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편리하고, 가장 안전한 대중교통” 지금껏 우리가 생각해온 도시철도 이미지다. 하지만 현재 운영기간 증가에 따라 시설물의 급격한 노화에 직면한 가운데 위 수식어들이 무색할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열차 멈춤 사고도 위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인천지하철 1호선의 경우 개통 후 20여년이 경과되면서 곳곳에서 시설 노후화의 징조가 포착되고 있다. 이에 공사(인천교통공사)는 2014년부터 “인천도시철도 노후시설 및 장비 교체계획“을 수립 총 1,300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비지원에서 번번히 탈락하고 시 재정상황도 녹록치 않아 노후시설 개선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땜질식 처방만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도시철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는 중요한 두가지 조건이 있다. 하나는 적정 물리적 성능을 가진 시설물이며, 다른 하나는 이를 유기적으로 관리하고 유지시키는 손길이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 있어도 관리가 부실하면 그저 기계 덩어리에 불과하며, 훌륭한 관리인력이 있어도 제 기능을 못하는 시설물에는 전문가의 역량도 무용지물일 것이다.
현재 인천지하철을 보면 위 두 가지 조건에 모두 충족하지 못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노후 시설개선이 임계시점에 이르렀는데도 제대로 된 예산책정은 커녕 예산 절감의 공염불만 계속되고 있다. 안전인력도 국내 도시철도 최하위 수준인데도 인력증원 노력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시설개선비가 포함된 2019년 예산은 원안대비 74%만 반영된 것이 현실이다.또한 공사에서 철도안전을 위한 법적업무 수행을 위한 인력증원(220여명)을 요청하였지만 우여곡절 끝에 단 20명의 증원만 승인되었다.
2003년 대구 지하철참사 이후 철도안전법 등 각종 안전 규제는 강화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인력과 시설이 부실하다면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가 있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강화된 철도안전 규제들은 열악한 현실에서 묵묵히 일하는 도시철도 노동자들에게 책임만 씌우는 도구일 뿐인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공사는 사고 발생시마다 근본적인 문제해결보다 직원들의 징계에만 초점을 두는 행태를 멈추고, 인천시와 함께 예산편성 우선순위 조정, 국비지원요청 등 시민안전과 직결되어 있는 도시철도 시설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수백 건의 경미한 결함이 여러 개의 심도있는 안전문제를 야기하고 종국에는 1개의 대형사고로 이어지게 된다는 하이인리 법칙은 삼풍백화점, 세월호 사고 등 수많은 사례를 통해 입증되어 있다. 대규모 승객을 운송하는 도시철도 특성상 대형사고는 시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기에 최근에 연속적으로 발생되고 있는 인천지하철의 사고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발생된 강원도 고성 화재참사의 원인중 하나가 한전의 노후 전기시설물 유지·보수 예산의 삭감이라고 하는데, 노후된 인천도시철도 유지보수를 위한 예산과 인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공사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리일까싶다.
앞으로도 계속 “안전한 도시철도”로 시민에게 남기 위해 바로 지금 인천시, 공사, 그리고 도시철도 노동자들이 힘을 합칠 때이다.
안증섭 통합인천교통공사노동조합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