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구, 한국시리즈 1차전 완투패... 불운 털고 리틀야구단 감독 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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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구, 한국시리즈 1차전 완투패... 불운 털고 리틀야구단 감독 15년
  • 최림 객원기자
  • 승인 2022.11.03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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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김홍집 부평 리틀야구단 감독
11회까지 141구 던지며 역투했지만 한국시리즈 첫 끝내기 피홈런
한국시리즈 비운의 상징... 부평 리틀야구단에서 15년째 후진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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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머리 희끗희끗한 50대 감독이 됐다. 94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첫 끝내기 홈런의 희생양이 됐던 김홍집 감독이 당시 얘기를 하고 있다.

2022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SSG가 키움에 6대 1로 승리해 1차전 패배를 설욕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3차전을 앞두고 양 팀 팬들을 중심으로 승부의 열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가을야구가 깊어져 한국시리즈가 열릴 때면 으레 떠오르는 선수가 있다. 특히 인천 야구팬들에게는 안타깝고 애틋한 이름 김홍집이다.

141. 한국시리즈 1차전 완투패.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키워드다.

요즘처럼 투수 분업화가 비교적 철저해진 요즘 한 경기에서 그렇게 많이 던지면 코치진은 투수 혹사라는 비난부터 받을 각오를 해야 하겠지만, 현실은 아마 그렇게까지 던질 만큼 강한 어깨를 가진 투수도 없을 것이다정규시즌도 아닌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그렇게 많은 공을 던졌음에도 11회 연장 끝에 패전 투수가 됐다. 인천 연고 프로 팀 최초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기에 열광했던 당시 태평양돌핀스 팬들로서 그를 보는 마음은 슬픔을 넘어 가엾기까지 했다. 절묘한 제구력과 영리함으로 11회까지 1실점으로 버티던 그는 한국시리즈 사상 첫 끝내기 홈런의 희생양이 되며 무너졌다.

국가대표 에이스 출신으로 구대성, 이상훈과 함께 좌완 3인방으로 불리기도 한 김홍집은 그해 123, 승률 0.800을 기록하며 본인의 커리어 처음이자 마지막 타이틀 홀더(승률 1)가 됐다.

그를 [인천in]이 소환했다.

 

그는 이제 선수 김홍집이 아니라 감독 김홍집이 더 익숙하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야구 선수로 뛴 기간(11)보다 더 긴 시간 어린 제자들과 함께하고 있다인천 부평 리틀야구단 감독으로 어느덧 15년 차. 출산 저하로 인한 선수 자원 부족에 최근 코로나까지 겹쳐 130여 개로 줄어든 전국에 있는 리틀야구단에서도 고참급 감독에 속한다. 소위 말하는 이름값으로도 당연히 최상급이다.

첫날은 제16회 남양주시 전국리틀야구대회 예선전이 열리고 있던 화성 드림파크 야구장에서 경기 끝난 뒤에 만났다.

몇 년간 스스로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엘리트 야구 팀에 비해 크게 승부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기에...”

이젠 승부에 한발 비켜서 있을 거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말로는 승패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데, 벌게진 얼굴은 누가 봐도 화를 억누르는 모습이 역력했다. 꾹꾹 눌러 뱉는 말투에도 감정 상태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가 오랫동안 했다던 내려놓는 연습은 효과가 없는 듯했다. 하긴 그가 누군가?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던 승리욕이 불타던 선수 아니었던가? 편안한 인터뷰는 이미 물 건너간 상태. 어쩔 수 없이 다음 기회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94년 한국시리즈 LG와의 1차전 11회 연장에 맞은 공은 아마 아직도 날아가고 있을 겁니다.”

며칠 뒤 두 번째 만남에서는 예의 그 유쾌한 김홍집을 만날 수 있었다. 그를 만나면 빼놓을 수 없는 그날의 한국시리즈, 그 공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달변인 그에게서 자조 섞인 답이 나온다. 프로선수생활 시절 셀 수 없이 던진 많은 공 가운데 딱 그 공 하나로 기억될 만큼 임팩트는 있지만 패전을 안긴 아쉬움 때문에라도 그날 얘기에 대해 손사래 칠 법도 하지만 그답게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그의 주변에서는 메이저리그의 밤비노의 저주에 빗대 김홍집의 저주94년 한국시리즈 이후 LG의 우승을 막고 있다고 얘기할 만큼 그 홈런에는 김홍집 감독의 한이 서려 있다. 올해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던 LG트윈스가 플레이오프에서 좌절하자 김홍집 감독의 지인들은 저주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말할 정도다.

 

(사진=인천in)
김홍집감독이 경기전 불펜에서 선발투수에게 잘못된 투구 폼에 대해 고쳐주고 있다.(왼쪽) 어린 시절 야구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서 전광판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보며 경기하는 것만으로도 평생 값진 추억이 될 것이라고 선수 부모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오른쪽)

이제는 감독 김홍집으로서 할 얘기가 더 많아 보였다.

어떤 분야나 기본이 중요하죠. 저도 마찬가지예요. 선수들에게는 늘 기본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기술이야 조금 늦게 배워도 되거든요. 기본이 탄탄하면 그 뒤에 익히는 기술이 빛을 발하게 되죠.”

숱하게 스쳐 간 제자들 가운데 장지승과 조유성. 두 명의 제자가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중학교 때까지 엘리트 야구부에 속한 적 없던 장지승은 동산고를 거쳐 성균관대에 진학했다. 그 뒤 2021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외야수로 활약 중이다. 또 인천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조유성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만나 아직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 야구장에 왔을 때는 수줍어서 함께 온 아버지 뒤에 숨던 꼬마였는데 어느새 힘든 운동도 견뎌내는 모습이 기특하더라고요. 이젠 제게 농담도 할 만큼 컸더라고요.”

애로사항을 물었다. 코로나보다 더 어려운 건 요즘 어린이들의 성향이라고 한다.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중요시한다는 MZ세대들보다 더 어린 세대를 만나고 있으니 단체 생활에 대해 어려워하는 경우를 전보다 많이 겪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에 야구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어린 친구들에게 단합, 화합 이런 단어를 기대하는 건 점점 힘들죠. 특히 형제나 남매가 아닌 대부분 외동이다보니 개인주의적인 건 더 말할 것도 없고요.”

 

예전에는 스승의 날이나 제 생일에 찾아오거나 문자를 받을 때 뿌듯함을 느꼈는데 이제는 그것보다 제자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기 삶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게 그렇게 보람 되더라고요. 아마 유치원생이거나 초등학생 시절 만나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되니 그런 것 같아요. 점점 감독이 아니라 부모의 눈으로 제자들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바람을 물었다. 우승이나 프로야구 지명되는 제자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는 거창한 답을 예상했지만, 그의 목표는 소박했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목표였다. “부평리틀야구단을 거쳐 가는 선수들이 모두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제 목표예요. 야구선수로 꽃을 피우든, 다른 분야에서 자기 삶을 살든 제자들이 꿈에 도달할 수 있게 거들어주는 게 목표죠. 그러기 위해서 그들이 건강한 정신과 바른 품성을 갖도록 하는 게 그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는 것 만큼 중요하죠.”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그 시간에도 김홍집 감독은 훗날 자신처럼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오를지 모를 어린 선수들과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 부평리틀야구단

(사진=인천in)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도 웃으며 기념 촬영(왼쪽 사진)을 할 수 있는 것은 즐기면서 야구를 하는 리틀야구 선수들의 특권일지도 모른다.(왼쪽) 부평구 리틀야구선수들의 발이 되주는 야구단 버스(오른쪽)

토요일, 일요일 등 주말만 모이는 취미반과 평일 방과 후에도 모여서 운동하는 선수반이 있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6학년생까지 함께 운동할 수 있다. 물론 김홍집 감독 말고 별도의 코치도 있다. 참고로 인천에는 부평구처럼 주로 구 단위로 모인 10여 개의 리틀야구단이 있다. 6회까지 진행되는 정식대회에서 투수들은 이닝 제한이 있어 최대 2이닝까지 던질 수 있다. 어린 선수들의 어깨 보호를 위한 규정.

김홍집감독을 만나러 화성 드림파크 야구장을 찾았던 날 교체 멤버로 경기에 투입됐다가 2루타를 친 박윤재(후정초 4학년)는 리틀야구를 하는 이유를 묻자 딱 한마디 했다. “너무 재미있어요.”  어린이들에게 더 이상 어떤 이유가 필요할까?

◆ 야구단 선 학부모 인터뷰

▶ 김진욱 씨(부평서초 5학년 김민범 아버지)

아이가 자기밖에 모르는 것 같고, 몸 움직이는 것보다 핸드폰 게임에만 빠져 있어서 이런저런 운동을 시켜봤죠. 태권도, 검도, 수영, 축구를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제 뜻을 이루지 못했죠. 그러다 제가 끌고 가다시피 해서 부평리틀야구단에 입단시켰는데 지금까지는 완전 성공이에요. 일단 정해진 규칙을 지키는 것에 대해 의식하고 갑자기 욱하는 횟수도 많이 줄었죠. 특히 남을 배려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는 의지를 보여 만족스럽습니다.

▶ 김근덕 씨(삼산초 6학년 김수현 아버지)

취미반으로 시작해서 이미 1년 정도 야구를 했는데, 엘리트 야구단에 비해 공부를 병행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공부도 잘하고 반장으로서 학교생활도 잘하기에 아빠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죠. 문학경기장 가서 프로야구팀 응원하다가 본인이 직접 하고 싶어 해서 시작한 야구이기에 운동 나가는 걸 좋아합니다. 아빠로서도 아이가 부담감 없이 즐겁게 운동하도록 도와주려고 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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