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등망질이 뭔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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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등망질이 뭔줄 아냐?"
  • 김인자
  • 승인 2017.02.0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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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울 시엄니 2
"너 등망질이 뭔줄 아냐?"
"등망질이여? 도망질은 아는데 엄니?~^^"
"엿날에는 등망그물로 등망질을 해서 중하를 잡았니라. 굴은 죄로 찍어서 잡고.
굴을 등망안에 넣어 바다에 던지면 새우가 들어와.그렇게 중하잡이를 했지. 내가 등망질을 잘했어.그래서 언니들이 등망질 갈때 나를 꼭 데리고 갔지. 우리 아부지는 등망질 가는걸 싫어했어.어느날 언니들 따라 이갑(ㅡ중망안에 집어넣는 미끼 )을 따러갔다가 넘어져서 피가 났어. 내 무릎에 피가 많이! 나니까 언니들이 겁이 잔뜩 나서 이갑이고 뭐고 부리나케 집으로 왔지. 언니들은 아부지를 아주 무서워 했거든. 이거봐라." 어무니가 갑자기 바지를 걷어 올리시더니 이갑따러 갔다가 나신 상처를 보여주신다. 65년도 더 된 상처를.




"내 아부지가 중하를 잡아오면 잡숫기는 잘 잡숫는데 굴통이고 등망통이고 돼지장에다 다 집어처 넣었어. 나 꼬셔서 등망질 시켜서 피냈다고 언니들한테 험한 욕을 막 해대셨지. 언니들은 무서워서 다 도망가고 나는 무서워서 더 크게 울고"
시어무니눈에 눈물이 맺힌다.
"우리 부산언니는 등망질을 잘했어.
모도 심고 중하잡으러 다니고 김매러 다니고 굴캐러 다니고.근데 우리 광화성(강화사는 언니)은 안해. 일꾼들 밥만 해주고."
"일꾼들 밥해주는 것도 큰일인데 엄니."
"일안해. 지금이나 그때나 꾀돌이여.지금도 일꾼들 밥해주는건 일 아냐. 내가 열세 살, 열네 살, 열다섯 살까지 등망질 다녔어. 우리 아부지가 나 열일곱 살때 돌아가시고 고담부터는 안 다녔어."
"왜요 엄니? 못잡게 하는 사람도 없는데 ."
"열일곱에 혼자 등망질가는데 등망질통이 빠졌어. 구라탕 ㅡ굴잡는데ㅡ에 가보지도 못하고. 그래서 에이 신경질나 그럼서 그냥 집에 왔어. 하나도 못 잡고. 대신에 소는 많이 멕였지."
등망질하던 울엄니 어느새 열! 다섯 살 소녀가 되셨다. 얼굴이 발그스레하니 참 곱고 예뿌시다.
"우와~엄니 소도 먹이셨어요?"
"그럼 소도 많이 멕였지.
뒷동산에 소를 데려다놓고 아부지가 나보고 고삐를 붙잡고 있으래.남의집 소는 내놓고 키웠는데 우리집 소는 내두면 죄다 도망을 갔거든. 그래서 나보고 아부지가 고삐를 꼭 잡고 있으라고 시켰어.고삐를 잡고 있는 소가 배부르게 풀을 다 먹으면 나무에 매놓고 내려왔어."
"소를 집에 데려오지 않고 산에 매놓고 왔어요?엄니?"
"소를 여름에는 산에 매놔. 겨울에는 외양간에 매놓고. 낮에는 마당에 매놨어. 말뚝박아놓고 여름에는 마당에 짚깔아 놓고 매놓고 산에 매놓고 재우고 겨울에만 외양간에 매놨지. 다른집 소는 산꼭대기까지 가서 여기저기 놔놓고 먹여도 지들이 댕기다 오는데 우리 소는 붙잡고만 있어야 돼. 안 그람 중구난망 지 멋대로 돌아댕기거든.
나는 소장바ㅡ소를 산에 다 멜때 쓰는 긴 끈 짚을 꽈서 맨듦ㅡ도 꽜어.
다른 사람들은 손으로 짚을 꼬는데
우리집은 기계로 꽜어."




"기계가 으트게 생겼는데 엄니?
그려봐봐요"
"으트게 생겼냐믄~"
울 엄니가 달력종이를 북 찢더니 그 뒷장에 새끼꼬는 기계를 그리신다.
"새끼를 꼬아서는 소 목에다 메는 고삐도 직접 만들었다 내가."
"와~울 엄니 못하는게 없으셨구나."
"그럼 나는 소여물도 썰었는데."
"와 엄니가 소여물도 직접 썰었어요?"
"그럼 소여물도 내가 썰었지. 소여물 썰사람이 없어서 내가 썰었지. 내가 여물을 썰면 군인들이 지나가다보고 지들이 달라고해 ."
"왜 달라고 해요?엄니?"
"내가 안됐는지 군인들이 여물을 이만큼씩 썰어주고가. 지금이면 뭐라도 줬을텐데 그때는! 뭐 줘볼 것도 없어서 그냥 보냈어. 그렇게 살았어.
다른건 안했어도 소여물 썰고 소멕이고 ㅡ고삐붙잡고 있으니까 소멕이는거지ㅡ
내가 부잣집 딸이었는데 우리 아부지 돌아가시고 벨거 벨거 다했다."
말고픈 울시엄니 설명절 전날 엿고시고 떡국떡 만드시고 등망질하시고 소여물써시고 소멕이시고 바쁘다바빠~~~~
 
천천히 천천히 만들자 !
설음식
 
빨리 빨리 듣자!
울 시어무니 이바구
 
"아부지 통태전 뒤집어여~
태운거 먹으면 암걸린데여"
"안 태운다~"
 
ㅎㅎㅎ
 
나는야 시키기 대장~
울어무니 이야기대장
울아부지 뒤집기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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