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들풀 숲속에 붉은 자주색 꽃이 눈에 띄었다. 익모초꽃이다. 줄기 윗부분 잎겨드랑이에서 층층으로 숱하게 달려 피었다. 많은 꽃이 줄기를 감싸고 피어나는 게 신비스럽다.

 

 

익모초는 쑥과 비슷하다. 쑥보다 잎이 넓게 자라 눈썰미가 있는 사람은 쉽게 구분하지만 그게 그것 같다. 그런데, 익모초꽃은 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쑥은 꽃자루가 거의 없이 눈에 띄지도 않게 피어나지만, 익모초는 홍자색에다 줄기를 둘러싸고 많은 꽃이 화려하게 피어난다.

아침 산책길. 들풀 사진을 찍고 있는데, 도회지에서 몇 년 전에 이사 온 아주머니가 관심을 보인다.

 

"이 꽃이 뭐예요?  쑥 같기도 한데…."

"쑥 아니고, 익모초예요."

"그 쓰디쓰다는 익모초?"

아주머니는 익모초 꽃은 처음 본다고 한다.

"익모초즙이 쓰다는 건 아시는데,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 아세요?"

고개를 가로젓는다.

"더할 '익(益)'자에 어머니 '모(母)', 풀 '초(草)'를 쓰죠!"

"아! 그래요. 이름에서 여자들한테 좋은 풀 같네요."

"그렇기도 하고. 예전 한여름 더위 먹고 기운 없을 때 즙을 내먹기도 했지요.“

"맞아요!"

 

아주머니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며 좋아한다.

무더운 여름철, 입맛도 없고 먹은 것도 시원찮은데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면 '더위 먹었다'라는 말을 한다. 이럴 때 익모초즙을 내서 먹으면 효과를 보았다.

익모초 하면 쓰디 쓴맛부터 생각난다. 생즙을 내서 한 모금 넘길 때 느끼는 쓴맛이란 상상을 초월한다. 그 쓴맛 때문에 밥맛을 되찾고 원기도 회복한다고 얼굴을 찡그리며 먹었다. 민간에서는 이 풀을 말려 대하증, 자궁출혈, 출산 전후 부인병 약재로 많이 썼다.

익모초꽃을 보면서 어릴 적 한여름에 기운 없다고 하면 어머니께서 억지로 먹여주셨던 익모초즙이 생각난다.

그때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입에 쓴 게 몸에도 좋은 거여!"

 

 

익모초 / 자작시

 

삼복더위 더위를 먹었다.

어머니는 흰 사기대접에

까만 즙을 내밀었다.

쓰디쓰다.

"어무이 뭔디 이렇게 쓰당까?"

"요놈아, 암말 말구 넘겨봐!"

어머니는 쓴 것을 자꾸 먹였다.

약도 쓰고 꾸지람도 썼다.

복날,

삼계탕 대신

그 쓰디쓴 풀즙을 마셨다.

약이 된

어머니의 쓴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