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때가 되면 숨겨왔던 검은 대지를 드러낸다. 드넓은 검은 대지, 갯벌은 무한한 생명을 품고 있다. 작게는 칠게부터 철새인 저어새, 알락꼬리마도요까지 종의 영역을 넘나들며 이 드넓은 대지에 의지해 살아간다. 이 구분 없는 영역 안에 인간도 포함된다. 하루 중 길지 않은 시간, 걸음이 허락될 때면 주어진 삶을 위해 갯벌을 누빈다. 이 순박한 자연의 이치는 적어도 매립사업이 시작되기 전까진 흔한 모습이었다.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의 갯벌은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해수부의 ' 2013년 전국 갯벌면적조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다. 1987년 이후 2013년까지 갯벌은 전체 면적의 22.4%를 잃었다. 이는 갯벌을 이용수단으로 여기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갯벌에 대한 매립은 개발비용이 적게 들고, 이해당사자간의 갈등이 적다. 2013년 해양수산부가 실시한 전국 갯벌면적조사에 따르면 1987년 3,203.5㎢이던 갯벌은 2013년에는 2,487.2㎢로 716.3㎢가 줄어들었다. 이는 총면적의 22.4%에 이른다. 간척, 매립사업이 갯벌 축소의 가장 큰 원인이다. 그리고 관광객의 무분별한 갯벌 이용과 일부 어민들은 불법어구 사용은 갯벌생태계를 황폐화시키기도 한다.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인천의 갯벌은 개발의 대상이 아닌, 여전히 지켜야할 소중한 자산이다. 영종도 인근 갯벌은 수많은 철새들이 서식한다. 그 중 알락꼬리마도요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철새다. 멸종위기종 2급에 해당됨과 동시에 IUCN 적색목록에 등재된 희귀종이다. 또한 연수구 송도 국제도시 인근 송도갯벌은 2014년 7월 10일 람사르 습지로 선정될 만큼 우수한 습지환경을 지니고 있다. 또한 천연기념물 제419호이자 전세계 3천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저어새의 대표 서식지이다. 전세계 개체수 1200의 청다리도요사촌과 480마리에 불과한 넓적부리도요도 인천의 갯벌을 주서식지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인천의 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사라져가는 갯벌생명들을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 지정 등으로 법적인 합의에 의해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경제성장과 활성화의 외침 앞에 말뿐인 약속에 불과할 뿐이다. 인천국제공항 건설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등장은 편익을 넘어 돈벌이를 위한 난개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영종2지구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2014년 8월에는 용유·무의 경제자유구역 30.21㎢ 중 26.78㎢가 사업성의 결여 등으로 경제자유구역 해제가 되는 일도 있었다. 땅은 남아돌고 토건사업은 이제 한계점이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매립이 완료된 영종도 준설토투기장에는 드림랜드사업이 추진 중이다. 공항과 연계된 관광산업 활성화 이외에도 2차 환경피해의 예방이 드림랜드 사업의 목적이라고 해수부는 말한다. 그런데 항로유지준설과 투기장건설 등으로 발생하는 1차 환경피해에 대한 언급은 없다. 드림랜드사업의 최대 투자자는 일명 ‘빠칭코’를 기반으로 성장한 재일동포 기업이다. 이들이 말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 핵심 공간이 ‘도박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지금 갯벌은 돈벌이 대상일 뿐이다. 국제도시, 테마파크, 비즈니스 센터 등의 화려한 수식어는 매립과 투기를 부추기는 신기루는 아닐까? 생명의 소리를 잃어가는 갯벌에서 우리의 삶은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 5월 31일 바다의 날, 황해와 인천경기만 갯벌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