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중단 고위기 학생을 위해 설립된 대안학교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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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중단 고위기 학생을 위해 설립된 대안학교의 딜레마
  • 이승배
  • 승인 2013.10.31 2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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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인천교육 미래찾기(30)
인천시민들은 인천교육의 변화를 갈망합니다그러나 변화로 가는 길을 놓기는 쉽지 않습니다변화의 지향성에 대한 공론이 부족한 탓입니다변화하려면 공유할만한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미래도시를 꿈꾸는 인천에서 인천in’은 교육을 화두로 끌어안고 변화의 방향에 대해 먼저 고민하려 합니다그 시작으로「인천교육연구소」와 함께 인천교육에 대한 고민이 담긴 칼럼을 연재합니다매주 수요일에 교육현장에 발 딛고 선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다른 의견이 있다면 더욱 낮은 자세로 귀를 기울이고 가감 없이 시민들께 전하겠습니다그렇게 인천교육의 공론장이 생긴다면 미래의 인천교육은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인천in’과 「인천교육연구소」가 함께하는 '인천교육의 미래찾기'에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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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중단 고위기 학생을 위해 설립된 대안학교의 딜레마
 
이승배(인천교육연구소)


인천해밀학교는 학업중단의 위기에 처한 학생들을 위탁하여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원래 학교로 돌려보내는 위탁형 대안학교이다. 학생들이 입학하지만 졸업생이 없는 학교, 학생들에 대해 시험도 치르고 생활기록부도 만들지만 그 모든 기록을 원래 다니던 학교로 보내서 기록하게끔 하는 학교이다. 학생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여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보다는 하루 빨리 조기 수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위탁형 대안학교인 것이다. 다시 말해 인천해밀학교는 학업중단위기에 처한 학생들을 잠시 맡아서 학생들이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체험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자신의 특기적성도 살리고 진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대안교과를 60% 가르치면서 학교생활을 적응할 수 있게 해주면서 많은 개별상담과 집단 상담을 통해서 자신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미래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교이다. 

인천해밀학교가 또 한 번 매스컴에 보도되었다. 9월 26일자 신문부터 검색어에 해밀학교를 치면 위기의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았다는 많은 기사가 보도되었다. 학교 내에서 논쟁은 학생에 대한 두 가지 다른 전제로 시작되어 전개되어 왔다. 하나는 학생이 무한한 가능성을 실현할 싹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보는 관점과 또 다른 하나는 학생들은 미성숙한 존재로서 부족한 것이 많으니 그들의 행동을 의도적으로 바람직하게 변화시킬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먼저 학생들이 무한한 가능성을 실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관점으로 위기의 학생들을 지도해온 선생님들의 말을 살펴보겠다. 이 관점에서 살펴보면 학생들이 학교에 부적응하는 것은 과거나 현재에 성장발달단계에서 충족되지 못한 욕구가 있고 그 욕구와 필요를 학생 스스로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 학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학교는 도와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의 가능성을 무한히 믿으며 학생들의 말을 경청하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한마디로 학생들에게 공감하며 학생들을 기다려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학생행동을 의도적으로 변화시키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선생님들의 말을 살펴보겠다. 이 관점에서 살펴보면 교육은 바람직한 목표를 설정해 놓고 학생들이 그 목표에 도달하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현재 학생들의 미성숙하고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어 성숙하고 올바른 상태에 도달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위기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안학교의 목표라고 보는 관점이다.
두 가지 관점이 기본적으로 출발점이 다르지만 어떤 학생은 전자에 의해 더 잘 변화하며 어떤 학생은 후자에 의해 더 잘 변화한다. 하지만 어느 학생을 받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입교사정회의 자리에서는 두 관점이 양보할 수 없는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가상의 한 학생을 예로 들어 보자. 어느 학교에서 퇴학의 위기에 처해 있는 학생이 있을 경우 해밀학교는 최우선적으로 그 학생을 선발하여 위탁교육을 실시한다. 그런데, 그 학생은 입교한 후에 거의 매일 결석, 지각, 조퇴를 반복한다. 시간수로 보면 그 학생은 100시간 가운데 80시간은 밖에서 보낸다. 이때 또 다른 학생이 그 학생보다는 위기의 수준은 낮지만 학교에 들어오고자 한다. 그 학생도 마찬가지로 해밀학교에 입교하지 않으면 당장은 아니지만 조만간 학교를 중퇴할 위기에 처한 학생이다. 이 경우 해밀학교는 대안학교에조차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지도하기 위해 새로이 위기에 처한 학생을 받지 말아야 할까? 인천에만도 한해에 3,000명의 학생이 학교를 떠나는데 한번 입교되었다 하여 그 학생에게만 매달려 있어야 할까? 물론 담임교사는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의 집도 찾아가 보고 부모와 연락도 취해보고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한다. 아마도 이런 학생은 원래 다니던 학교에서도 결석을 반복할 것이므로 원래 학교에 돌아가서도 수업일수를 채워서 진급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해밀학교는 이런 학생이 학교에 나올 수 있도록 흥미로운 프로그램과 많은 상담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해밀학교와 적성이 맞지 않아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을 계속 데리고 있으면서 새로이 위기에 처한 학생을 받지 않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이때 또 다른 변수가 있다. 그 학생이 비록 해밀학교에서도 잘 적응하지는 못하지만 처음 입교할 당시보다 나아지고 있고 조금만 더 지도하면 행복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학생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록 숫자로는 출석률 20%로서 다른 학생보다 성실하지 못했지만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해밀학교는 그 학생을 보듬고 지도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정반대로 전혀 개선의 여지가 없고 출석률도 좋지 않은데 원래 학교로 돌아갈 경우 평생 비행이나 범죄의 길을 걷게 될 학생도 지도해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그 학생은 원래 학교에 돌아가면 과밀학급이어서 지도할 교사도 적고 상담이 중단되면 어렸을 때부터 치유되지 못한 마음의 상처 때문에 계속 비행과 범죄를 반복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현실은 위의 명분과는 다르다. 만약 입교한 후에 결석도 거의 없고 다음해에도 계속 해밀학교를 다니고 싶은 학생을 불합격시키고 출석률 20%의 학생은 합격시킨다면 열심히 한 학생이나 학부모는 불합격결과에 순응할 것인가도 의문이다. 그렇다면 해밀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은 학생은 가급적 결석을 해야 한다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또한 학교에서 자꾸 비행을 저질러야 해밀학교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흡연의 경우도 살펴보자. 해밀학교는 한 학기에 두 번 이상 흡연이 적발되면 다음 학기에 지원했을 때 불합격된다. 현행법으로는 학교는 절대금연구역이고 학생이 담배를 샀을 경우 가게에서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과태료나 영업정지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신분증을 빌렸다면 빌려준 사람이 처벌받게 되고 위조했다면 학생자신이 처벌받게 되며 누군가 성인이 사주었다면 사준 사람이 처벌받게 된다. 이것이 현행법이다. 그러나 학생입장에서는 19살은 안되고 20살은 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한다. 어느날 아침 20살이 되면 갑자기 담배를 품위 있게 피울 만큼 변신하는 것일까? 국가가 청소년에게만 흡연을 금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차라리 학교담장 밖에서 흡연하는 것은 모르는 척 해야 할까? 아니면 차라리 교내에 컨테이너 박스라도 갖다 놓고 흡연을 허용해야 할까? 공립대안학교로서 흡연을 허용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먼저 시작한 대안학교들은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았고 해밀학교가 배워야 할 점도 많다. 해밀학교도 대안학교인 이상 선배대안학교들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다. 그들은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가지고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수많은 논쟁과 토론을 통해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그러나 그런 토론이 불가능할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학교장이 공평성과 준법성을 내세우며 본인의 입장을 양보하지 않는 경우 교사는 고민끝에 내린 나름대로의 입장을 자유롭게 밝히기 힘들다. 교사는 이 경우 학생들 각각에 대해 전문가로서 고민한 결과를 회의석상에서 제대로 밝히기 힘들다. 조직의 리더가 본인의 입장을 양보하지 않고, 또한 그 입장이 업무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합법적이고 공평한 이상 끝까지 교사의 입장을 고수하기 힘들다. 공평하고 법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리더의 말에 교사는 복종해야 할까, 아니면 대안학교로서의 특성을 감안하여 유연한 결정을 내리자고 끝까지 주장해야 할까? 유연한 결정에 도달했을 때 학교의 결정이 공평하지 않다고 하여 민원에 시달릴 수도 있는데 최종책임자의 원칙에 반대할 수 있을까?

글을 마무리 지으며 너무 많은 물음표를 사용한 것 같다. 교사의 전문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교사의 결정에 대해 사회는 신뢰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인천의 공립대안학교로서 인천시민의 뜻을 반영하여 학교는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감시도 필요할 것이며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도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은 물음표로 마무리 짓는다.
공평함과 법의 준수가 중요한 것인가, 아니면 끈기 있게 기다리며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것이 중요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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