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풍물과 국악에 바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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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풍물과 국악에 바치렵니다”
  • 김경수 기자
  • 승인 2022.12.28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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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공작소를 가다 - 아트 & 숨]
(3) 국악전용극장 잔치마당 서광일 대표
올들어 중구 개항장거리에서 갤러리 3곳이 문을 열었다. 동구 배다리거리는 문화·예술거리 조성사업이 진행되면서 문화공간이 확 늘었다. 이들 공간은 특유의 색깔들을 입히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인천in은 이곳들을 포함, 곳곳에서 예술을 일구는 사람들을 만나 공간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시작한다. ‘예술 공작소를 가다-아트 & 숨’이라는 문패를 달고 매주 수요일마다 한편씩 이어간다.

 

인천 부평의 백운고가교를 넘어가다보면 도로변 4층 건물에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명인을 초대하는 공연이기도하고 남사당패, 혹은 소리, 전통춤 공연이기도 하다. 바로 ‘국악전용극장 잔치마당’이 무대에 올릴 공연을 홍보하는 현수막이다.

2004년부터 극장이 생긴 후 줄곧 이 자리를 지켜왔다. 그동안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 중심에는 서광일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대표가 있다.

“올해는 특별한 해입니다. 예술단이 창단 30년을 맞았거든요. 개인적으로 풍물인생을 산 것은 그보다 몇 년 더 거슬러올라가지만 잔치마당이라는 이름을 이어온 세월이 그만큼 입니다.”

서 대표는 30주년을 자축하는 공연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부평을 근거지로 활동해왔으므로 당연히 부평에서 공연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예술단과 인연을 맺었던 이들을 초청하고 대표 레퍼토리 공연을 더했다. 박준영 배뱅이굿 전승교육자, 지운하 남사당놀이 전승교육자, 최영희 천년가무악 예술감독이 무대에 섰다. 지난 7월2일 부평아트센터에서 올린 공연이다.

“무엇보다 예술단을 거쳐간 이들이 한 무대에서 공연을 한 것이 특별했습니다. 동풍물단 출신부터 직장인, 기업인들로 구성된 동아리가 잔치마당 예술단과 연합 무대를 만든 겁니다.” 이날 공연에 온 이들은 한결같이 서 대표에게 “참 열심히 살았다”는 격려를 보내주었다.

연말 경사가 또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022 예술경영’ 대상을 수상했다.

‘코로나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나’를 주제로 소극장 운영과 예술단 활동 사례를 발표한 결과 수상이라는 희소식이 날아왔다.

“코로나가 처음 시작됐을 때 극장에서 무관객 온라인 공연을 시도한 것이 우리예술단입니다.”

2020년 2월27일 국악전용극장 잔치마당에서는 ‘문화가있는날 행사’로 예술단 공연이 예정돼 있었다. 코로나 전파가 막 시작될 무렵, 공연장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관객 없이 예정대로 공연을 했습니다. 이를 유튜브로 생중계했죠. 페이스북에도 올렸구요. 그랬더니 접속자가 500명을 넘었습니다. 격려 댓글도 이어졌어요. 소극장 공연 관객의 10배가 넘은 숫자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된다. 무릎을 쳤습니다.”

이후 1주일에 한번씩 무관객 공연을 실황으로 유튜브에 올렸다. 비대면 공연의 서막을 본인들이 열었다는 사실도 당시는 몰랐다.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공연을 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어린이 관객을 위한 예술단 레퍼토리 공연을 동아책로 출판, 한편으로는 공연 동영상을 만들어 학교현장으로 찾아갔다.

“황해도 전래소리를 소재로 만든 ‘금다래 꿈’이라는 작품입니다. 코로나로 초등학교 초청공연이 전부 취소된 겁니다. 인식을 바꿨죠. 클라우드 펀딩을 받아 책을 만들었는데, 목표를 훌쩍 넘겼습니다. 출판기념회 대신 공연을 하면서 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외에도 사례가 더 있다. 서 대표는 민간 소극장과 예술단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예술에 경영이 결합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 기반은 지난 2010년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은 데서 시작됐다. 문화예술 국악분야로는 제1호 사회적기업이 됐다.

“공연예술계 이슈가 됐죠. 작품을 만들려면 사람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술도 경영이 필요하다고 사고를 바꿨습니다. 공연과 기획, 행정을 세분화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국악전용극장 공연 모습
'명인명창 초청공연' 모습 ''
잔치마당 예술단 레퍼토리 공연 '동동마을을 구해주세요'  

극장 이야기로 넘어간다. 예술단 운영 1기(1992년~2004년)인 백마장 시절을 접고 현재 자리 십정동으로 이사를 오면서 국악 상설공연이 있는 열리는 소극장을 열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잔치마당 소극장’ 이라는 간판을 걸고 단원들이 ‘타&락 두르림의 즐거움’ 등 레퍼토리 공연을 매주 열었습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습니다만 관객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장르를 국악으로 확장하고 이름도 ‘국악전용극장 잔치마당’이라고 바꿨습니다.”

이후 지역 국악인들을 초청하는 무대를 열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극장지원특성화사업에 선정되면서 공연에 가속이 붙었다.

그렇게 시작한 공연이 현재는 ‘명인명창 초청공연’ ‘국악으로 행복한 수요일’ ‘만담의 폭소마차’ ‘무형문화재 초청 기획공연’라는 이름으로 연중 이어진다. 올 한해 소극장에서 올린 무대가 50여회에 이른다.

“잔치마당 예술단은 오로지 창작에만 몰두합니다. 끊임없이 고민을 하죠. 그럴 수 있는 바탕에는 풍물과 국악에 대한 사명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술경영을 강조하는 서 대표이지만 기질은 역시 풍물꾼 그 자체다.

 

'만담의 폭소마치'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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