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 지팽이 없이 훨훨 자유로이 걸어다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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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 지팽이 없이 훨훨 자유로이 걸어다니나..."
  • 김인자
  • 승인 2017.02.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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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TV 속 전국노래자랑
 
"심여사님, 점심드셔요오~"
"이것만 보고"
"드시면서 봐여."
"안돼, 밥먹구 오믄 끝나고 죄다들 가버린다."
 
일요일 열두 시.
'전국 노래자랑' 하는 시간. 심계옥엄니 소파에서 내려와 아예 티비 앞으로 바짝 다가 앉으셨다.
 
"아고 심여사님 아예 티비속으로 들어가셔, 들어가아~"
"그르까? 어디가 들어가는 문이냐?"
그냥 한 말인데 심계옥엄니 진짜 들어가시려나보다.
"아고, 엄니 농담이여. 어트게 들어가아~ 엄니 같이 큰 사람이이~"
"못들어 가냐? 내가 옛날 같지 않아. 몸이 쪼그라들어서어~ 잘하믄 들어갈 것도 같은데?"
내가 괜한 말을 해가지고.
 
"근데 저긴 어디냐?"
"성북구리야."
"성북구가 어디냐?"
"서울. 고려대학교 안이라네."
"대학교? 저기는 대학생만 들어갈 수 있냐? 저사람들이 다 대학생이냐?"
"아니, 노래자랑을 오늘은 고려대학교에서 한다고."
"송해가 벌써 대학생이 되었구만." 내 얘기를 하나도 안들으시는구만 울어메.




"언능 밥드세요."
"끝나고 먹는데도." 그러면서 심계옥엄니 더 바짝 티비앞으로 다가 앉으신다.
"햐~쟤 좀 봐라. 깜찍한 것이 모르는 노래가 없다."
"티비를 쳐다보니 9살 여자 아이가 가요부터 민요, 창까지 못 하는 노래가 없다. 송해 할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막힘없이 술술술 기차게 잘 부른다.
"햐 ~! 쟤는 저길로 가야긋다. 타구났네, 타구났어."
"그러네. 타구났네, 타구났어."
"햐~저 옷 입은거 좀 봐라. 즈이 엄마가 해입혔나? 곱다, 고와. 나도 고운 치마저고리 있는데, 시골집에."
울 엄니가 치마저고리가 입고 싶으신가?
"때깔 좋은걸로 엄니도 치마저고리 한벌 해주까여?"
"아이고 됐다. 말이 그렇단 것이지. 지팽이 짚고 뒤뚱거림서 치마저고리 해입고 꼴자랑하냐?"
"홀대가 아니고 ?나는 은제 지팽이 없이 훨훨 자유로이 걸어다니나..."
 
조금전까지도 전국노래자랑 보믄서 깔깔깔 웃으시며 어린아이처럼 신나하셨던 울 엄니 갑자기 급우울해하신다.
안되겠다. 기분전환을 시켜드려야겠다.
"엄니 오늘은 맛있는거 갖고 나온 사람 읍써?"
"그르게 오늘은 먹을거 갖고 나온 사람이 한 명도 읍다. 서울 깍쟁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송해가 오늘은 먹을거 읍어서 배곯컨네. 우리 점심 뭐먹냐? 니가 후딱 들어가서 밥먹고가라고 해라."
"어딜 들어가서?"
"어디긴 어디야? 여기지."
하시며 심계옥엄니가 가리키시는 것은 티비 안이다.
"엄니도 못들어가는 저그를 내가 무슨 수로 들어간댜?"
"너도 못들어가냐? 그럼 전화를 하거라. 후딱 와서 찬없어도 먹고가라 해라."
"내가 한밥을 왜 엄니가 선심을 쓴디야?
대접을 할라믄 엄니가 직접 밥을 해서 드리던가"
"그냐? 내가 그를 줄 알고 쌀을 많이 씻어 놨다."
"뭐라고? 엄니? 은제 또 쌀을 씻었댜?
어제밤에 내가 씻어서 냉장고에 넣었는데"
"은제 니가 씻었냐? 쌀이 없어서 내가 아침에 많이 씻었는데."
"아고 엄니 엄니가 씻어논 쌀이 네 바가지여. 쌀 자꾸자꾸 씻어서 한 다라이 만들어서 저번 처럼 또 떡 해먹을라고?"
"떡 해먹을게 어딨냐 송해 밥해 먹일 거 밖에 안된다. 밥때 지난다. 언능 전화해봐라. 올건지말건지."
울 심계옥엄니말을 듣고 있자니 진짜 송해아저씨랑 심계옥엄니가 미리 밥약속을 해놓은거 같다. 아니 진짜 나모르게 두 분이 밥약속을 해놓은거 아녀?
 
"야야 이것 좀 봐라."
심계옥엄니 또 뭘 보래나 싶어 티비를 보니 태진아가 연두색 옷을 위아래로 맞춰 입고 연두색 모자까지 쓰고 살랑거리며 노래를 하고있다.
"아이고 때깔 곱다. 저 옷은 어디서 사입나?
봄소풍 갈때 입으믄 좋겠구만."
송해아저씨 밥해줘야한다믄서 울 심계옥엄니 이번엔 태진아한테 푹 빠졌다. 태진아가 손을 살랑거림서 손을 흔들어 댐서 노래를 부르니 우리 심계옥엄니도 같이 손을 흔든다.
이러다 태진아 점심 밥까지 차려야하는거 아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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