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학생은 애들을 때려도 되나요?
상태바
고3 학생은 애들을 때려도 되나요?
  • 이승배
  • 승인 2017.01.25 1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20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 - 이승배 / 강화고 교사

학교에서 교사들이 제일 기피하는 부서들 중에 하나는 학생부이다. 학생부 업무 중에서도 학교폭력관련 업무는 모두들 피하고 싶어 하는 일이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폭법과 시행령을 준수하면서 꾸며야 할 서류도 많을 뿐만 아니라 끝나고 나서도 결과에 불만인 학부모와의 소송도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학교폭력 담당교사는 학생들 간에 폭력이 발생하면 24시간 내에 조사를 마치고 교육청에 발생보고를 한 후 매뉴얼 하나하나를 점검하면서 학교폭력사안을 처리해야 한다.

학교폭력 사안처리를 할 때에도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실감하게 된다. 학교폭력피해자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 심리상담 및 조언, 일시보호, 치료 및 치료를 위한 요양, 학급교체 등도 생활기록부에 기재가 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 학생에 대한 조치는 생활기록부에 기록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해학생의 부모조차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지 않기를 바라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피해 학생이 이러한 상황인데 가해 학생쪽은 훨씬 더 심각하다.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면 대학입시에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는다고 생각하고 필사적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지 않기를 바란다. 처분이 내려진 후에도 경제적인 여유만 있다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까지 처분이 취소되기를 바란다. 학급교체나 전학, 퇴학 등의 조치가 취해지면 어차피 패소할 것을 알면서도 항소하여 처분시기를 늦추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민감한 학교폭력 사안에도 치외법권적인 시기가 있다. 바로 고3이다. 학교폭력은 위원회의 처분이 내려지자마자 바로 생활기록부에 기재하게 되어 있다. 당연히 고3 학생도 학교폭력 가해자일 경우 처분받자마자 생활기록부에 기재된다. 다만 대학입시 수시모집의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고 1, 2학년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은 반영되지만 3학년은 반영하지 않는다. 고3담임은 입시성과에 집착하기 때문에 모든 학생에게 좋은 평가를 하리라 대학이 생각해서인지 고3의 경우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을 수시모집에서 반영하지 않는다. 3학년 담임의 종합의견은 대학이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3학년 3월부터 8월초까지 3학년 학생이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어도 생활기록부에는 기록되지만 입시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물론 그 처분은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 학급교체와 같은 가벼운 처분이 내려졌을 때의 경우이다. 전학, 퇴학과 같은 무거운 처분은 학적란에 기재되기 때문에 대학은 그 처분결과를 알 수 있다. 그래서 3학년 학생들은 피해학생에게 사과와 화해를 하여 그 처분정도를 낮추면 대학입시 수시모집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더구나 그 처분은 가해학생이 졸업과 동시에 삭제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처분한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

폭력이외의 큰 죄를 범해도 생활기록부에는 기재되지 않는다. 소년부 판사의 심리결과 보호관찰과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을 받은 경우에도 생활기록부에는 기재되지 않는다. 소년법 32조에는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어서 소년원에 갔다 온 학생들의 처분내용은 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년원에 들어가면 소년원에 있는 기간은 출석으로 인정된다. 그래서 가출 등으로 결석이 많아 진급이 위태로운 학생들이 소년원에 들어가면 어떤 학부모들은 오히려 좋아한다. 소년원에서 출석일수를 채워서 진급이나 졸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폭력 이외에 아무리 중한 죄를 범했어도 형사 처분을 받지 않을 정도로의 범죄를 저지르거나 고등학교 3학년 1학기에 폭력을 행사하면 대학입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모순이 생긴다. 같은 정도의 폭력을 행사했어도 1, 2학년이 가해자이면 불이익을 받지만 3학년이 가해자이면 불이익을 받지 않는 것은 법의 형평성에 어긋난다.

학교폭력담당교사가 이러한 불합리한 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경우 학생의 선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고 3학생이 폭력을 행사하면 피해 학생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깨닫도록 해 줄 경우 가해 학생은 진심으로 반성하게 된다. 학교가 자신을 처벌하기보다는 자신이 반성하고 피해 학생의 상처를 보듬어 주도록 권유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3학년 학생이 폭력을 행사하고 나서 진심으로 반성하고 학업에 매진하여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정치가들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나서 자신들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자신들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므로 절대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겁을 주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행사해도 피해 학생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피해 학생의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갈등상황에 대해 폭력으로 해결하지 않고 대화와 소통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학교문화를 만들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똑똑한 유권자는 달랑 법 하나 만들어 놓고 자신들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정치가와 청소년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행복한 학교에서 즐겁게 공부하는 학교문화를 만들려고 고민하는 정치가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