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숲, 그림책이 건네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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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숲, 그림책이 건네는 위로
  • 신안나
  • 승인 2021.04.09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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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 그 너머의 기록]
(50) 신안나 / '책방 바람숲' 책방지기
<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이 지난 48회 부터 3기 필진으로 교대했습니다. 이번에 참여하는 책방지기들은 강화 불은면 '책방 바람숲' 신안나 대표, 부평구 갈산동 '연꽃빌라' 김보름 대표, 강화군 강화읍 '꿈공작소 모모' 서상희 대표, , 동구 화수동 '책방모도' 문서희 대표, 계양구 작전동 '그런대책방' 김미성 대표 등 5명입니다.

 

'책방 바람숲' 전경

 

여기, 작은 책방이 있어요.

강화 초지대교를 지나 조선을 지킨 초지진, 덕진진 가까이에 굽이굽이 농로를 따라 가다가 길을 잘 찾아가고 있는 건지 의심이 들 때 쯤,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책방 바람숲이 함께 하고 있다.

책과 함께 간단한 음료도 마실 수 있는 북카페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도서관이 주고 책방은 더부살이를 하다 보니 공간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작은 공간에 어떤 책을 어떻게 갖추어야할까 고민이 많이 담긴 책방이다. 처음엔 책을 사기 위해 책방을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중교통이 편리한 것도 아니고 주변 인구가 많은 것도 아니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도서관에 왔다가 우연히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고 책을 집어 드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작은 책방의 존재와 책방지기의 정성을 알아주고, 책방 바람숲이 계속 유지되길 바라는 사람들의 각별한 정성을 조금씩 느끼게 되었다.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면 할인과 포인트까지 얻으면서 손쉽게 책을 구입할 수 있음에도 책방에 책을 미리 주문하고,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 바람숲까지 찾아와 직접 책을 찾아가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처음엔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들어 어찌해야할지 몸 둘 바를 몰랐지만, 책방지기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좋은 책을 찾아 그들에게 가 닿을 수 있게 하는 것뿐이다.

 

책 보고 차 마실 수 있는 공간

 

어쩌다 책방지기

어느 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몇 달간 쉴 겸 도서관 일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강화도에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 8년째 강화도에 살고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책방지기가 되어 있다. 내가 어쩌다 책방지기가 되어 있는지... ‘인생은 정말 예측이 어렵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오히려 맥주 집을 하고 있다면 하나도 이상할 게 없을 것 같은데, 책을 유난스럽게 좋아하지 않았던 내가 책에 파묻혀 살고 있다니...

서른을 훌쩍 넘긴 어느 날 그림책의 세계를 알게 되었다. 그림책 한 권으로 복잡한 생각들이 단순해졌고, 산다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만도 않다는 위로와 함께 이상한 용기도 생겼었다. 한 권의 그림책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그림책도서관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내 삶에 새로운 길이 열렸고, 그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생각해보면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모른다.

책방의 매일의 일상에 햇살이 반짝이고 즐거운 일들이 넘쳐나지는 않는다. 책 먼지를 털어 내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내뱉어지는 날들도 많다. 하지만 사람과 책을 연결해주는 일엔 묘한 매력이 있다. 내가 그랬듯 누군가 작은 책방에서 멋진 책을 발견해 그의 삶에 작은 위로를 얻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바람과 숲, 그림책이 건네는 위로

바람숲에서 할 수 있는 멋진 일 중 하나는 숲으로 둘러싸인 넓은 야외 데크 위에서 캠핑의자에 앉아 바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것과 해먹에 누워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그림책이 함께 한다는 것은 너무나 멋진 일이다. 그림책은 짧고 읽기 쉽지만, 그 안에는 삶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용기 같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마음, 자연의 아름다움 등 중요한 가치들이 담겨 있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보며 상상하고 느끼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으며 성장해 가고, 어른들은 그림책에서 위안을 얻고 때로는 감동을 느끼며 그 안에서 휴식을 찾는다. 사는 게 너무 팍팍해 책을 손에 들 여유가 없거나,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바람숲에서 그림책 한권을 들고 바람도 느끼고 하늘도 한번 보기를 권하고 싶다. 바람숲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좋은 책을 만나고, 자신 안에서 자연을 닮은 마음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책방에 있다 보면, 본인도 언젠가는 책방을 운영하고 싶다고 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된다. 말끔하게 정리된 책방에서 분위기 있는 음악을 틀어놓고, 커피를 마시며, 가볍게 책을 한 권 보다가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고, 책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많은 사람이 꿈꾸는 그림이다. 그런데, 그 장면이 있기까지는 많은 노고가 숨어있다. 가끔은 우아한 백조와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백조가 물밑에서는 쉼 없이 발을 움직이듯 오늘을 열심히 살아간다.

 

해먹
해먹

 

입구
책방 바람숲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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