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책, 블라인드북을 찾아 떠나는 책방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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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책, 블라인드북을 찾아 떠나는 책방여행
  • 서상희
  • 승인 2021.04.29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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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53) 책도 좋지만, 사람을 더 좋아하는 책방지기 - 서상희 / 꿈공작소 모모 책방지기
블라인드북 전경
블라인드북 전경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신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유안진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의 일부입니다. 오래전 책방을 열기 전부터 그리던 그림입니다. 바로 그런 친구처럼. 이웃집 마실 가듯 편하게 책의 향기를, 사람의 온기를 나누는 곳, 만남의 공간 작은 동네 책방, 꿈공작소 모모.

‘동네책방 생존탐구’에서도 책을 좋아한다면 서점 일을 하기보다는 그냥 독자가 되는 것이 정답이라고 하는 말을 보았어요. 책방은 책보다 사람을 더 좋아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말. 책을 좋아하지만, 사람을 더 좋아하는 책방지기에게 용기백배하게 하는 말이었답니다.

그러니 책방지기로서 ‘책과의 만남’도 ‘어떻게 만날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무슨’ 책을 보다 '어떻게’를. 가끔은 ‘무슨’ 책이 중요하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물론 있습니다. 사실 책방을 하고 싶은 생각은 많았지만 구체적인 준비는 부족하기도 했어요. 우연히 지인과 들른 가게 자리를 보고 갑작스럽게 열게 되었거든요.

급하게 시작하다 보니 욕심내지 말고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집중해보자 생각했습니다. 책방이 단순히 책을 사는 곳이 아니라 책을 만나고 체험하고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만남’ 이라는 주제로 모아보자고. 그리고 그 결과물 중 첫 번째가 모모친구 추천 편지글이 담긴 ‘블라인드북’입니다.

블라인드북 감동구절
블라인드북 감동구절

함께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공간이니까 책방지기 혼자보다는 책을 사랑하는 모모친구들의 추천하는 책이면 좋지 않을까. 평범한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인 이야기, 우리 이웃이 전하는 편지글이 있다면. 친구에게 말해주듯 권하는 한 권의 책 이야기. 그들에게 뿌리내린 감동을 나누어보는 경험. 거기에 꼭 가수가 아니더라도 노래방 가면 즐겨 부르는 저마다의 18번, 애창곡이 있는 것처럼 마음에 담아둔 인생책은 뭘까. 요즘 읽는 강화 이웃들의 감동책은 또 뭘까 궁금하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옷을 구매할 때처럼 같은 스타일로 채워지는 옷장처럼. 무릇 책이란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 버리는 도끼가 되어야 하는 카프카의 말처럼. 고정관념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의 호기심을 가질 수 있으니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편견 없는 선택을 위해 자연스럽게 감동책은 비밀책, 블라인드북이 되었답니다.

강화읍 용흥궁공원 가는 골목길, 작은 책방 꿈공작소 모모에 오신다면 입구에 들어서자 바로 오른쪽 벽면을 봐주세요. 블라인드북 코너가 있답니다. 작은 액자 속에 번호마다 감동 구절이 적혀 있어요. 찬찬히 한 번 책 속 구절을 음미해 보는 것도 좋답니다. 입속으로 조용히 되뇌어 보세요. 어느 순간 마음에 닿는 구절을 발견했다면, 다음 순서는 바로 밑에 있는 같은 번호 책 메뉴판을 꺼내 보는 겁니다. 각각의 번호마다 있는 책 메뉴에는 간단한 책 소개와 모모친구들이 쓴 나름의 추천이유와 감동 사연이 담긴 편지글이 있답니다.

그렇게 ‘감동 구절’, ‘책 소개글’ 그리고 ‘추천 편지글’ 이렇게 하나하나 만나보는 거예요. 추천자의 편지글이 예쁜 봉투에 담긴 블라인드북을 만나는 과정을 즐겨 보세요. ‘선물처럼 너에게, 나에게’

모든 일이 다 그렇듯 블라인드북도 조금씩 변화했습니다. 처음엔 한 페이지 안에 감동 구절과 추천 편지글을 적었어요. 글이 많아 산만해 보이고, 전하려는 메시지가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감동 구절만 따로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간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한 권마다 다른 메뉴판에 간단한 책 소개와 추천자의 편지글을 담았습니다. 머릿속으로 생각할 때는 한 장에 다 담는 것이 간단해서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다르더라고요. 역시 해봐야 압니다.

연령층, 직업군도 조금씩 넓어졌답니다. 처음에는 지인들로 부탁을 했지만, 점차 책방에서 맺은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져 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게 되었어요. 정년 퇴임한 선생님께서 수년에 걸쳐 매일 조금씩 10번은 읽었다는 인생책이 있습니다. 강화여고 도서반 독서모임에서 청소년들만 아니라 어른들도 모두 다 읽었으면 좋겠다며 열정적으로 발언하던 10대의 감동책도 있습니다. 또 북큐레이션부터 각종 독서모임 지도에 독서관련 블로그 활동까지 열정 사서선생님의 서평이 책방지기 마음에 쏘옥 들어와 부탁드린 추천책도 있습니다.

그리고 청촌내일 청년커뮤니티를 통해 문화욕구를 채워가자는 의욕 넘치는 강화 청년들의 관심책도 있습니다. 또 강화인은 아니지만 강화 순무민박에 한 달 살기 프로젝트로 와있던 싱어송 라이터와 돌멩이나라라는 강화 이야기를 주제로 한 일러스트디자이너가 선택한 한 권의 책도 있어요.

그래도 신기한 건 귀촌하여 몇 년째 강화 살이를 해 왔거나, 부모님 간병을 위해 몇 달 동안 강화 살이를 하고 있거나, 며칠간 휴가를 내고 강화 책방여행을 떠나오거나 다들 저마다 강화에 온 인연도, 하는 일도 다르지만 책에 대한 진심은 닮았다는 겁니다.

 

블라인드 북
블라인드 북

 

그런 마음이 이제 20 여권이 되었습니다. 추천 사연도 역시 따뜻함이 묻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들이랍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공부하는 학문이라 읽게 되었는데 태어나 처음으로 책에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면서 읽었다는 고백. 상황과 소재를 다양하게 해석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확장된 느낌이 들었답니다. 비록 그 사람과는 인연은 이어지지 않았지만요. 또 마흔이 넘어 직장도 가정도 온통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두려움으로 커간다면서, 짧지만 깊은 산문들이 울고 싶은 자신의 뺨을 때렸다 얼렀다 하며 위로를 주는 책이라는 사연도 있습니다. 어설픈 희망보다 나은 책이라며 추천한다는 글이었어요.

혼자 추천했다면 놓쳤을 세대별, 지역별, 직업별 담을 수 있는 다양성이 꿈공작소 모모친구 블라인드북의 장점입니다. 그런 마음을 읽어주듯 책방에 와서 블라인드북 감동 글귀를 정성껏 읽어주는 눈길만으로도 책방지기 행복이 넘치는데요.

그래도 욕심을 내어본다면 더 많은 눈길이 머무르는 것입니다. 블라인드북의 단점이랄까 어려운 점은 여전히 책 제목을 모르고 사는 것을 주저하는 분들에게 어떻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까입니다. 물론 추천자들에게도 단순히 책 제목만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편지글을 써야 하는 건 부담이기도 하지요. 사실 한 권만 딱 골라 추천한다는 것도 어려운데 추천 이유를 쓰는 일도 쉽지는 않지요. 책방지기 입장에서도 요즘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책 추천까지 인연을 만드는 일이 만만치 않기도 하고요.

하지만 역시나 동전의 양면처럼 이런 점들이 오히려 장점이기도 하다 싶습니다. 가만히 곰곰 돌아보며 생각하고 곱씹어 본 시간들, 그 마음을 선물처럼 받아보는 일. 그게 블라인드북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천천히 가는 책방, 느리게 사는 삶. 모모친구 블라인드북 역시 서두르지 않고 가려고 합니다. 책을 고르고, 읽고 추천하는 일. 동네 책방에서 책을 산다는 건, 편의점에서 캔커피를 사는 일이 아니라는 걸요. 원두를 갈고 천천히 물을 붓고 조심스럽게 두르며 향을 내리는 일련의 핸드드립 커피 내리기처럼 진한 책의 향기를 느긋하게, 그리고 깊숙이 따뜻하게 담아보는 것이니까요.

나의, 우리의, 여러분의 향기가 담긴 인생책, 감동책이 궁금해지는 시간.

책방여행 떠날 시간. 나누러 오세요. 책의 향기가, 사람의 온기가 있는 블라인드 북을 찾아 모이자 모여라 꿈공작소 모모

인천 강화군 강화읍 북문길 10

0507.1329.4362

http://instagram.com/momo_ggum

blog.naver.com/momo_gg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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