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끊긴 동네 정육점 … "못 살겠다"
상태바
손님 끊긴 동네 정육점 … "못 살겠다"
  • 이혜정
  • 승인 2011.01.17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제역에다 롯데마트 '통큰 한우' … 지역 정육점마다 '벼랑끝'


지난 11일 인천지역의 한 정육점.
상인이 돼지 부위별 작업을 하고 있다. 

취재 : 이혜정 기자

"구제역 발생으로 물량은 달려서 고기를 사기도 힘들지…. 구입한다고 하더라도 가격은 하루가 멀다 하게 치솟고 있어 손님들은 비싸다고 하고. 이런 상황에서 대형마트는 세일을 한다고 난리고…. 업친데 덮친 격이죠. 우리 같은 소규모 정육점 상인들은 다 죽게 생겼어요."-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57)씨-

최근 구제역 여파로 육류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마트가 '통큰 LA갈비, 통큰 한우와 돈육' 등 '통큰 시리즈'를 내놓자 동네 정육점에선 "못 살겠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여기에 구제역 발생 이후 도축량이 줄어들면서 도매 가격마저 뛰고 있어 동네 정육점에선 가게 유지가 힘겹다며 아우성이다.

동네 정육점들은 대형마트가 할인 행사를 벌여 그나마 있는 손님마저 끌어가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인천지역 정육점 업주마다 "롯데마트가 고기를 싸게 팔면서 손님 발길이 끊겼다"면서 "동네 정육점들의 경우 경매가가 올라 고깃값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데, 대형마트가 동네 정육점 숨통을 조이고 있다"라고 말한다.

지난 11일 남동구 간석동 H 정육점. 한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이 매장은 구제역 발생 전과 비교했을 때 매출수입이 40% 가량 떨어졌다. 불경기와 구제역 발생 등으로 시민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47)씨의 한탄이 이어진다. 

"말도 마세요. 시중에 물량이 많지 않아서 육류 값이 20~30%나 올랐어요. 특히 돈육 값이 하루에 500원~1천원씩 오르고 있습니다. 앞으로 설 명절 대목도 있으니 어디까지 오를지도 모르고, 우리도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이 소비자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손님마다 가격이 비싸다고 난리들이니 정말 답답해요."

김씨의 걱정은 이뿐만 아니다. 롯데마트가 수입고기에 이어 국산 한우와 돈육 할인 행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롯데마트는 LA갈비 총 250톤을 100g당 1천250원에 판매하는 '통큰 갈비' 기획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는 당초 계획했던 물량이 소진돼 지난 9일 조기종료를 했다. 이어 롯데마트는 지난 10일부터 열흘간 한우와 돈육을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한우 등심과 1등급 채끝살은 정상가보다 24% 저렴한 5천700원(100g)에 팔고, 국거리와 불고기는 25% 가량 싼 2천900원(100g)에 판매한다. 돼지고기는 뒷다리살과 등심, 안심 모두100g에 500원에 팔고, 삼겹살은 다음달 5일까지 34% 할인된 가격인 1380원에 판매한다.

이에 대해 김씨는 "평상시에도 명절 때가 되면 대형마트에서 할인을 하곤 했지만,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발생해 이전보다 영세 상인들이 더 힘들어졌다"면서 "먹고는 살아야겠으니, 요즘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장사하고 있다"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남동구 구월동에 위치한 S 정육점. 이 정육점을 운영하는 박모(39)씨 사정도 마찬가지다. 박씨는 "걱정에 잠도 제대로 오지 않는다"며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지난해보다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육류(소고기, 돼지고지)는 검증을 마친 제품인데도, 시민들 사이에선 구제역 때문에 육류를 먹으면 안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어요. 지난해보다 매출이 절반 가량 떨어졌는데, 대형마트에서 세일까지 하고 있으니 이러다간 문까지 닫게 생겼습니다."

박씨는 "지역 내 육가공 물량이 하루에 1천마리쯤 돼야 하는데, 구제역 발생 후 가축 이동제한으로 요즘은 70~100마리에 불과해 정말 죽을 맛"이라며 "우리 같은 영세상인들은 대형마트랑 경쟁해서 당해낼 수 없으니, 구제역이 빨리 진정돼 이동제한이 풀리기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제역 이후 치솟는 육류가

구제역 발생 이후 육류 경매가는 크게 상승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0일 한우 고기 평균 경매가는 ㎏에 1만5천557원으로 지난달 평균 가격(1만4천900원)보다 4.4% 올랐다. 구제역 발생 지역의 도축이 금지되면서 출하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매가 상승에 따라 인천지역 동네 정육점 상당수가 소고기 값은 10% 가까이, 돼지고기 값은 ㎏당 3천원 정도 올려 받고 있다. 손님 발길이 끊길까 예전 고기값을 유지하고 있는 정육점들 역시 조만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정육점 유통망의 경우 농가에서 도매시장으로 출하된 지육을 경매낙찰을 받아 정육업자들이 작업을 한 뒤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그러나 대형마트에선 대형 육가공업체와 계약을 맺고 정형화한 제품을 대량으로 구입해 판매하기 때문에 소규모 정육점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어쩔 수 없이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결국 구제역에 대한 불안감과 대형마트의 기획행사 등으로 일반 정육점 상인들은 시민들의 소비심리 위축과 원가상승을 동시에 겪고 있는 것이다.

한 정육점 주인은 "대부분의 소규모 정육업 상인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상점을 접고 싶어 하는 상인들이 많다"라고 하소연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