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예산'으로 편성된 경인아라뱃길 문화관광복합센터 논란
상태바
'쪽지예산'으로 편성된 경인아라뱃길 문화관광복합센터 논란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4.11.25 0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경운동연합, "경인아라뱃길 친수구역 개발의 신호탄 우려"

본지가 입수한 <아라뱃길 문화관광복합센터 추진 현황 및 계획> 문건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사자방 사업'(4대강사업, 자원외교, 방위비리) 예산이 예산낭비 사례로 큰 논란이 된 가운데, 개통 3년이 된 후에도 제 기능을 못하는 경인아라뱃길에 대한 친수구역개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아라뱃길 문화관광복합센터' 관련 예산이 '쪽지예산'(지역 민원성 예산)으로 편성돼 논란이 될 전망이다. 

2015년 새해 예산안을 편성하고 있는 과정에서 국회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예산은 '사자방' 관련 사업 예산이다. 특히 지난주 열렸던 국토교통위원회와 예산심사소위에서 가장 큰 쟁점은 4대강 및 경인아라뱃길에 추가 투입되는 예산이었다.

22조원에 달하는 혈세를 쏟아 붓고도 갖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4대강사업에 대해 여당은 이미 관리가 안 되면 흉물로 방치될 것이라며 추가 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애초 잘못 만들어진 낭비성 사업인데다 관리에 들어가는 예산이 해마다 증가할 것이므로 전약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기에 수자원공사의 부채 8조와 이자비용까지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까지 더해져 예산편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확산될 기세다.  


이들 사업 가운데 경인아라뱃길 사업 예산을 둘러싸고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조7000억원을 투입하고도 조성목적이었던 물류와 관광 양측면에서 제 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는 경인아라뱃길 사업에 대해 정부는 900억원의 수자원공사 토지보상비를 연례예산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위 심의과정에서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900억 원이 아라뱃길 건설과정에서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사장 최계운, 이하 '수공')가 먼저 투입했던 보상비 등의 예산이라며 정부가 이를 메워주어서는 안 된다며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 정부 원안대로 통과된 데 이어 정부 예산안에는 들어있지 않던 경인아라뱃길 문화·관광복합센터 건립예산 50억원이 이학재 의원에 의해 소위 '쪽지예산' 방식으로 추가 편성돼 950억원으로 증액 편성됐다. 

그러나 20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는 야당의 강력한 반대로 정부가 대납하기로 한 수공의 4대강 사업 부채에 대한 대납 예산 3170억원이 보류되고, 그외 4대강 사업예산으로 분류된 평화의댐 치수 증대 사업(331억원)에서 131억원, 국가하천 유지 보수 사업(1869억원)에서 250억원, 그리고 경인아라뱃길 지원사업(900억원)에서 100억원이 깎였다. 그러나 '쪽지예산'으로 편성된 '경인아래뱃길 문화·관광복합센터 건립예산은 그대로 통과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세금으로 아라뱃길에 대형 회센터 건립?

이 예산이 통과되자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등은 18일 성명서를 통해 "국회의원들의 짬짜미 예산 심의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24일에도 다시 성명서를 통해 지난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2015년 예산 예비심사에서 이학재 의원에 의해 쪽지예산으로 통과한 '아라뱃길 관광활성화를 위한 문화·관광복합센터 건립' 사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수산물 회센터를 짓는 것은 잘못된 사업으로 예산 전액을 삭감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환경운동연합은 수공의 사업장인 경인운하(아래뱃길) 내 수산물센터에 국민의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며, 경인운하 방문객 유치를 위해 건설하는 시설이라면 당연히 수자원공사 자신들의 예산을 쓰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수공은 판매상품을 서해 어민으로부터 구입해 그들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의 돈으로 자기들이 인심을 쓰겠다는 수공의 자세나 국가 예산이 수공을 위한 쌈짓돈이 아님에도 개념 없이 예산을 편성하는 국회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문화·관광복합센터 건립 사업예산 편성의 또다른 문제점으로 사업자체에 대한 타당성조사조차 시작하지 않은 아이디어 단계라는 점을 지적하고, 또 이학재 의원이 제출한 계획에 따르더라도 타당성 및 기본·실시설계는 2015년 9월을 목표를 하고 있음에도, "정부안에도 없고, 타당성 검증도 없는 사업이 상임위에서 묻지마식으로 증액됐다."며 이는 "쪽지 예산의 폐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태"라고 비판했다.
 

서해도서와 경인아라뱃길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 (사진출처-인천경실련 홈페이지)


본지가 입수한 <아라뱃길 문화관광복합센터 추진 현황 및 계획>(맨 위 문서)에 따르면, 이 센터는 아라뱃길의 관광활성화를 위해 건립하며,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먹거리 시설을 제공할 목적으로 추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2층구조로 주차장을 갖추고 1층에는 수산물직판장, 2층에는 회센터 및 복합문화센터를 짓는 것으로 계획됐다.  


추진배경을 보면 수공과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인천경실련') 사이에 지난 8월 21일 경기도 과천시 케이워터 수도권지역본부에서 서해도서 발전과 아라뱃길 활성화를 위한 상호간의 협력과 정책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수공과 인천경실련은 ▲서해5도서 수산물을 아라뱃길을 이용해 서울ㆍ수도권으로 운송해 판로를 확보하고 ▲서해도서-아라뱃길 수산물 특화 지역으로 활성화 ▲서해도서 어민들의 수익 증진을 위한 지원 사업 ▲기타 서해도서와 아라뱃길을 이용한 사업 등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기로 협약하고 이후 서해어민과의 간담회 등을 여는 한편, 지난 10월 11일 '서해아라뱃길 정책추진단'(수공 4인, 인천경실련 5인, 어민 4인, 기타 3인)을 구성한 바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아라뱃길 문화관광복합센터는 그 직후인 10월 22일 인하대 씨그랜트사업단에 사업타당성 등 주변여건조사 자문용역을 의뢰해 한달이 채 안 된 11월 20일 용역이 완료된 것으로 적고 있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자문용역조차 완료되기 전인 11월 16일 예산이 편성된 것이니 가히 전광석화처럼 빠른 예산편성이다.


이 문건은 향후 추진계획으로 2015년 내 공사 착공을 목표로 헹정절차 및 준비 조속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하고 타당성 및 기본.실시설계는 2015년 1월부터 9월까지 진행할 것을 밝혔다. 센터를 지으려면 그린벨트로 해제해야 하는 행정절차도 2015년 연내 인허가 받는 계획을 잡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경인운하 친수개발' 신호탄 우려


환경운동연합은 이 사업이 경인운하 주변의 친수구역개발사업의 신포탄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천광역시와 수공은 지난 9월 22일 ‘경인아라뱃길 주변지역 개발 방안 수립 용역’을 착수해 오는 2015년 7월 20일까지 약 10개월 가량 연구용역을 수행할 예정이다. 인천시가 1억원, 수공이 4억원을 수립해 5억원 규모로 용역에 착수했다.


용역의 주요 내용은 친수공간을 연계한 개발구상 및 규모 구상, 친수구역 제안서 작성 등 사업성 분석, 규제 극복 방안, 개발 방식에 대한 사업 추진방안 등이다.


가격입찰 및 낙찰자로 선정된 (주)수성엔지니어링 외 2개사는 3억6천654만원에 개발검토 용역 계약을 체결, 지난달 9월 22일 용역에 착수했다.


이후 시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을 시행하고 오는 2015년 7월 20일 용역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연구용역에는 대대적인 그린벨트 해제를 전제로 친수구역개발법에 의거하여 친수구역 지정을 통해 개발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아라뱃길 문화관광복합센터가 친수구역 개발사업의 신호탄으로 활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혜경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지역에서 여론수렴 절차 없이 복합센터가 환경파괴 논란으로 빚고 있는 경인아라뱃길에 건립되면서 자칫 친수구역 개발사업의 물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특히 타당성 검증 보고서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소위 '쪽지예산'으로 불과 수개월만에 추진된 과정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사업이 총체적인 예산낭비사업이자 지속적으로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4대강사업과 같은 맥락으로 추진된 경인아라뱃길이 물류와 관광에서 총체적 실패에 직면한 상황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회센터를 건립이 급속도로 추진되고, 이를 통해 친수구역 개발사업까지 밀고나가는 흐름 아니냐는 것이다.


또 한편, 아라뱃길 문화관광복합센터 건립을 계기로 어족자원 고갈에 더해 남북한 긴장상황과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 등으로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해어민들을 돕고자 하는 인천경실련의 활동이 자칫 왜곡될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당분간 논란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