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따라 아지트로, 청년예술인의 전시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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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 따라 아지트로, 청년예술인의 전시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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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6.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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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일깨우는, 청년문화예술]
(6) 오솔갤러리까페 - 남동구 장수동 복합문화공간
오솔갤러리카페

 

딛고 있는 땅 위로 언제부터 자랐는지 모를 식물들이 촘촘하다. 다양한 초록들이 모여 숲이 된다. 빽빽한 숲을 밀림이라 하며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험한 곳은 오지나 벽지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곳에도 한두 번 사람들의 발자국이 새겨지기 시작하면 그 자취를 따라 촘촘한 풀들 사이에 좁은 길이 나기 시작한다. 사람이 없는 곳에 사람들이 다니면서 생기는 작은 길. 우리는 이 길을 오솔길이라 한다.

인천의 문화 예술계에도 청년예술인들을 위한 오솔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공간이 있다. 예술이 전무한 오지에 발자국을 더하고 신진 작가들에게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는 공간이 되고 싶다는 의미로 ‘오솔길‘에서 이름을 따온 ‘오솔갤러리카페’(인천 남동구 수현로 28-1)가 바로 그곳이다.

“오솔갤러리는 만 40세 미만의 청년 작가들 위주로 공간을 무료로 지원해 드리고 있어요. 매달 공모를 통해서 작가님들을 모집해서 전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콜라보와 전시기획을 통해 시도를 확장해나가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올해로 만 29살이 된 오영솔 대표는 회화과를 졸업한 시각 작가이기도 하다. 십정동 쪽에 작업실을 갖고 팀원들과 여러 프로젝트와 작업을 진행하던 중 더 큰 규모의 공간이 필요하게 되어 지금의 오솔갤러리 자리로 이사하게 되었다. 작업실을 옮기며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갤러리 형태를 구상하게 되었고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상업 공간인 카페를 함께 운영하게 되었다.

“저도 작가 활동을 하면서 공모 같은 걸 많이 넣어봤는데, 사실 공모란 이름을 가지고 계속 돈을 받는 경우가 많은 거예요. 1등 한명만 무료대관이니 2등은 50% 할인된 가격으로 대관을 해준다느니 하는 것들이요. 그리고 생각보다 기회를 얻기가 힘들다는 것도 많이 느껴서 작은 기회가 될 수 있는 공간을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오솔을 구성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전시공간이었다. 카페 공간의 벽면을 터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모든 벽면을 볼 수 있게 연출했으며 카페에서 분리된 갤러리 공간도 따로 두었다. 자본금이 크지 않은 탓에 대부분의 시공을 셀프로 해야 했지만 그 덕에 원하는 공간을 완성할 수 있었다.

2020년 6월 개관한 오솔갤러리카페는 올해로 세 살이 되었다. 기회가 필요한 작가들에게 지원을 해주고 싶다는 오영솔 대표의 바람대로 첫 개관전에서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작가들이 오솔을 통해 첫발을 내딛거나 전시를 하며 작품 세계를 확장해갔다.

 

 

“저는 100% 지원을 해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사실 전시 한 번을 하면 다 제 사비를 들여서 하거든요. 작가님들이 작품을 옮겨오는 용달비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혀 들어가는 게 없어요. 전시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다 진행해 드리고 있어요.”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개관한지 얼마 안 되어 COVID-19가 퍼진 것.

“코로나 기간에는 정말 작가님들한테도 되게 미안했어요.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데 공간을 못쓰니까. 오신 분들께 커피도 테이크아웃밖에 안된다고 안내를 드려야 하는 거예요. 사실 여기는 테이크아웃만 해서 가는 공간은 아니거든요. 아무래도 많은 분들에게 작품을 보여드리지 못해 너무 힘들었죠.”

또 전시를 진행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몇 작가들의 태도도 아쉬움이 되었다.

“종종 이것도 그냥 지나가는 하나의 전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누구한테는 되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누구한테는 그냥 한 줄도 안 되는 경력일 수도 있는 거거든요. 전시를 하시면서 한 번도 본인이 보러 오지 않는다거나 하는 경우엔 조금 마음이 안 좋죠.”

하지만 기억에 남는 전시들도 많았다. 모든 전시가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었지만 특히 지난해 이슬아, 최성지, 이지영, 해진, 이지우 작가와 함께한 기획전 <2월, 그날은 이상하게도 유난히 따뜻했다.>는 오영솔 대표에게도 오솔갤러리에게도 유의미한 프로젝트였다. 오영솔 대표가 다섯 명의 작가들에게 직접 연락을 하여 섭외를 하였고 총 125점의 작품이 오솔에 설치되었다. 오솔갤러리카페에서 처음 진행한 기획전이기도 하거니와 이로 인해 발생한 작가들과의 네트워킹은 그 의미가 컸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오영솔 대표는 2층 확장과 서울 2호점을 뽑았다.

“지금은 1층만 사용하고 있는데 2층까지 공간을 확장할 예정이에요. 야외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입니다. 올해 열심히 해서 어느정도 오솔갤러리의 기반이 다져지면 서울에 2호점을 한번 준비해 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공간에 대해서 오영솔 대표는 운영은 힘들지만 가능성 있는 분야라고 말하며 훌륭한 작가들이 넘쳐나는 현 상황에서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는 미술 문화를 만들기 위해 미술 관계자와 작가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재 오솔갤러리카페는 6월 30일까지 전시 작가 공모를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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