 태양광 전지같이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버스로 변화되었으나 그 모양과 색깔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이야기 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지속 가능성이란 행복한 도시, 상식적인 도시, 사람다운 도시를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며, 그것은 전문가의 수준 높은 전문성(나쁜 전문가도 많다고 이야기 한다)과 일반 시민의 '바른' 관심이 함께 소통해야 가능한 일이란 것을 그는 마지막으로 언급한다.
 그리고, 여기에 참여하는 시민. 깨어있는, 의식있는 시민의 역할을 이야기 한다. 자신들의 세금이 보다 의미있게 쓰일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하고, 관공서에 갖혀 현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공무원이나 전문가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당장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포기하는 수 많은 과거, 오래된 것들이 오히려 더 많고 지속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는 싫지만 그리스의 역사가 그리스 경제를 먹여살린 걸 보면 부정하기 어렵다. 물론 지금은 파산 지경에 이르렀지만.
 가장 심각하게 지속 불가능을 향해가는 인천, 그 속에 희망은 있다고 이야기 한다. 나는 아직 그게 보이지 않는데 어디에서 그는 희망을 발견한 것일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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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속가능성인가?
 
 지난번 '배다리 도시학교' 특강 때 김 박사는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교수하며 지내는 나름 전문가이자 엘리트의 삶을 살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너무 '단정한'  말투로 제대로 된 말도 다 했고, 자신감에 찬 매끄러운 강좌도 의미 있는 내용이었지만 좀 공허하게 들린 측면이 있었다.
 전문가에 대한 불신이 있있던 내게 좋게만 느껴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수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우리나라의 시민들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대단한 내용이라도 현실은 머릿속이나 책속에있는 게 아니라 문 안팎에 손발이 닿는 곳에 있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강좌의 소개에 그가 인천 그리고 동구에서 나고 자랐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송현동이 그가 태어나 자란 곳이라 한다. 어디가서 학연 지연을 이야기 하진 않지만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외면할 수 없다고 했다. 교육 담당자는 동구에 귀한 자원을 얻어 기쁘다고 했고, 김정후 박사 역시 지속가능한 도시 인천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전문가와 관공서와 시민이 함께 만드는 지속가능한 도시, 인천의 희망은 움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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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빔에서 김정후 박사와 함께 동구 상황과 관련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김정후 Jeong-hoo Kim
인천 동구 송현동 출신으로, 제물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쳤고, 런던정경대학(LSE)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건축가이자 도시사회학자로 현재 런던대학(UCL) 지리학과에서 연구 및 강의하고, JHK Urban Research Lab을 운영하며 도시, 건축, 디자인 정책 개발 및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작가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 <유럽건축 뒤집어보기> <유럽의 발견>을 저술했고, 한겨레신문, 서울신문의 칼럼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약 300편의 글을 다양한 매체에 기고했다.
도시, 건축, 디자인을 인문사회학적 맥락에서 이해하고 실현할 수 있는 방법론을 연구 중이며, 저술, 강연, 토크쇼 등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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