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건강'은 나눔에서부터…
상태바
'경제적 건강'은 나눔에서부터…
  • 안명옥
  • 승인 2010.07.30 0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in 칼럼] 안명옥(차의과학대 교수)


경제적 건강, 하면 "맞아, 그래, 돈이 있어야지 경제적으로도 건강하지!", "그래 돈이 많아야지!"하고 바로 생각하실지 모릅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게 다른 6가지 건강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도 여기에는 많은 신중한 분석과 해석이 필요합니다.

또 다른 면을 보자면,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경제적인 이유로 많은 분들이 생명을 잃거나 건강을 잃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고민하다가 쓰러지거나 자살하기도 했지요. 정말 불행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고 지금도 그 상황은 일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경제적인 건강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건강은 어느 정도까지는 꼭 필수불가결한 부분이어도 또한 한편으로는 매우 주관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경제적 건강개념 자체도 개인마다 심한 편차를 보일 수 있어서 어떤 분은 '주의 기도'에 나오는 "오늘 일용할 양식"만 있어도 언제나 감사하는 건강을 가진 반면 어떤 분은 구좌에 많은 돈을 가지고도 또 욕심을 내기도 합니다. 건강할 리 없지요. 실상 어느 면에서 경제적 건강은 뒤에 말씀드릴 영혼의 건강, 영적 건강과 필수불가결의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제 나눔 공동체(다음에 소개하렵니다만….)에 대한 생각은 영신수련을 거치며, 학문의 배경과 함께 나름대로 건강의 정의를 숙고하면서 더욱 무르익은 개념이기도 합니다. 각자 조금씩만 경제적 건강을 건강하게 생각하며 이웃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욱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사회를 서로 더불어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국가적으로 제도도 뒷받침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고요.

경제적인 건강을 위하여 오늘 한 번 할 일을 제안해 봅니다.

첫째, 오늘 한 번 옷장을 열어보세요. 아 참, 지금은 계절에 맞는 옷만 옷장에 걸려 있을 수도 있겠군요, 오늘 마음 먹은 김에 내가 갖고 있는 옷과 구두들을 생각해 보세요. 아직 어린이나 10-20대, 30대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나의 옷들을 깨끗이 철마다 잘 보관하면 아마도 100세까지 옷 하나 더 안 사도 입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철에 즐겨 입는 옷이 몇 벌이나 되겠습니까? 있는 옷으로도 즐겁게 바꾸어 입으며 일생을 멋지고 품위 있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혹 깨끗한 옷들, 더 이상 입지 않을 것 같은 옷들은 그 옷을 잘 입을 분들에게 빨리 빨리 나누어 주시고요.

둘째, 집의 찬장을 한 번 열어보세요. 일생 우리 가족이 100세까지 쓰고도 남을 풍족한 그릇이 들어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떠세요. 더 이상 욕심을 내며 식기를 안 사도 살 수 있겠지요? 또 최근에 안 쓰는 식기들이 즐비할 것입니다. 세트로 샀는데 코가 빠진 식기들이 있다고요?  요즈음은 고급레스토랑에 갈수록 그릇마다 다른 개념의 다양한 그릇을 씁니다. 그러니 우리 식탁도 아름답게 여러 종류의 그릇을 사용하면 더욱 더 품격 높은 식탁을 연출할 수도 있지요. 이렇게 대부분의 가정에, 절대적으로 경제적으로 부유하다는 생각 없이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며 사실 수도 있으나 곰곰이 잘 분석해 보면 우리는 참으로 많은 축복을 받고 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셋째, 내가 가진 재산을 잘 분석해 보세요. 내일을 잘 준비하기 위하여 분명 아끼고 저금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알뜰했던 덕분에 오늘 일용할 양식은 물론이고 아직 살아갈 여분의 경제적 자금은 조금 있을지 모릅니다. 자신이 세운 삶의 기준에 따라 다릅니다만 법정 스님께서 말씀하신 '무소유'가 녹아 있는 삶이라면 참으로 축복이랄 수 있는 오늘인지 모릅니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로 가끔 절망과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나!(우리 막내가 어려서부터 제게 하던 말이에요. 나<안명옥>이 <자신의 소중함>을 막내에게 열심히 가르쳐서 그렇다네요)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소중한 존재가 나 자신입니다. 저는 참으로 축복이게도 어려서부터 누구와 비교하며 제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나와 하느님의 관계, 또 '나와 내가 지향하는 내 관계'가 중요해서 비교는 애초에 제 생각 속에 없습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면 성적 좋게 나올 것이고, 안 하면 나쁜 것이 당연하지요. 그러나 불의 속에 횡행하는 차별만은 없어야 한다는 '정의의 사도'적인 생각이 제 생각이었습니다.

나와 내가 가진 것을 분석하면서도 다른 이들과 비교하지는 마세요. 내가 생각하는 내 경제적인 건강, 이러한 중요한 사항에만 몰두하세요.

넷째,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되지만 직장에 문제가 갑자기 생기거나 사고가 나거나 질병 등으로 경제적인 위기가 온다 해도 그동안 진정으로 사랑을 나누시던 분들, 친구들이 계시면  도움을 조금씩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 정도를 기꺼이 해주실 정도로 그동안 사랑과 정성으로 관계를 유지하였어야 하지만….) 가족과 친척이 있으며 이웃도 있고, 교회도 있고, 사찰도 있고, 실상 우리나라에는 의외로 마음 좋은 분들이 참으로 많아서 이웃의 아픔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단지 아픔을 모르면 하고 싶어도 사랑의 마음을 보일 수가 없지요. 아픔이 있을 때 너무 혼자 아파하지 말고 이웃의 도움을 구하세요. 

다섯째, 욕심을 내면 한도 끝도 없지만 실상 먹는 데는 그리 돈이 많이 들지 않습니다. 중년 이후가 되면 특히 기초대사량이 적어지므로 하루에 두끼 먹어도 나에게 필요한 칼로리보다 더 섭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과식보다는 '소식'이 체중조절에도 필수이고 건강에 좋습니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잘못되어 있어도 혹 알았던 친구와 친지들이 일생 돌아가며 하루 한끼 함께 하지 못할 리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경제적으로 건강한 일은…

여섯째, 순간 순간의 탐욕에서 벗어나 '무소유'를 지향하며 알뜰살뜰 아끼며 저축하고, 또 내 축복을 나누는 일입니다. 나보다 경제적으로 혜택 받지 못한 분들을 위하여 내 노력의 성과를 알뜰히 모으고 한편으로 나의 축복을 나누는 일…. 멀리만 생각하지 마세요. 바로 내 가족 안에, 친척 중에, 이웃 중에 내 경제적인 나눔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되돌아옴을 전혀 바라고 하는 나눔은 아니지만, 어쩌면 지금 바람 없이 진심으로 사랑을 나누는 이 행위가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떤 형태로 내게 되돌아올지 하느님만 아실 것입니다.

물론 때로는 풍요로운 환경도 즐기고 향유하는 것도 또한 행복한 일입니다. 그도 때로는 즐기세요.

주변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요. 분명 상대적으로 풍요롭다 할 수 없는 분들인데도 일생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시며 알뜰하게 모으셨던 돈을 아낌없이 장학금으로 기부하였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대합니다. 그분들이 정말 경제적으로 재산이 많아서가 아니고 참으로 경제적으로 건강한 삶을 사신 아름다운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가진 경제적인 축복에 감사하고 유비무환, 또한 축복의 나눔을 실천하세요. 여러 가지 사정으로 현재 경제적으로 너무나 어려우신 분들도 오늘 다시 희망을 가지세요.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지 마시고 때로는 도움도 적극적으로 청하세요. 조금씩 조금씩 더 나은 삶을 향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겁니다.

우리 모두 건강한 사회, 대한민국을 향하여…. 그리고 각자의 경제적 건강을 생각하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