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와 염색을 접목해서 작품을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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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와 염색을 접목해서 작품을 만들어요."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04.2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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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이 매운' 팔방미인 김미경씨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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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바빠도 실을 바늘허리에 묶어서 바느질하랴'는 속담이 있다. '바느질'하면 왠지 옛 여인들이 조용하게 수놓는 모습부터 연상된다. 또 수틀을 앞에 두고 조신하게 수를 놓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모든 게 급하게 변하는 때, 절대로 급하게 마음먹어서 할 수 없는 바느질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즐거워서다. 12년 전, 복지관에서 우연히 바느질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김미경씨(43), 그는 염색을 하고 도안을 구상하고 바느질을 해서 공예작품을 만든다. 화사하고도 정갈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 가득한 그의 공방에서 그를 만났다.
 
김씨는 ‘흔적을 남기는 삶’이라는 이름으로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풀꽃이라는 닉네임처럼 아기자기한 야생화를 수놓은 작품도 많다. 우리 전통문양을 수놓은 생활용품이 눈길을 끈다. 그는 유물에 나타난 우리 전통문양을 연구해 작품에 활용한다. 작품을 잠깐만 살펴봐도 그가 얼마나 재주가 많은 사람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어른들 말을 빌리자면 그는 '손끝이 맵다'. 일을 해내는 솜씨가 야무지다. 
 
 
전통자수와 실용자수는 어떻게 다른가.
“전통자수는 비단에 비단실로 수를 놓는데, 꼰수를 쓰기도 하지만 직접 실을 꼬아 쓴다. 실용자수는 면에 면실로 수를 놓고 전통자수 기법을 쓴다. 말 그대로 실용적이어서 쉽게 빨아 쓸 수 있다. 처음 자수를 접하는 분들은 전통자수가 어려우니까 실용자수를 먼저 한다. 전통자수를 널리 사람들한테 알릴 겸해서 한다. 힘들지만 수 놓는 일이 재미있다. 전통 도안도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하나씩 알게 되는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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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하나 만드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데 어떤가. 
“작품을 해야 할 때는 하루에 대여섯 시간은 꼬박 앉아 있어야 한다. 엉덩이가 무척 아프다. 지금은 여러 가지 일을 하지만 처음에는 자수로 시작했다. 한 가지를 하다보면 또 필요한 일들이 늘어나더라. 옷감에 천연염색을 해서 작품을 만들다가, 가죽가방을 만들면서는 가죽에도 염색을 하게 되었다. 천과 달리 가죽 염색은 시간이 많이 들고 힘도 많이 든다. 가방도 처음에는 혼자서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어딘가 부족한 감이 들어 전문가를 찾아가 배우게 되었다. 확실히 전문가한테 배웠더니 뭐든 만드는 기법이 있더라. 차이가 없다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혼자 만든 것보다 더 나은 것 같다.”
 
작품의 색이나 모양이 고상하면서도 우아하다. 사고 싶게 만들었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닌데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나.
“12년 전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복지관에 가서 배웠다. 하면 할수록 재미있었다.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려고 인간문화재 조교인 김태자 선생님을 찾아가 배웠다. 명장은 최소한 20년 이상 해야 되는 것 같다. 상도 많이 타야 하고 특허증도 있어야 하고, 사회봉사도 해야 한다. 나는 감히 명장을 바라지 않고, 다만 실용품을 만들어서 여러 사람이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싶다. 배우는 데 세월을 많이 썼지만, 자수와 염색을 접목해서 작품을 만들어 놓으면 즐겁다. 여러 분야에서 좋은 선생님들을 찾아 배우러 많이 다녔다. 돌이켜보면 12년 동안 배우기만 한 것 같다. 지금은 수업하러 나가기도 하고 배우러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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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염색은 천(옷감)염색과 어떻게 다른가.
“가죽은 주로 소가죽이나 돼지가죽을 쓴다. 천에 천연염색할 때보다 가죽에 하는 게 훨씬 어렵다.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하루 이상 걸릴 때가 많다. 가죽가방은 염색해서 재봉틀로 박는다. 손잡이는 직접 디자인해서 옻칠공예 하는 분한테 부탁한다. 저쪽에 있는 장석 가방은 먹염과 감염을 했는데, 장석이 철이다 보니 다칠 염려가 있어 보완해야 한다. 염색은 여러 가지를 한다. 쪽염, 감염, 먹염, 황토염.”
 
작품마다 공이 많이 들어간다. 이렇게 시간과 품을 많이 들인 작품은 잘 팔리나.
“인천관광기념품공모전에 몇 번 입상해서 송도 관광안내소 등 몇 군데서 팔리고 있다.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잘 나가는 편이다. 지난해부터 자수 종목이 빠졌지만, 내가 인천기능대회에 나갔을 때는 수자수와 기계자수를 함께 보던 해였다. 그래서 기계자수도 놓을 줄 알게 되었다. 목가구에 놓은 수는 재봉틀로 놓은 것이다. 1997년도에 전국기능대회에서 2위를 했고, 공모전은 해마다 출전해서 상을 여러 번 받았다. 올해는 6월말께 공모전이 있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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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이 있다는 소리를 듣지 않았나.
“천연염색은 다색성 염료여서인지 어떤 색이든 서로 잘 어울린다. 눈으로 봐도 피곤하지 않고 어디서든 저희들끼리 잘 어울리는 특성이 있다. 사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건축학에서도 인테리어 디자인을 해서인지 통하는 게 있는 것 같다. 완전히 딴길로 온 것 같은데도 아닌 모양이다. 작품은 정성을 어떻게 들이냐에 따라 신경 쓸 부분이 많아진다. 오래 전 일이지만 기능대회 연습하면서 일주일에 다섯 작품씩 만들었다. 기계자수 하면서 수 놓고,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했다. 기능대회 준비하면서 여러 분야 선생님한테 수업도 많이 받았다. 그때 실력이 늘더라. 학교 다닐 때는 '앞치마 만들기 대회'가 있을 때 가정 선생님이 나가보라고 한 걸 보면 솜씨는 있었던 것 같다.”
 
작품 종류가 참 다양하다. 주문제작도 하나.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작품이 늘어난다. 시리즈로 늘어나는 걸 보면 '작품이 많아지네'하는 생각이 든다. 주문 받아서 만드는 일은 하지 않는다. 주문제작은 그 자체가 신경 쓸 게 너무 많다. 내 방식대로 만들어 판다. 다 공을 들이니까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 더욱이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다. 손님들이 좋아해주면 기분이 무척 좋다.”
 
염색하고 디자인하고 마름질하고 재봉질하고… 공이 많이 들어가는데 가죽가방이 7~15만원이면 너무 싸다. 더욱이 예술작품 아닌가. 재료비만 해도 상당할 텐데 그렇게 받아도 되나.
“들어간 공 생각하면 더 받아야 하는 건 사실이다. 염색도 내가 하고 뭐든 직접 하다 보니 들어간 수공을 자꾸 잊어먹는다. 작품을 어떻게 만드는지 아는 사람은 다들 너무 싸다고 하지만 이 가격이 부담스런 사람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사서 쓸 사람이 생각하기에 너무 비싸면 부담이 될 것 같다. 내가 공들여 만든 작품을 누군가 소중하게 사용한다면 그걸로 됐다. 하지만 장사가 좀 더 잘 돼서 오가는 사람이 많은 큰길가로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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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도안은 따로 연구하나.
“여기저기 다니면서도 보지만, 주로 책을 통해 도안을 연구한다. 예부터 내려오는 예단봉투, 수저집, 기러기보, 사주보, 베개모, 술병주머니 등을 보면 얼마나 정말 예쁘다. 책 보면서 유물에 있는 전통도안을 내 도안으로 만들어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일하면서 아쉬운 점은 뭐가 있나.
“수업하러 서울에 가면 인천사람이 참 많다. 인천에서 다 서울로 가는 것 같다. 몇 명만 모이면 인천에서도 가르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한데 그게 참 어렵다. 관심있는 분은 많은데 모아지질 않는다. 더욱이 주택가 골목에 공방이 있다보니 눈에 잘 안 띈다. 손으로 만드는 일이 대개가 돈 버는 일이 아니지만, 이제는 좀 팔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종합예술회관 옆 큰길가에 공방을 냈으면 좋겠다. 뜻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 공방거리가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김씨는 6월 12일부터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천연염색 회원전에 참가한다. 전시회 준비하느라 더 바빠질 것 같다. 가죽이랑 면실도 염색하고, 도안도 구상해야 한다. 가방 디자인도 연구 중이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다음 작품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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