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르치는 너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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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르치는 너희들에게!
  • 김진숙
  • 승인 2013.10.1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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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인천교육 미래찾기(29)
  • 인천시민들은 인천교육의 변화를 갈망합니다. 그러나 변화로 가는 길을 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변화의 지향성에 대한 공론이 부족한 탓입니다. 변화하려면 공유할만한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미래도시를 꿈꾸는 인천에서 인천in’은 교육을 화두로 끌어안고 변화의 방향에 대해 먼저 고민하려 합니다. 그 시작으로「인천교육연구소」와 함께 인천교육에 대한 고민이 담긴 칼럼을 연재합니다. 매주 수요일에 교육현장에 발 딛고 선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더욱 낮은 자세로 귀를 기울이고 가감 없이 시민들께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인천교육의 공론장이 생긴다면 미래의 인천교육은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인천in’과 「인천교육연구소」가 함께하는 '인천교육의 미래찾기'에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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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가르치는 너희들에게!

     

    김진숙(인천교육연구소, 석정여고)


    - 이 글은 필자가 현재 가르치고 있는 두 학급의 학생들에게 실제로 보냈던 편지를 합하여 편집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

     

    아이들아! 요 어매이징한 것들아!

     

    처음에 너희들을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수업시간엔 늘어져 있고, 샘이 얘기할 때마다 뭔가 의심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잘못해서 지적이라도 하면 눈빛과 표정이 달라지면서 예의 없는 태도로 덤벼들고,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샘을 공격하려고 하던... 그때 너희들이 샘에게 보여주던 날선 모습들과 불신 가득한 살벌한(?) 표정이 지금도 떠오르는구나.

    그런 너희들이 이제는 샘과 눈만 마주쳐도 웃고, 수업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대답도 잘하고, 잘못했을 땐 바로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옆에 있는 친구가 버릇없게 굴면 샘을 대신해서 야단도 쳐주고, 샘이 하는 얘기에 귀 기울여 들어주고... 이렇게 변화한 너희들의 모습은 샘에게 정말 어매이징하기만 하단다. 샘은 요새 너희들이 사랑스러워서 가르칠 맛이 나는구나.

     

    너희들이 얼마 전 샘의 생일이라고 초코파이로 케이크를 만들어서 파티도 해주고, 반 전체가 샘한테 편지도 써주었구나. 그 편지들을 한 장 한 장 읽으며 샘이 얼마나 위로받고 행복했는지 너희들은 알까?

    요즘 아이들에 대해 말들이 많지만, 거칠어 보이기만 하는 너희들의 마음 속에는 이렇게 아름답고 순수한 보물이 숨겨져 있었구나. 그래. 너희들은 그저 아이들일 뿐이야. 그걸 보지 못하는 어른들이 문제고, 그걸 바르게 끌어내지 못하는 교육이 문제일 뿐이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샘은 요즘 아이들에 대해 개탄한다. 너희들이 문제라서가 아니라 요즘 아이들의 삶이 너무나 힘겨운 것을 알기에 가엽고 안타까워서란다.

    열심히 해도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어렵기만 하고, 학교 공부 따라가기도 바쁜데 대학 진학을 위해서 체험활동에 봉사활동에 각종 대회에 정신없이 바쁘고 힘겹기만 한 너희들의 삶. 아무리 노력해도 너무나 어렵기만 한 수능, 도대체 뭘 쓰라는 건지 모르겠는 논술고사, 수능보다 더 어려운 적성고사, 아직 자신의 꿈이 뭔지 정하지도 못했는데 일찍부터 진로를 정해놓고 준비해야 하는 입학사정관제...

    돈 많은 부모를 만나 사교육으로 무장하지도 못하고, 맞벌이에 바쁜 부모님으로 인해 다양한 문화 체험은커녕 꼼꼼한 돌봄조차 받지 못하는, 서민의 자식들이 대부분인 너희들이 안타깝구나. 게다가 한부모 가정이나 위기의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많아서 정서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거나, 애정도 경제적으로도 결핍되어 있는 모습을 보일 때면 샘은 마음이 아프단다.

     

    학교에서조차도 넉넉한 집안의 자식들에게 기죽어 지내며 열등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너희들에게 만들어줘서 미안하구나. 샘에게 바라는 게 많을 텐데 교사로서의 삶도 정신없이 바쁘다보니 너희들을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하고 보듬어주지도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사교육으로 실력을 키워주지 못한 부모님을 원망해야 할는지, 이해도 안 되는 수업을 하면서 열심히 안한다고 화내는 선생님들을 미워해야 할는지, 그저 힘들기만 할 너희들의 삶. 샘은 그저 미안하기만 할 뿐이다. 미안하다 아이들아!

     

    그런데도 너희들은 어느 새 샘을 믿어주고 따라주면서 이렇게 사랑까지 한 움큼씩 퍼주니 샘이 몸둘 바를 모르겠다. 샘이 요새 새삼 깨닫는 게 있단다. 너희들에게 꼼꼼하게 찬찬히 알려주고 관심을 쏟아주면 너희들은 분명 변한다는 거야. 그런데도 그걸 하기가 왜 이리 힘든지, 교사의 삶은 왜 이리 바쁘고 팍팍한지 샘도 답답하기만 하구나. 인내심 부족한 샘의 모습도 반성하고 있단다.

     

    아이들아! 너희들은 왜 공부해야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는지 생각해 보았니? 그동안 너희들에게 그런 것들에 대해 자상하게 가르쳐주고 안내해 준 사람들은 별로 없었지? 지금 너희들의 삶도 힘들지만, 너희들이 어른이 돼서 살아나가야 할 삶은 더 고달프고 힘겹단다. 그래서 너희들은 학교에서 많은 걸 배워야 해. 험난한 세상을 살아나갈 힘을 길러야 하는 거지. 물론 지식도 그 중에 하나란다. 하지만 지식이 전부는 아니야. 오히려 너희들이 배워야 할 많은 것들 중에 지식은 사소한 것에 불과할 수 있어. 물론 대학에 가야 하는 너희들에게 지식은 가장 중요한 것이 되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단다.

     

    너희들이 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들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법’이야.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생활하면서 관계를 갖는 법을 배워야 하지. 친구를 도와주며 남을 도와주는 기쁨도 느껴야 하고, 친구를 배려해주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성숙한 의식도 가져야 한다. 또 친구와 함께 재미있게 놀면서 남과 더불어 사는 즐거움도 알아야 해. 친구와 다툼도 가지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슬기롭게 문제를 풀어가면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자신의 단점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도 배워야 해. 한 교실에서 복닥복닥 생활하면서 질서와 배려심, 인내심을 배워야 하고 함께 학급 일을 하면서 나의 무책임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도 알아야 해. 왜 질서가 필요한지, 더불어 사는 삶이 행복하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깨달아야 하고.

     

    샘들하고의 관계를 통해서도 마찬가지야. 어른을 대하는 법,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법, 잘못을 했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신의 언행이 이해받지 못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워야 해. 물론 수업시간을 통해서 지식도 습득해야 하고, 그 지식을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하고, 샘들이 말해주는 세상의 많은 일들에 대해서도 배워야 하지.

     

    그렇게 너희들은 친구들과 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세상에 나아가기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는 거야. 물론 지금의 시기가 준비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건 아냐. 학창시절의 아름다움은 평생을 간직하게 되는 재산이란다. 친구들과 많은 추억도 쌓으면서 지금 너희들이 행복하기 위해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야지. 잔소리 하나 더 덧붙이자면, ‘넓게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기’ 위해 노력해주렴! 그럼 너희들은 정말 멋진 어른으로 자라날 거야!

     

    주어진 교육과정에 따라 진도 맞추느라 너희들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하면서 달려가는 샘의 눈빛을 붙잡고, 숨차고 힘겹게 따라오면서도 미소를 지어주는 고마운 아이들아.

    학기 초에 너희들에게 느꼈던 불신과 불안감은 사라지고 샘은 이젠 너희들이 너무 편하고 좋기만 하구나. 샘이 때로 너희들에게 엄하게 대하는 건 너희들이 나태해지거나 의욕 없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게 싫어서란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우리는 무엇이든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니? 더 많이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 훌륭한 인격과 실력을 갖추기 위해. 지금 사람으로서의 나의 모습을 매만지는 것뿐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나의 모습도 다듬고 갖추어 나아가야 하지 않겠니? 세상에 나아가서 살아가야 할 너희들이 삶이 더욱 인간적이고 행복하기 위해서 말이야.

     

    너희들이 샘에게 그랬지? 학기 초에 비해서 샘이 많이 변한 것 같다고. 그래 맞아. 샘은 늘 변하고 있어. 그건 샘이 늘 너희들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야. 너희들이 변하는 데 맞추어서 샘도 함께 변한단다. 너희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가르쳐야 너희들이 더 잘 배우고, 더 나아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너희들의 모습에 샘의 모습을 맞추는 거란다. 그래서 샘은 다양한 방법으로 너희들을 가르치고, 다양한 모습으로 너희들을 대하려고 노력해. 한 모습으로 고정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단다. 너희들이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존재이듯 샘도 언제든 변할 수 있고 변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너희들이 샘을 통해 배우듯이 샘도 너희들을 통해서 배우고 있는 거야. 더 좋은 선생님이 되는 방법을...

     

    샘이 그랬지? “세상에서 부모님만큼 너희들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부모님만큼은 아니더라도 부모님과 비슷한 마음으로 너희들을 바라보는 사람이 바로 선생님들”이라고. 너희들이 성숙해지고 발전할수록 그저 기쁘고 대견하기만 한 게 선생님들이란다.

     

    그러니 이제 우리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자. 솔직한 마음으로 대화하면 우리 사이에 풀지 못할 게 뭐가 있겠니? 힘들 땐 언제든 샘에게 의논하고, 샘한테 서운한 게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서 풀면 되고, 샘이 고쳐줬으면 하는 거나 원하는 게 있으면 와서 얘기해주고... 그렇게 서로 서로를 이해하면서 풀어나가면 우리 사이는 계속 발전하게 될 거야.

    하지만 그런 얘기들을 할 때에 필요한 게 있단다. 내 입장만 내세우지 않기, 샘의 마음이나 생각에 대해서도 공감해주기. 물론 샘도 그렇게 할 거라는 거 알지? 샘이 생각하는 좋은 선생님의 모습 중 하나가 잘 듣는 귀와 어떤 것도 품을 수 있는 넓은 마음, 그리고 필요하다면 언제든 변화하려는 태도라고 생각하거든. 우리가 그렇게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관계를 맺어 나가면 틀림없이 우리는 지독하게 서로 사랑하게 될 거야. 그리고 함께 성숙해질 거야. 좋은 학생과 좋은 선생으로...

     

    나를 바라보는 너희들의 눈빛, 내 말에 귀 기울여주고 내 말에 변화를 일으키는 너희들의 모습. 그렇게 너희들이 자라고 성숙해지는 것을 보면서 샘은 교사로서의 존재 이유를 찾고 있단다. 그래서 늘 고민하고 노력한단다. 너희들을 더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너희들을 더 바르고 인간답게 자라도록 하기 위해. 힘들어 지쳐 있으면서도 너희들을 보면 샘은 때로 기운이 난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열정이 샘을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야.

     

    담임도 아닌 샘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편지에 가득히 사랑의 메시지를 듬뿍 날려준 사랑스러운 내 제자들아. 오늘도 나는 너희들로 인해서 또 다시 힘을 얻는단다. 그리고 샘이 노력하면 늘 이렇게 아름답게 변화한다는 걸 보여주는 너희들로 인해서 더 노력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는구나. 너희들로 인해서 샘은 또 배우고 성숙해지는구나.

     

    고맙다. 내 제자들아! 그리고 정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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