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가 파괴할 바다의 일상과 여성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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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가 파괴할 바다의 일상과 여성의 삶
  • 박교연
  • 승인 2023.06.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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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박교연 / '페이지터너' 활동가

 

일본 정부가 6월 12일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오염수 해양방류 설비 시운전에 돌입한 가운데 수산물과 소금 등 먹거리에 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건어물과 천일염을 사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가 하면, 수산업 종사자들은 코로나-19보다 더욱 직격타를 맞을 수산산업을 걱정 중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소비자시민모임이 일반인 52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4%가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이 시작되면 수산물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2018년 한국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수산업 종사자는 890,861명으로, 그중 여성은 482,889명으로 남성 407,972명보다 많다. 남성 비율이 절대적인 선박 및 수산 장비 종사자수를 제외하면, 수산가공 및 유통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상당수가 여성이다. 게다가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 연령별 어가인구 통계를 보면, 통영시만 보더라도 어가인구 중 3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즉, 바다가 오염되면 65세 이상의 노인들은 생계수단이자 거주지를 모두 잃고 떠돌게 된다. 한국은 이미 노인 빈곤율이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높은데, 그런 나라에서 약 90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 그것도 상당수의 노인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소화할지 의문이다.

한국이 처음부터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동조한 것은 아니었다. 전 문재인 정부는 방류 결정전에도 2020년 10월 20일 국무조정실 주관 하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대응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일본에 정보를 요구했다. 그리고 2021년 4월 13일,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후에는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강력 항의했고, 의회에서도 여야 구분 없이 마음을 모아 일본을 강하게 비판하며 방류 중단을 촉구했다.

이 모든 게 바뀐 것은 2023년 3월 한일정상회담 이후부터였다. 3월 한일정상회담에서는 ‘위안부 합의이행 요구’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요구’와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많이 다뤄졌지만, 가장 중요했던 것은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와 관련된 대통령 발언이었다. 교도통신이 영문으로 “Yoon vowed all-out efforts to remove concerns over the water discharge in his country. 윤 대통령은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를 없애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맹세했다.”라고 보도한 덕에 국내여론은 들끓었다. 대통령실은 원전 오염수 관련 교도통신 보도에 대해 3월 30일 “근거 없는 오보”라고 부인했으나, 지난 5월 한일정상회담 이후 결국 오보가 아님이 드러났다.

오염수 방류 관련해서 세계의 안정성을 입증하는 것은 일본정부의 일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이 굳이 ‘오염수’ 대신에 ‘처리수’란 용어를 내걸고 방류에 대한 문제제기에 적극 반박하고 나선 것은 분명 이상한 일이다. 심지어 여당의 후쿠시마 대응 TF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지난 5월 11일 한 방송에 출연하여 오염수를 아예 “오염처리수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여전히 여당은 공공기관을 통해 조직적으로 오염수 안전론이 설파한다. 문제를 제기하면 수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괴담”을 퍼트린다고 낙인을 찍는다. “오염수가 안전하고 무해하면 일본은 왜 국내에 방류하거나 농업·공업용수로 사용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한 태평양도서국포럼, 중국 정부 등과 몹시 대비된다.

이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는 방류가 일어났을 때의 후폭풍에 대해서도 손을 놓고 있다. 90만 명의 수산업 종사자의 삶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없다. 오히려 “대책을 마련하는 게 오히려 국민 불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해양수산부는 2013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내 수산물 생산 피해를 월 평균 160억~375억 원 정도로 예상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자국 어업종사자에게 ‘소문으로 인한 피해’까지도 보상한 것과 딴판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방류한 후 8000억 원의 해안지역 보상대책을 계획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대책은 아무것도 마련하지 않는 게 대책이다.

앞서 말했듯이 바다가 파괴되면 내륙의 삶뿐 아니라 바다 인근 주민의 삶은 완전히 파괴된다. 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피지 원주민의 삶을 봐보자. 태평양 섬나라 14개국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1%가 안 되는데도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해변 침식과 해수 범람은 그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했다. 이는 불공평한 일이다. 결국 피지에 남은 건 관광업과 원양어업뿐이지만 거기에 종사할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다. 그리고 그곳에 여성의 자리는 없다.

호주 출신인 데브라 사드라누는 피지 관광업계의 거물이다. 1998년 피지 최초의 스파 학교를 세워 스파 문화를 유행시켰고, 2014년엔 아열대 해조류인 바다포도로 만든 화장품과 조미료 사업을 시작하며 여성을 대거 고용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공직에도 재직 중인 그는, “개발이 안 된 외딴 섬에서 할 수 있는 경제 활동은 어업뿐이라 여성들의 돈벌이가 거의 없다. 어업은 남성의 신체조건에 더 유리하니 어쩔 수 없다. 피지 여성들은 남편이 쓰고 남은 돈으로 아이를 기를 정도로 열악하게 산다. 바다포도를 키워 안정적인 수입이 확보되면 여성 지위 향상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라며 바다포도를 상품화한 이유를 밝혔다. 최소한의 돈이 얼마나 여성인권에 많은 도움이 되는지 안다면, 바다를 지키는 것은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경과 일상 그리고 여성을 위해 바다는 지켜져야 하고, 후쿠시마 오염수는 결코 방류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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