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재단'은 인생에서 비오는 날, 장화를 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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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보증재단'은 인생에서 비오는 날, 장화를 빌려줍니다"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4.05.01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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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신용보증재단 김하운 이사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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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젖어있는 진흙땅을 다니는 장화 비슷한 것입니다. 비오는 날 맨발로 다닐 수는 없잖아요. 비 오는 날처럼 힘들 때 필요한 게 보증입니다.” 사업을 하다가 누군가, 아니면 어디선가 조금만 도와주면 일어설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소기업, 소상공인들이 그렇다. 이들이 담보가 부족해서 은행대출을 제대로 쓰지 못할 경우, 보증서를 발급해주는 업무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신용보증재단은 살면서 비를 맞게 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곳이다. 인천신용보증재단에서 하는 일을 좀 더 자세히 듣기 위해 김하운 이사장을 만나봤다.
 
 
-인천신용보증재단은 무슨 일을 하는 곳입니까. 말 자체가 좀 낯설고 어렵습니다.
 
“재단이니까 재원이 있어야겠죠. 시와 정부, 금융기관, 향토기업 등 지역유관기업이 출자를 하고 그 출연금을 재원으로 담보가 부족해서 은행대출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해서 그 담보를 쓸 수 있도록 보증서를 발급해주는 업무를 하는 곳입니다. 지역신용보증재단법에 따라서 16개 시도에 각각 하나씩 설립돼 있습니다. 인천에는 인천신용보증재단이 인천신용보증재단법에 의한 신용보증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유사한 기관으로 신용보증기금이 있고, 기술신보기금이 있습니다. 그 곳은 소상공인만 대상으로 하지 않고 일반적인 목적에 따라 대기업이나 구분 없이 취급합니다. 우리는 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합니다.”
 
“저희는 금융소외자, 보증소외자들에게 보증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소기업은 제조업, 광업, 운수업, 건설업은 50인 이하, 나머지는 10인 이하가 되는 곳을 말합니다. 소상공인은 운수업, 광업, 제조업 쪽에는 10인 이하, 나머지는 5인 이하를 말합니다. 아주 작은 데를 말합니다. 소상공인이랑 비슷한 말로, 자영업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영업자는 근로자를 구분할 때 쓰는 말입니다. 남에게 고용됐냐, 자기가 자기를 고용했냐에 따라 구분하는 말이죠. 얼핏 비슷하기도 하지만 다른 개념으로 씁니다.”
 
-인천에 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얼마나 됩니까.
 
“18만개가량 됩니다. 지금까지 저희가 보증해준 사람을 연인원으로 치면 18만명 정도 됩니다. 금액으로 치면 20만3496건에 4조4339억원의 신용보증 공급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운용배수 전국 2위, 보증잔액이 약 9천억 정도 돼 전국 4위의 기록을 보이고 있죠. 연간 6500건을 취급해야 합니다.”
 
-재원은 구체적으로 어디서 얼마만큼 나는지 궁금합니다.
 
“시, 중앙정부, 금융기관, 향토기업에서 16년 동안 1980억원 정도 대줬습니다. 사실 저희는 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 재원을 빌려주고 운이 나쁘면 대신 물어줘야 합니다. 그러면 출연재원이 점점 없어집니다. 보증료는 1%를 받았는데, 물어주는 건 80~100% 물어주니까 재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없어지는 돈이 390억원 정도 됩니다. 그래서 현재 기본재산으로 갖고 있는 건 1580억원 정도 됩니다.”
 
-숫자를 다 외우고 계시네요. 하시는 일이 그렇지만, 숫자를 줄줄 외우는 일이 어렵지 않나요.
 
“그렇게 살아 왔습니다.(웃음) 현재 취임한 지 100일이 채 안 됐습니다. 그전에 한국은행 본부장을 해서 금융인 생활을 33년 했고, 개인적으로는 복지관계 일을 16년 동안 했습니다. 인천에서 ‘(사)함께하는 인천사람들(지역 사회적 은행)’이라는 걸 설립해서 3년 정도 했다. 한쪽으로는 복지 관련, 한쪽으로는 금융 관련 일을 한 셈입니다. 신용보증재단은 그 두 부분이 크로스돼 있다고 봅니다. 제가 전에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습니다. 크로스는 금융소외자들에게 보증을 서주는 금융기관이란 뜻이고, 소외자 대상자를 대상으로 하니까 어느 정도 신용보증에서 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성장지원, 창업제공한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봅니다. 법에 ‘서민의 복리증진에 기여한다’는 문장이 있습니다. ‘서민의 복리증진’은 지금 말로 하면 복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복지금융, 금융복지라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소기업, 소상공인은 신용도가 아무래도 취약하고 담보력이 약합니다. 그분들을 위해서 좀 더 완화한 신자표에 의해서 신용조사를 하고, 신용평가를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신용도가 아주 나쁜 분은 여기서도 안 됩니다. 왜냐하면 여기저기서 받아다 떼일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보증을 서지 못하는 거죠. 하지만 잘할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주의하게끔 하고 보증을 합니다. 보통은 소상공인 특례보증 같은 경우는 7등급 이상 가능하고, 8등급에서도 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8등급 정도면 다른 데서 보증 받기 힘든데, 은행에서는 담보가 있건 없건 취급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는 대신 물어주기로 하니까, 대출이 쉽게 이뤄집니다.”
 
-보증서를 받게 되면 유리한 점은 무엇인가요.
 
“네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금리가 좋아집니다. 은행은 손해볼 게 없어지는 거죠. 신용도가 아주 나쁜 분 같은 경우에는 금리가 아주 높이 올라갈 건데 많이 떨어지니까, 금리면에서 유리합니다. 두 번째로는, 대출 절차가 간단해집니다. 보증서만 갖다주면 되니까 이것저것 준비할 필요가 없죠. 종이 한 장 받고 대출이 나가니까 아주 간소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대출 받을 수 없는 사람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크레디트 어빌리티라고 해서 대출이용가능성이 확대됩니다. 그 다음에는 담보가 없어도 되는 점이 좋습니다. 이는 신용질서를 건전화시키고 그 담보대출 관행에 따라 생기는 여러 문제점, 예를 들면 부동산투기라든지 하는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이모저모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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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을 들어보면 좋은 점이 많습니다. 이러한 점을 일반인이 알고 있는지, 그래서 신용보증재단을 많이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쉽게도 그런 점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홍보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사실 참 아이러니한 문제입니다. 신용도가 많이 어려워 어디 가서든 보증을 받기 어려운 분들은 정보가 많은 편입니다. 그에 비해 신용도가 꽤 괜찮지만 담보가 없거나 부족한 분들은 여기에 오면 바로 신용보증을 받고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분들은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은행에서 안 되니까 저축은행, 안 되니까 대부업체로 가면서 상황이 오히려 더 나빠집니다. 저희는 나름 광고도 하고 홍보도 하는데 아직 모르는 분이 꽤 많습니다. 저희가 기능상의 중요한 점도 그런 것입니다. 지역에서 담보가 없거나, 특히 요즘처럼 부동산경기가 오랫동안 침체될 때 더 필요합니다. 부동산 가격이 안 오르니까 담보 가격은 정해져 있고, 이미 대출은 다 받았고 보증 받을 수 있는 힘이 없으니까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도 추가적인 대출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럴 때 보증기관을 이용하면 보증한 만큼 금융이 돌아가게 됩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신용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각 지역마다 신용보증재단이 있습니다. 지역금융의 중추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중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용보증재단이 설립된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 분들을 지원함에 따라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 또 하나는 서민의 복리증진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인천지역에는 점포망이 남동, 부평, 서인천, 남부, 계양지점, 중부지점 여섯 개입니다. 원래 10개 시군구면 10개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여섯 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본사고, 본사랑 같은 층에 있는 남동지점은 남동공단 연수 쪽을 다 커버합니다.”
 
-남동공단 안에 있는 셈인데, 이곳에 있는 분들도 많이 알고 이용하나요.
 
“예전에는 공단에 좀 큰 업체가 많았는데 중국이 열리면서 그쪽으로 많이 옮겨갔습니다. 그 자리를 누군가 찾겠죠. 아파트 지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겠지만, 저가로 빌려주니까 조그만 영세 제조업체들이 하청을 바라보고 많이 오게 됐습니다. 그런 소기업들이 큰 기업이 나가면 소기업이 맡고, 지역이 소기업 소상공인화합니다. 그러면서 저희 대상이 늘어나게 됩니다. 남동공단에 있는 분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인천이 예전에 비해서 서비스업이 상당히 커졌습니다. 20년 전에 서비스업이 50% 정도 육박했는데, 지금은 30% 정도 줄었습니다. 서비스업은 아무래도 소상공인이 하는 경우가 많죠. 인천이 자꾸 도시화가 되고, 그러면 아무래도 서비스업 비중이 커지고 소상공인 소기업이 많아집니다. 또 하나는 제조업이 예전에는 소위 굴뚝산업이라고 해서 아날로그 위주의 산업이었는데, 지금은 제조업체 물품도 디지털화했습니다. 디자인,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여러 업체가 함께하다 보니 서비스업이 많아지게 됐습니다. 인천이 서비스업 비중이 많아지면서 소기업 소상공인화해서 대상이 많아졌습니다.”
 
-취임한 지 백일이 채 안 됐다고 하셨는데, 그동안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보증을 해주려면 보증해줄 재원이 있어야 합니다. 시나 중앙정부에서 편하게 대주면 좋은데, 시도 어려운 상태고 나라도 복지수요가 많다보니 그렇게 편하진 않습니다. 그러면 은행들이 좀 대줘야 하는데 신용보증재단, 신용보증기금, 기술신보가 있는데 옛날 비중으로 대줍니다. 소상공인 비중이 훨씬 커져서 100%로 잡았을 때 18% 정도는 줘야 하는데 현재 5.4%만 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공급에 비해 적게 들어옵니다. 이처럼 재원이 부족해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우리가 지금 경기가 좋아지느냐는 등의 말이 많습니다. 이건 나쁜 상황에서 좋아진다는 뜻인데, 보증은 경기가 나쁠 때 보증을 많이 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글로벌금융위기다 국제적인 국가채무위기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많은 보증을 서줬는데, 이 분들은 만기기 된 데다 라이프사이클이 겹치면서 집중적으로 대손이 많이 발생합니다. 말하자면, 들어오는 돈은 없고 나가는 돈은 많은 셈이죠. 진퇴양난입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소상공인이 어려우니까 담보가격으로 많이 지원해야 하는 일입니다. 갈 길은 바쁜데 해가 저물어 큰일입니다.(웃음)”
 
-그렇다면 힘든 점을 해결하는 방법이 있나요.
 
“지금은 어떻게든 출연을 많이 받아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돈을 많이 떼이니까, 미리미리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거액업체는 분기별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나가는 돈에 대해 더 신중하게 대처해서 떼이는 일이 적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떼이는 걸 완전히 막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너무 안 떼이려고 하면 안 됩니다. 물론 안 떼이려면 ‘1등급 이상이어야 해’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우리 재단 설립 자체가 그래선 안 되는 겁니다. 저희는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을 줘서 다시 일어서게 도와드려야 하는 일입니다. 일하다 보면 우리나라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람 사는 얘기죠, 뭐.(웃음) 인천에서도 많이 쓰이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보증은 경기가 나쁘고 경제상황이 어려울 때 필요하죠. 반대로 경제상황이 좋아지면 불필요합니다. 보증이 줄어들수록 수요가 줄어들 수도 있고,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경기전망이 좋으면 위험도에 대한 태도가 좀 이완됩니다. 전망이 좋으니까 대출해줘도 안 떼일 테니까 보증료 따로 들 거 없이 다 가져와라 할 수도 있습니다. 자기 수익을 위해서 약간의 위험에 과감한 투자를 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 보증수요가 줄어들게 됩니다. 지금 경기가 좋아질 거라고 다들 예상하고 있고, 그런 점에서 보증 수요가 줄어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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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천은 특이하게 다른 지역에 비해 예금보다 대출이 훨씬 더 많은 지역입니다. 예금은 재산을 갖고 있는 만큼 예금이 있는데 그 재산이 있는 만큼 담보이고, 담보에 비해서 많은 대출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대기업은 담보가 부족해도 경기가 좋으면 대출을 해줍니다. 근데 대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나면 소기업 소상공인은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도 담보가 없으면 안 해줍니다. 부동산경기가 뒷받침해주지 않는 한 안 되는 거죠. 그러면 대기업이 자금을 가져가고 소기업 소상공인이 가져가려고 하니까 담보가 없어서 안 된다고 하니까 더 어려워집니다. 전체적으로 보증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서 소기업 소상공인 보증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양면성을 갖고 움직여야 합니다. 소기업 소상공인에게 보증을 확대해줘야 하는 역할이나 기능면에서 해야 합니다. 서로 상반된 면을 갖고 기능이나 역할을 해야 하는 점이 있습니다.”
 
“우리 모토도 비 올 때 우산을 빌려드린 것이고, 날이 개면 우산을 돌려받습니다. 아직 비 오는 데가 많아서 젖는 사람이 없도록 보증을 확대해서 공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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