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제한 완화로 논란이 되고 있는 월미도 일대. 마이랜드(놀이공원) 방면 역시 논란의 구역 중 하나다.
결국 인천시가 월미도 고도완화고시를 강행했다. 이번 고시로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는 최대 17층 고층건물을 지을 수 있으며 용적률도 최대 800%까지 상향조정되었다. 이제 유람선에서 여객선에서 그리고 자유공원에서 월미도의 자연스러운 스카이라인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인천시는 유정복 시장의 친형일가 특혜논란에 대해 전임정부에서도 추진했던 것이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친형과 현구청장 소유 부동산의 막대한 개발이익을 현 유정복 시장이 직접 선사했다는 지적은 충분히 가능하다. 더욱 큰 문제는 인천 곳곳에서 형평성을 이야기하며 고도완화와 용적률을 요구할 것이다. 이제는 대놓고 몰염치하게 일가인척,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해 부동산 투기에 나설 것이다. 이미 무너진 사회정의, 경제정의는 차치하고라도 돈벌이를 위해 경쟁적으로 올라가는 건물들로 인천의 자연경관은 그 명맥도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인천의 도시경관은 더욱 회복불능상태에 놓일 것이며 시민들의 가슴은 더욱 답답해질 것이다.
인천의 자연경관은 전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소래산에서 성주산, 만월산, 원적산, 천마산, 계양산을 지나 가현산까지 이어지는 한남정맥 산줄기는 옛부터 부평과 인천의 자연스런 경계였고 깃든 마을들의 아늑한 품이었다. 지금도 외지에 갔다가 돌아올 때면 남쪽에서는 야트막하지만 선명한 소래산이, 북쪽에서는 우뚝 솟은 계양산이 인천임을 알리며 반갑게 맞이한다. 황해와 인천경기만을 거쳐 팔미도를 지날 때면 시흥의 수리산에서 소래산으로 계양산까지 스카이라인이 아직은 정겹다. 인천대교를 지나 송도신도시의 마천루를 바라보며 연안여객터미널에 다다를 때면 월미도가 여기부터 원래 인천이라 이야기한다. 외국인들이 비행기로 우리나라를 찾을 때면 인천경기만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을 제일 먼저 만난다. 그들은 선갑도, 각흘도, 부도, 선단여와 넙여의 덕적군도, 강화도에서 영종도로, 볼음도와 주문도로, 이작도로 이어지는 드넓은 갯벌과 모래섬 풀등을 바라보며 ‘원더풀, 뷰티풀’을 연발한다.
얼마 전 대청도에서 군부대가 서북도서요새화사업을 진행하면서 산과 숲, 지질경관자원을 중장비로 흉물스럽게 훼손시켜 대대적으로 보도가 나왔다. 서해5도는 지질경관자원이 빼어난 곳으로 현재 인천시가 국가지질공원인증을 준비하는 곳이다. 은밀한 곳에 은폐, 엄폐되어 있던 군시설들이 이제는 대놓고 드러나기 시작했다. 차를 타고 강화남쪽 해안도로를 지나다보면 산밑으로 맨션단지조성을 위해 산을 파헤치는 현장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조화보다는 돈을 앞세우다보니 보는 사람들 눈살은 찌푸려지고 그 곳 본래의 가치는 떨어진다. 인천가치를 재창조한다며 추진하는 섬프로젝트가 오히려 난개발을 더욱 부추겨 인천의 미래인 섬바다 가치를 더 훼손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지역주민들의 삶, 인문지리, 자연경관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 두번 둘러본 후 세워진 사업계획이 보물을 흉물로 전락된 사례가 인천에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지금 인천은 원도심과 신도시 구분없이 들쭉날쭉 빼곡한 회색 건물들의 미로다. 계양산 정상에는 군용인 줄로만 알았던, 불법증축사실까지 밝혀진 민간업체돈벌이용 송신탑이 여전히 꽂혀있다. 수봉산 정상의 철탑도 여전하다. 하루에도 수만명의 시민들이 찾아 걸으며 힐링하는 한남정맥에는 수십개의 송전탑과 수백kV 송전선이 늘어져 있다. 그러나 이미 팍팍한 도시에 지친 시민들은 이젠 그 광경에 눈살조차 찌푸리지 않는다. 송도와 청라, 신도시는 이제 빌딩 숲이다. 먼우금 갯벌과 천연기념물 갯벌을 매립해 신도시, 아파트를 건설했지만 지금은 그 어디를 둘러봐도 사람냄새,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가 없다. 원도심에서도 앞을 다투어 하늘 높이 숨막히게 올라가고 있다.
한 도시의 경관은 그 시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수준을 그대로 반영한다. 140년 전 외세의 의해 강제로 개항될 당시 인천은 어땠을까? 1970년대 국가산업단지가 집중적으로 배치될 때 시민들은 어떤 인천을 생각했을까? 2003년 또다시 경제발전을 외치며 3개의 경제자유구역을 추진할 때 10년 후 어떤 인천을 상상했을까? 또 지금의 인천시는 인천가치재창조와 각종 주권으로 10년 후 인천을 어떤 모습으로 바꿔놓을까? 거리마다 내걸린 300만명 돌파 축하현수막을 보며 현재 인천과 인천시민들의 수준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