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유연근무제' 실효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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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유연근무제' 실효 있나?
  • 배영수
  • 승인 2011.08.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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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다음달 정식 도입 - 부작용 극복이 최우선

인천시청사 종합민원실은 하루에도 많은 시민들이 민원과 서류 작성을 위해 방문한다.

인천시가 정부 지침에 따라 오는 9월 정식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공무원 유연근무제'가 지난달 18일부터 본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 실효성을 놓고는 말이 무성하다.
 
'유연근무제'는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근무하는 정형화한 일반 근무를 벗어나 출근·근무시간을 주 5일 40시간 기준에 맞는 선에서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식. 서울지역 벤처기업 몇몇이 시작한 이후 최근 SK 등 대기업에도 적용돼 운영되고 있다.
 
인천시 역시 지난달 12일 "근무형태를 다양화해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유연근무제를 시 본청부터 시범 도입한다"라고 밝힌 상태다.

시가 유연근무제를 적용하는 대상은 무기계약직 등 관계법령 적용을 할 수 없는 직원을 제외한 일반직(별정직 포함) 모두이며 시범 운영에는 5급 이하 직원이 대상이다.
 
2주 정도 지난 현재 참여율은 얼마나 될까.

김두환 인천시 총무담당실무관은 "현재 시 본청 내 26개 부서에서 41명이 지원했다"면서 "전체적으로 보면 낮은 비율이겠지만 본격적인 도입 이후 참여율도 서서히 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실무관은 "처음 유연근무제 도입을 검토할 때 타 시·도에서 발생한 부작용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던 게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공조직이 갖고 있는 보수적 분위기에 적응된 공직자들이 과연 이것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클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천시는 부서마다 구성원 수가 조금씩 다른데, 5명 미만의 적은 인원으로 구성된 부서는 유기적인 활동상 유연근무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적지 않은 기간 도입을 검토했던 대기업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인천시도 이에 대한 효율성에 의문이나 고민을 갖고 출발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 실무관은 "시작한다고 했을 때 참여율이 전무하거나 10명도 채 안됐던 다른 지자체들과 달리 인천시는 그래도 첫 출발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이 민원 응대라든가 업무 기강 등에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지금은 이를 지켜보는 상황인데, 아직 특별한 문제점은 없었다"면서 "실제로는 더 많은 공직자들이 유연근무제 도입을 희망하고 있다"라고 했다.
 
실제로 시는 지난 7월 자체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82%가 향후 유연근무제 참여를 희망한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시청 민원실을 찾은 시민을 상담 공무원이 안내해주는 모습. 

그렇다면 유연근무제가 도입된 이후 실제 민원 처리 상태는 어떨까.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시청사 민원실 안과 밖을 돌아다니며 시민들을 대상으로 민원의 만족도 혹은 불편도를 조사한 결과, 대다수 시민들은 '민원행정에는 크게 불편한 부분은 없었으며 유연근무제 도입은 전혀 알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26일 업무차 시청 부서와 민원실을 찾았다는 시민 박모(46)씨는 "그것(유연근무제)이 인천시청 직원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면서 "인천시는 직원들이 교육을 잘 받았는지 민원에 특별한 불편함이나 불쾌감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개인적으로 유연근무제는 공조직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얘길 들으니 인천시가 이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라고 했다.
 
여권 갱신 때문에 지난 29일 시청을 방문했다는 주부 유모(39)씨도 "주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재개발·재건축 같이 심각한 또는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는 사안을 제외하면, 인천시 민원처리 속도는 대체로 만족한다고 하더라"면서 "시청을 찾는 사람들이 불편하지만 않다면 (유연근무제 도입을)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의 한 공직자는 "관련 부서 일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본격적인 도입 이후가 되더라도 시민 입장에서는 민원 등 업무 처리 속도에 불편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소 "최근 청주시 등의 소식을 들으니 참여한 인원이 전무하다시피 했다고 들었는데, 인천시에서 40여명의 공직자가 신청을 했다는 건 나름 괜찮은 수준인 것 같다"라고 평했다.

그는 "홍보나 교육 등도 중요하겠지만 오랜 기간 이어온 보수적인 분위기에 대해서는 전환이 필요해 보이기도 한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오는 10일 시범 운영을 마치고 평가에 돌입하면 대략적인 윤곽이 잡힐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9월에 운영될 유연근무제 틀을 잡겠지만, 송영길 시장이 유연근무제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향후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 등에 대해서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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