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순회공연 하는 실버극단 ‘뺑파전’
상태바
요양원 순회공연 하는 실버극단 ‘뺑파전’
  • 김지숙 시민기자
  • 승인 2017.09.11 1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균 연령 75세, 주안노인문화센터 ‘소금꽃유랑극단’ 또래 세대와 '진짜 소통'




“내가 이 끼를 칠십 평생 어떻게 감추고 살았을까 해요”
 연극을 마치고 배우로 참여한 어르신이 웃으면서 말씀하신다.

인천시 남구 주안노인문화센터(센터장 김성준)에는 특별한 연극단이 있다. 84세 왕언니부터 69세 막내까지 평균 나이 75세인 20명의 여배우들로 구성된 어르신 연극단 ‘소금꽃유랑극단’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14년 주안노인문화센터의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소금꽃유랑극단은 연극 공연을 통해 지역사회와 교류하고 소통하는 실버극단이다.

결성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환경보호, 건강한 먹 거리, 아동유괴 및 아동 성폭력 예방 등을 주제로 지역 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순회하며 교육연극을 통해 격대 교육에 헌신해왔다. 올해는 성인 대상 통속극인 ‘뺑파전’으로 지역 내 요양원을 순회하며 또래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렇게 긴 대사를 외워본 적이 없어서 부담스럽고 걱정이 많이 됐죠. 밤잠을 설칠 정도로요. 처음 몇 달은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았어요. 집안일 하다가도 외우고 밥 먹다가도 외우고요.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읽고 또 읽으면서 내 걸로 만들려고 노력했죠.” 소금꽃유랑극단의 반장이자 뺑파전의 뺑덕네 역할을 맡은 한홍자 어르신의 말이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해 매주 2~3회씩 함께 모여 꾸준히 연습했다. 연습이 거듭되면서 대사가 자연스러워지고 여기에 다채로운 표정과 실감나는 동작이 더해지면서 어르신들의 연기는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그렇게 오랜 준비기간이 끝나고 드디어 지난 9월 6일 고대하던 첫 공연이 진행됐다.
 
첫 공연은 인천 남구에 자리한 은혜요양원에서 어르신 40여 명이 함께 관람했다. 어르신들에게 친숙한 심청이 이야기에 최근의 부모-자식 관계를 적절한 에피소드로 풀어내면서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언젠가 겪었던 내 일 같기도 하고, 예전에 들었던 옆집 내 친구네 이야기 같은 공연을 보면서 어르신 관객들은 울고 웃으며 호흡을 같이 했다.
 
늙은 엄마가 고물 팔아 모은 돈을 속없는 아들이 훔쳐가는 장면에서는 안타까움에 손가락질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목숨을 팔아 아버지 눈을 뜨게 해준 심청이가 아버지를 다시 만나 부둥켜안는 장면에서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첫 무대에 서기 전까지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하고 나니 참 좋네요. 아이들 앞에서 할 때도 좋았지만 요양원에서 공연하니까 더 뿌듯하고 눈물이 나올 것 같아요. 5년 10년 후 내 모습이려니 생각하니까 짠하기도 하고 박수치며 웃는 거 보니까 참 보람되고 좋네요.” 뺑파전의 황봉사 역할을 맡은 최인자 어르신의 말이다.
 
이날 공연을 함께 지켜 본 은혜요양원 정신자 원장은 “어르신 연극단이라고 해서 어떻게 공연하실지 궁금했는데 막상 공연을 보고 나니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능숙하게 연기를 잘 하셔서 깜짝 놀랐다”면서 “젊은 직업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보다 오히려 비슷한 또래의 어르신들이 효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더 공감되고 뭉클해서 요양원 어르신들 마음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 소금꽃유랑극단은 오는 11월까지 인천 지역 요양원을 순회하며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 오는 11월 3일에는 서울에서 열리는 제2회 서울시니어연극제에 출전해 전국 13개 시니어연극팀과의 경연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