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 오기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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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 오기만 기다렸다."
  • 김인자
  • 승인 2017.01.3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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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울 시엄니 1
"목판이 뭐예요? 엄니?"
"목판? 오봉 ~옛날에는 오봉이 없잖아."
설명절이 시작되는 연휴 첫 날 시어머니댁에서 동태전을 부치는데 우리 시어머니 음식만드는 일 보다 이야기하시는데 더 신명이 나셨다.
"나는 너 오기만 기다렸다."
"ㅎㅎㅎ 왜요? 엄니?"
"왜긴 들어봐봐. 내가 헐말이 을마나 많았는데~"
"아부지~ 엄니가 하실 말이 많으셨대잖아여~ 아부지 뭐 하셨어여어~"
"나한텐 헐 얘기읍디야.너 오기만 기다렸다 니 엄마가."
"그르셨어여?엄니 뭔 야그를 그르케 하고 싶으셨으까아 울엄니가아~"
"밥을 해가지고 엣기름 있잖아.그걸 옛날에는 메에 갈아서 했겠지."
엿기름이라..울 엄니 식혜만드시려나?
"지금은 방앗간에서 빻아가지고 엣기름을 돈주고 사다가 쓰지만 옛날에는 다 메에다 빠서 썼지. 빻은 엣기름을 물에다 빨아서는 꼭 짠니라. 찌꺼기는 버리고 그걸 체있잖아. 그걸 체에 받혀."
우리 엄니 동태전 부치시다말고 진짜 식혜를 만드실라나?




"엄니 숨 좀 쉬고 ~천천히 말씀하셔요. 힘드세요."
"나 안 힘들어. 내가 어디까정 했냐?"
"체에 받히고~"
"그르치. 그걸 체에 받히믄 밑에 물이 떨어지잖아. 떨어진 물에 고운 찌거기가 가라앉아. 그 떨어진 고운 물만 밥에다 부어. 찌거기는 쇠죽 쑬때 여물에 붓고. 내빌기 아까우니까. 그러구서는 밥을 주걱으로 저어. 놔두며는 밥이 삭아서 감주가 되거든. 삭으면 불을 피워서 그걸 끓여. 그 끓인 것을 체에다 다시 부어. 밥찌끄러기는 놔뒀다가 먹든지 소를 주든지해.
그 물은 다시 솥에 넣고 불을 때.
한참 때다 보므는 물이 졸잖아. 그물이 빨갛게 되면서 엿이 되니라. 그걸 떠놓고 떡을 찧어먹던지 된엿을 만들려면 불을 더 때서 고아. 숟가락으로 떠봐서 되지면 목판에 콩가루를 뿌려. 그냥 부으면 목판에 엿이 붙으니까 콩가루를 밑에 깔고 그위에 엿을 부어. 납작하게 펴지면 그위에 콩가루를 솔솔뿌리지.이게 또 많이 뿌리면 안돼.~
"왜 안돼요?엄니."
"콩가루가 아깝잖아. 콩가루 냄겨서 인절미도 해먹어야하니까. 엿 만드는데 죄다 쓰믄 안되지. 식으면 장두리를 들고 칼을 엿에다 대고 쳐. 칼 대가리를 톡톡 치면 엿이 쪽 갈라져. 그걸 쌀광 위에 올려놨지."
"쌀광이 뭐예요?엄니?"
"가을에 추수해서 먹는 쌀은 항아리에 넣어 마루에 놨어. 뒤주가 없어서. 근래들어 뒤주가 있었지만 옛날에는 없었거든. 그걸 쌀광이라고 했니라. 옛날에는 또 벳광도 있었느니라."
"벳광은 또 뭐예요?엄니?
"벳가마 쌓는 광을 벳광이라고 헌다. 찧은 쌀을 가마니에 넣어 쌓아놓는 광이지. 엿을 고와서는 벳광에도 놓고 찬광에도 뒀니라."
"찬광은 반찬광이에요? 엄니?"
"그렇지.부엌에 딸린 광인데 김치해서 넣는 광을 반찬광이라고 했니라. 그렇게
엿을 맹글어서는 찬광에도 넣고 벳광에도 넣어뒀지."
"엿을 그렇게나 많이 했어요? 엄니?광마다 갖다 놓을 만큼?"
"그럼 많이 했지. 엿을 큰 가마솥으로 몇 솥씩 했어.
참깨 넣고 깨엿도 만들고. 옛날에는 날도 억수로 춥고 일도 징글징글허게 많았다."
동태전부치며 울 어무니 입으로 가마솥엿 한솥 뚝딱 만드셨고요오~~~
 
"어무니 떡국떡도 만드셨어요?"
가래떡도 집에서 만드셨을까 궁금해서 엄니께 여쭈니 이번엔 조청얘기다.
"항아리에 퍼넣고 조청을 만들어서는 시루떡하고 인절미를 만들어서는 찍어! 먹었지."
"우와 시루떡도 조청에 찍어먹었어요?"
"그럼 시루에 앉혀서 시루떡도 해먹었니라. 근데 가래떡은 없었어. 떡국이란게 없었어."
"그럼 오늘같은 설날엔 떡국 안드셨어요?"
"떡국떡을 집에서 만들어 먹었지. 담근쌀을 바구니에 받혔다가 절구에 빻아서 채에 치면 쌀가루가 되. 체에 무거리ㅡ쌀 가루 들빠진거ㅡ가 남으면 그걸 절구에 또 쳐. 찌거리 남는 무거리는 소? 돼지헌테 줘. 가루는 팥 삶아서 시루떡도 해먹고. 물 끓여 익반죽을 해서 덩어리가 되면 그걸 칼도마에 대고 밀어. 길게 되면 그걸 칼로 톡톡톡 썰어.그럼 그게 떡국떡이 되지.
굴주은거 굴죄굴 넣고 끓이다가 떡 넣고 파?마늘? 깨소금 넣고 후추넣어 끓이면 그게 그르케 맛있어."
엿 만들고 조청 만들고 시루떡에 떡국떡까지 만드신 울 어무니 이번엔 굴캐고 중하잡으러 구라탕에 납신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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