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26일 암으로 58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박누가 의료선교사(의사). 그가 떠난 지 3년이 지났지만 그의 헌신적 삶은 여전이 감동을 준다.
그는 의사가 된 이후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을 되살려 국내에서 돈벌이를 포기하고 필리핀으로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1989년의 일이다. 그 후 그는 1992년 췌장암을 시작으로 위암 말기, 간경화, 당뇨 판정까지 받은 시한부 인생을 살았다. 그러면서도 30여 년 동안 필리핀 의료 봉사를 멈추지 않았다. “내가 아파 봐야 아픈 이의 고통을 안다”고 말하며 현장을 지켰다.
그의 의료 사역지는 필리핀 바기오 북부 산악지대 오지마을이다. 마땅한 의료시설 조차없어 안타까운 죽음이 일상이 되다시피 한 곳이라 전해진다. 그곳에서 그는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필리핀 누가선교병원을 세웠고, 메디컬 고물버스 한 대를 마련해 50여 개의 오지 마을을 돌며 의료 봉사를 멈추지 않았다. 자신도 병마로 힘들어하는 가운데에도 오지에 있는 환자들을 단 한 명이라도 더 찾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이런 박누가 선교사의 삶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인 지난 2012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KBS1 ‘인간극장’에 소개되며 많은 감동을 전한 바 있다.
그리고 2019년 4월, 다큐 영화 ‘아픈 만큼 사랑한다’가 개봉됐다. 박누가 선교사의 사후 그의 생전의 의료봉사 활동과 함께 그를 잊지 못하는 필리핀 현지의 이웃들과 그가 떠난 뒤에도 그의 뜻을 이어 의료선교를 계속 이어가는 이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젖어온다. 특별히 눈물을 짓게 만드는 편집이나 설정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누가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이 전해진다.
예수를 믿는다고 말하는 신자들이 인구의 절반 가까이 되지만 사회 속에선 예수의 향기를 느낄 수 없다고 비판하는 이들이 많다. 예수를 믿는다고 말하긴 쉽지만, 예수처럼 살며 그의 뜻을 행하는 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영화 속에서 박누가 선교사는 예수의 삶을 산다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 지 몸으로 직접 보여줬다. 이 영화는 선교사의 삶을 다룬 영화이기에 어찌 보면 종교영화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영화에 박누가 선교사의 신앙과 관련한 내용이 직접 등장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그의 삶을 통해 느껴지는 예수의 삶과 향기는 이 영화가 그 어떤 종교영화 보다도 깊은 울림을 가지게 한다.
시민기자 이창희 lee9024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