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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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네
  • 서득석
  • 승인 2023.07.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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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서득석 /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문학 아카데미 소통의 글쓰기

 

새벽 4시경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가 창호지 문짝사이로 매섭게 파고들었습니다. 나는 달콤한 새벽잠을 뿌리치고 일어나 별로 따뜻하지도 않는 허름한 속옷에 학생복을 걸쳐입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옷이라야 달랑 학생복 한 벌밖에 없었습니다. 요즈음 겨울은 그다지 추위가 느껴지질 않는데 다양한 겨울의복과 훌륭한 난방시설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에는 겨울 옷도 다양하지도 않고, 집안 난방이라야 19공 구공탄이 전부인데 그것도 아낀다고 구공탄 아궁이에 있는 공기통을 틀어막아서 불을 피우는 둥 마는 둥 하여 방안 온도는 영하였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보면 방안에 있는 걸레가 얼어있기 일쑤였습니다.

밖으로 나오면 계속 내리는 눈이 발목까지 차올라 바지가랑이를 적시곤 했습니다. 나는 집에서 2km 정도 떨어져있는 신문보급소로 걸어갔습니다. 혹시 옛날 신문구인난에 구인광고가 기억나시는게 있는지요? 거기를 보면 하꼬비 모집, 시다 모집 같은 광고가 있었지요. 전부 일본어인데 일상적으로 사용됐습니다. 운반원, 막일 등의 의미였던 것 같고요, 또 다른 광고에서는 침식제공이라는 광고 문구도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이것은 먹여주고, 재워주고 얼마라는 뜻입니다. 그만큼 그 당시는 먹고살기가 힘든 시기였습니다.

신문배달도 그렇습니다. 그 때에도 여러 신문들이 있었지만 메이저급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였습니다. 신문보급소에 보증금을 걸고 신문배달 부수와 구역배정을 받았습니다. 그 보증금 이라는 게 신문부수와, 구역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마는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였으며 진입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보통은 대학생 또는 2~30대의 형들이 선점을 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오야’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신문을 몇백부씩 배정받아 그들 밑에 배달원들을 두고 있었습니다. 신문보조라고 불리우는 배달원들이 실제 배달을 하는 구조 였습니다.

보급소에서는 이들 보조원들에게 정해진 신문부수 외에 10부 정도를 더 줍니다. 배달하면서 판촉을 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있는 독자들이 이사를 가거나 아니면 보던 신문을 안 본다고하면 어쩔 수 없이 배달부수가 줄게 됩니다. 배달을 마치고 나면 항상 신문이 20부정도는 남게 됩니다. 이것은 절대로 보급소에 반납이 안 됩니다.

당시에는 지하철은 없었고 버스정류장이나 조금 번화한 곳에 신문판매대가 있어서 그곳에다 남은 신문을 판매합니다. 가격은 신문가의 1/5정도가 됩니다. 그 돈으로 빵을 사 먹던가, 다른 주전부리를 합니다. 그러면서 허기를 채우는 겁니다. 월말 계산시에는 보급소에서 확장지준 것 하고 독자 떨어진 것 하고 해서 일정 부분을 변상을 해야 합니다. 한달 일해봐야 수익은 빵 사먹은 것과 약간의 주전부리한 것이 전부입니다.

그 당시에 내가 신문배달을 한 구역은 서울 장충동이었습니다. 장충단공원 아래쪽 집들은 전부 단독주택이었고 아파트나 빌라 등은 전혀 없었습니다. 단독주택들 사이에는 골목이 많았고 컴컴한 새벽녘에는 보안등이 드믄드믄 있었으나 촉수가 낮아 등밑만 겨우 희미하게 밝힐뿐이었습니다. 어떤 골목길은 무서워서 들어가기가 정말 싫은 곳도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14~5세에 나이에 무서움도 탈만 했지요.

어느 날 새벽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 무서운 골목길로 들어섰는데 골목길 사이사이에서 군인들이 튀어나오는 것입니다. 당시는 5.16혁명 후 첫 겨울이었는데 장충단 공원 입구 쪽에 외무부장관 공관이 있었습니다. 이곳을 혁명정부가 접수를 해서 최고회의 의장 공관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공관 경비를 위해 공관 뒷쪽 골목길에 군인들이 경비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덕분에 나는 새벽 신문배달을 무서움 없이 잘해 나갈 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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