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 러쉬’ 배편 부족, 덕적군도 전체 “가족 만나기도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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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업도 러쉬’ 배편 부족, 덕적군도 전체 “가족 만나기도 힘들어”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8.04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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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등 사재기까지... 육지 사는 직계가족들 입도 어려움

굴업도 개머리초원. ⓒ이재은

여름철 성수기에 인천섬으로 들어가는 배편의 예매가 쉽지 않아 관광객은 물론 섬주민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이미 봄 시즌서부터 시작돼 민원이 많았음에도 시와 관할구청은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서 섬 활성화 등 시의 과제들이 벽에 부딫히고 있다.

4일 인천섬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에 의하면 지난 4월부터 주말이나 휴일 덕적도에서 굴업도로 들어가는 배편의 예약이 쉽지 않았다. 섬 관련 사업을 벌여오고 있는 인천의 한 활동가는 “이 배편을 인터넷으로 예매할 수 있는데 정확한 티켓 오픈 시간이 공지되지도 않고 실질적으로 운항하는 배의 규모가 크지 않아 섬 주민의 직계가족이 입도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굴업도는 오랜 기간 보존된 천혜의 자연 경관 및 희귀식물 등이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며 근자에 알려진 섬이다. 급작스레 사람들이 많이 찾다보니 배편의 공급에 비해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

섬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현지 주민들, 관광객 등에게 확인한 결과, 현재 굴업도 등을 순회하는 배(나래호)의 승선 정원은 160명 가량이다. 이 좌석들 중 도서주민들의 교통권 보장을 위해 20~30개 정도의 좌석은 할애를 해야 하고 남은 좌석을 예매하는 상황인데, 평일 1회, 주말 2회 운항을 하는 상황에서 굴업도를 찾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관할인 옹진군청에 따르면 굴업도의 관광객이 폭증한 연도는 2011년경으로 그 전년도인 2010년 6천 800명 정도였던 것이 급작스레 늘어나 현재 지난해 2만 3천 명으로 3배가 넘게 늘었다.

문제는 나래호가 굴업도뿐만 아니라 백아도와 문갑도, 율도, 지도 등 덕적군도 5개 섬을 순환하는 형태여서 굴업도를 찾는 관광객들에 의해 배편이 매진됐을 때 굴업도 외 섬을 찾는 사람들이 이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정확한 티켓 예매 가능 시간이 공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보가 발빠른 여행사들에 의해 이 좌석들이 사실상 ‘사재기’를 당하면서 이용이 쉽지 않은 것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지역의 한 활동가는 “여행사들의 사재기는 이미 인천의 몇몇 해양 관련 시민단체들이 지적한 부분이기도 하고, 또 일부 도서주민들이 사재기하는 경우도 있어서 심각한 수준”이라 전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실 관광객보다 도서주민들의 직계가족이다. 관광을 목적으로 좌석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 포기하면 그만일 수도 있겠지만, 가족을 보기 위해 섬으로 들어가려 해도 이같은 사재기 및 공급부족으로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도서주민들에게도 직접적인 불편함으로 작용하고 있다.

관할인 옹진군 관계자는 이에대해 “굴업도를 비롯한 5개 섬을 도는 항로는 주민들의 교통권 확보를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보조항로에 해당하는데 이게 보조항로다 보니 사업성이 없어 일반 선박회사들이 모두 기피하는 상황에서 굴업도만 이용객이 폭증하다 보니 다른 배편들이 매진되면서 백아도, 율도 등 주민들의 불편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서주민들 자체의 배편 좌석은 확보토록 해 놨으니 괜찮은데, 문제는 주민들의 직계 가족들이 사실상 굴업도 관광객에 막혀 못 오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으로 고스란히 도서주민들에게 불편함으로 다가가게 된다는 게 정말 문제로 내부에서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할군청이나 시가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 문제다. 옹진군청 관계자는 “주말에 2회 운항토록 해 수요를 감당할 수 있도록 했지만 5개 내외의 섬을 다 도는 시간과 야간운항을 하지 못하는 상황 등을 감안했을 때 나래호 한 대가 3회 운항을 하기는 사실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굴업도만 따로?배편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록 최근들어 입도객이 폭증하고 있지만 2만 3천 명 규모로는 선사 입장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굴업도 자체가 보조항로인 것도 문제”라며 어려움을 전했다.

현재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사회는 선사가 됐든 아니면 지자체가 됐든 섬마다 운행이 가능한 배편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분위기다. 또 배편을 하루 전에만 예약 취소하면 전액 환불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사재기를 사실상 부채질하고 있는 만큼 시스템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단지 전체 배편이 굴업도와 연결됐다는 이유 때문에 인근 다른 섬 주민들이 직계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매번 육지로 나오는 것도 힘든 일 아니냐”면서 “사람이 사는 섬이라면 하다못해 행정선이라도 배치해 교통권 확보를 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해양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현재 여행사 등에 의해 배편이 사재기되는 게 큰 문제”라면서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배편의 증편이 어렵다고 하면 사재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끔 예매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하고, 실질적으로 증편되기 전까지 여행사 단위의 사재기를 전면 금지시켜야 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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