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마을공터, 민·관이 함께 여는 새봄
상태바
배다리 마을공터, 민·관이 함께 여는 새봄
  • 강영희
  • 승인 2017.03.17 15: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자칼럼] 강영희 / 배다리 마을사진관 '다행, 강'


@주민과 행정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배다리 마을공터를 함께 정리하고 있다.

마을공터 땅 고르기 하려구요

인천시 동구 도시건설과에서 도시경관과의 요청으로 마을공터의 흙 고르기를 하려고 한다며 지난 8일 배다리 박의상실을 다녀갔다. 갑자기 포크레인을 끌고 오면 주민들이 당황할까봐 먼저 알리려 들렀던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사전 연락도 없이 무작정 밀고 들어와 주민들과의 갈등이 컸었는데, 주민들의 입장을 생각하고 말을 전하러 왔다는 말에 주민들은 반가워하며, 일방적인 식재가 아닌 도시 공간에 알맞은 경관을 고민해 달라고 말을 전했다.


@주민들은 3월17일 이른 아침부터 배다리 마을공터에 나와 쓰레기를 치웠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동구청이 송림뉴스테이 헐값보상,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구간 터널과 관련 생존권과 재산권 위협, 동인천 르네상스 프로젝트, 배다리역사문화마을 관주도 훼손 등의 문제로 복잡하고 어려운 가운데 산업도로 부지였던 ‘배다리 마을공터’는 이래저래 주민도 구청도 예민한 공간이다.

최근 TV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연초에 동구청은 시청과 ‘동구 방문의 해‘로 협약하고 관광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배다리 근대문화마을조성‘이라는 다소 촌스러운 방식의 관광도시 계획, 저층주거지 환경개선 관련 기획하면서 최근 배다리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한 때다.

이에 배다리 주민들이 동구청의 도시경관과, 건설과, 관광과를 방문해 의견을 전달했고,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마을공터 활용방안을 취합해 일주일 후 전달하려고 했는데 오늘(3월17일) 아침 땅을 갈아엎으려고 들어온다 것이었다. 이 소식에 지역 주민들이 새벽부터 공터에 나왔다.


@관 주도의 조경에 반발하는 주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나와 기다리며 의견을 제안했다.

지속적이 적극적인 주민들의 노력
이에 부응하는 행정과의 협치

이른 아침부터 마을공터에 나온 주민들은 쓰레기를 주우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8시40분경 동구청 건설과 및 경관과 직원들이 20여명의 공공근로 어르신들과 함께 마을공터에 들어왔다. 기다리고 있는 주민들에게 진행할 작업 내용 - 가장자리 2미터 테두리 작업, 놀이시설을 제거하고, 텃밭도 무단경작지로 규정하고 철거를 하겠다 등- 을 설명했다. 일방적인 설명에 십여명의 주민들이 강력하게 항의했다.


@관 주도의 조경에 반발하는 주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나와 기다리며 의견을 제안했다.

이로인해 관련 부서 과장과 일부 주민들 간의 감정싸움도 있었다. 그러나 마을공터를 아름답게 가꾸고자 하는 부분에서 주민도 행정도 동의하고 있다는 것을 서로 확인하면서 준비해온 조감도를 공유했다.

 
@차와 음료를 나누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을공터 전체에 한 가지 식재를 하지 말고, 쓰레기를 버리는 가장자리를 잘 식재하고, 가운데 부분은 다양한 식물들이 자연스럽게 자라게 하자는 제안은 잘 수렴되지 않아 주민들이 항의했다. 그런데 행정은 이런 의견들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반영주려 노력했다. 주민들 역시 자리를 뜨지 않고 일이 마무리 되는 시간까지 함께 하며 의견을 조율했다.

행정의 관행이 있을 텐데, 지속적이고 열성적인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면서 작업을 진행한 행정의 태도에 주민들은 음료와 간식을 준비해 함께 나눴다.

갈등, 조율 그리고 화합, 그 즐거움들

주민들도 개인의 이익을 내놓기 쉽지 않다. 개인의 이익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의견을 내는데 있어 자신감이 부족했다.

행정도 그동안의 관행에서 물러서기 쉽지 않다. 개별적인 주민보다는 지역 전체를 고민하다보니 세세한 민원의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 사업을 진행해나가야 하는 행정으로서는 관 주도의 행정이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생태놀이터 여러가지 놀이기구들은 그대로 살리고 각종 쓰레기가 쌓인 가장자리 공간을 정리했다.

십 수 년 전부터 거대 산업도로에 사라질 뻔한 마을을 구한 주민들은 지역과 행정에 대한 인식은 넓고 깊어졌다. 반면 전에 없는 요구를 해오는 주민들에 대해 행정은 버겁고 힘들기도 하고 시나 구의 조직체계로 내려오는 명령을 거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게 현장에서 만나 위험스런 갈등 상황을 맞았지만 갈등이 목표가 아니라 마을의 공용 공간을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만났다.


@잠시 쉬며 담소를 나누는 주민과 구청 공무원

행정의 달라진 태도
주민과 함께 웃다!!

커다란 포크레인을 앞세우고 공격적이고 위협적으로 공터에 들어오면서 예년에는 갈등이 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무원들 스스로도 쓰레기를 줍고, 공간을 다듬었다. 소소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로 극복했다.

주민들의 거센 항의에 고성을 높였던 도시경관과 과장도 부서 공무원들과 함께 흙 고르기를 하며 나온 돌덩이로 기존에 주민이 쌓은 돌탑을 보다 단단하고도 높게 쌓아 올리며 땀 흘리며 웃었다.

햇살 좋았던 긴 하루, 도시와 마을에 어울리는 조경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스스로 세운 계획을 기꺼이 수정하며 함께 배다리 마을공터의 풍경을 만들어 냈다.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마음으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하면 영 통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이들과도 결국에는 서로를 배려하고 받아주게 된다는 걸 알게 된 하루였다. 이젠 좀 그래도 되지 않겠나?


@구청 직원들이 주민들이 쌓아놓은 돌탑에 돌을 더해 쌓아올리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