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문자만큼은 아니지만, 최근 재난 문자 수신이 부쩍 늘었다. 또한 학생들에게 친구들 보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에 비교될 법도 하다. 이제야 개학하고 얼굴을 볼 시점인데, 이태원 발 확진자 소식에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의 걱정도 재차 커졌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사투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경각심을 늦추면 안 될 테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정책이 바뀌며 바깥 외출이 조금씩 늘고 있다. 시민들은 먼 거리는 부담이 되니 인근 공원과 산을 찾으며 답답함을 해소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마스크는 지갑과 핸드폰 다음으로 필수 소지품이 되었다.
청라에는 남북으로 뻗은 인공호수가 하나 있다. 공촌천과 심곡천을 물길로 이어주고 있는 공원의 규모가 상당하다. 청라가 조성될 초창기엔 허허로운 천변의 갈색톤이었다면, 10여 년이 넘은 지금은 화단과 나무의 성장으로 푸른 기운이 감도는 공원이 되어 청라주민의 휴식처로 인기를 끌고 있다. 뜀박질하는 사람이라면 15여 분에 한 바퀴를 돌겠지만, 5Km 둘레를 걷는다면 1시간 남짓 걸릴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속도를 올리는 아이들이 보이고, 드넓은 음악당 잔디밭에서 답답함을 해소하는 어르신도 보인다. 지금은 단단히 묶어 두었지만, 카약체험을 할 수 있는 구역도 있다. 공원은 3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중간 중간을 가로지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각종 시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한번은 제주의 풍경을 옮겨두려나 하는 공사 현장을 보게 되었다. 담을 쌓아 현지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듯 주변에는 규격화된 상자 꾸러미에 화산암이 가득 쌓여 있었다. 구멍 송송 뚫린 검은 돌은 육지에선 흔하지 않은 재미난 돌이다. 그런데 나무판에 적힌 원산지를 살펴보니 베트남이었다. 화산암이 베트남에서 수입되어 이곳 청라호수공원까지 오게 된 여정이 괜스레 의아했다. 국내에서는 화산암 반출이 안 되어서 그런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외국산을 수입해 조성하는 의도가 내게는 눈엣가시였다. 눈을 한번 비비고 다시 공원을 둘러본다.
잠잠한 호수공원 중앙에는 향후 깜짝(?)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 청라의 숙원사업인 청라시티타워 완공이 바로 그것인데, 인구 10만을 넘긴 도시에서 어른들의 마지막 바람이 물 아래 잠들어 있는 셈이다. 3년 안으로 450m 높이로 지어질 타워빌딩은 청라의 스카이라인을 바꾸어 놓을 전망이다. 이미 지난 년도 11월 21일 기공식이 이뤄졌고 공원 중앙에 섬처럼 떠 있는 6각형의 휑한 대지는 아직 펜스로 막혀 있다. 완공 후에는 그 옆 음악분수의 리듬이 더욱 비트 있게 재생될 것이다. 타워에서는 날 좋으면 멀리 북한의 개성까지도 보인다고 하니 아이들 사이에서는 인천의 키다리아저씨가 사는 빌딩으로 소문이 날 것이다.
산책 중에도 마스크를 끼고 걷는다. 외부 활동 시에 늘 마스크를 착용하며, 손을 자주 씻는다. 개학이 이뤄지면 비말 접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 막아야 하고 꽃가루를 피해야 하며 비말을 조심해야 하는 현대의 우리들은 너무도 바쁘다. 정말 조용하게 바쁜 것이다. 호수공원을 걸으며 자주 먼 하늘을 응시한다. 저 너머엔 좀 더 편안한 세상이 있는지 해서 말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지만 생활 속 거리 두기로 밀접하게 지내는 것을 피하게 되니 아쉽다. 그런데 그 아쉬움이 건강을 위하는 방법일 테니 함께 행동할 따름이다. 본가 거실에 LED등 모듈 소자 몇 개가 타버리고 말았다. 부모님 속 태울까 싶어 얼른 새것으로 교체해 드렸더니 얼굴이 다시금 활짝 펴지셨다. 동시에 잠시 ‘봄’을 느끼고 ‘가정’을 느껴 보게 된다. 공원이 주는 조용하고 묵직한 청량감은 어느 시점에야 함께 느끼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