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적인 예술가, 거리의 시민들이 공유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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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인 예술가, 거리의 시민들이 공유하는 공간
  • 공지선
  • 승인 2023.07.1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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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일깨우는, 청년문화예술]
(7) 부평 평리단길 '아트스페이스 실'

서울 이태원의 ‘경리단길’에서부터 시작된 골목 열풍은 전국 곳곳에 새로운 ‘리단길’을 만들어내며 ‘리단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메인 상권에서 조금 벗어난 길목에 젊은 상인들이 몰려들었고, 각자의 개성을 담은 새로운 시도에 쇠퇴한 줄만 알았던 상권이 다시금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부평 역시 이 열풍에 힘입어 리단길이 들어서게 되는데, 문화의거리 인근에 자리 잡은 ‘평리단길’이 바로 그것이다.

‘평리단길’은 과거 커튼이나 혼수 이불, 한복 등을 팔던 가게들이 많이 모여있어 ‘홈패션커튼골목’ 혹은 ‘중앙로 구역’으로 불리던 곳이었다. 한때 부흥했던 곳이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차 쇠퇴해가던 이곳에 다시금 청춘들이 범람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험적인 예술가들과 작품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자 기획한 ‘아트스페이스 실’도 올해 1월,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아트스페이스 실 내부 공간
아트스페이스 실

 

아트스페이스 실의 김태연 대표는 인천에서 나고 자라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실험적인 사운드를 기반으로 공연을 비롯해 전시, 교육, 문화기획 등 그 영역에서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공간을 기획하는데 된 계기에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 컸다.

“예술가분들이랑 협업을 하면서 제가 그분들께 ‘부평에 오세요’라고 이야기하는데 어느 날 문득, ‘왜 와야 하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말이 꼭 ‘술 한잔하러 오세요’ 이런 말 같은 거예요. 저는 창작 활동 자체를 재밌는 놀이라고 생각하며 활동을 하고 있는데 같이 창작하면서 놀 공간도 없고요. 타 지역뿐만 아니라 인천사람들도 부평에 와야 할 이유가 점점 없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이유를 만들어야겠다가 첫 번째였어요.”

두 번째 이유에 대해서 그는 ‘돌아와야 할 이유’를 꼽았다.

“제 목표 중 하나가 인천을 뜨는 거예요. 그때가 언제냐면 다시 돌아와야 할 이유가 있을 때거든요. 다른 지역에 가도 이 ‘실’이라는 공간을 남겨놓고 가면 어디를 가더라도 인천 부평을 다시 와야 할 이유가 생긴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잘 모르더라도 몸으로 부딪혀서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아트스페이스 실

 

‘실’이란 이름은 공간이 위치한 골목의 역사와 맞물려 지역의 문화에 기여하고 작가들을 연결하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됐다. 50여 년 인천의 커튼 중심지로 자리매김해 온 ‘부평 커튼거리’에 위치해있는 특성을 가져온 것이다. 예술공간이 거리의 역사와 현재의 맥락을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thread(실, 가닥)’을, 4개의 작은방이 모여있는 공간의 특성상 각 방들이 예술가와의 만남으로 새로운 개성을 입게 될 거란 의미로 방을 세는 단위인 室(실)을, 지역 예술 문화의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되고자 하는 의지로 ‘sill(실, 문틀)’을 사용했다.

위치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했다. 대다수의 실험공간들이 유동인구가 없는 곳에 위치한 것에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었다. 김태연 대표는 전시를 위해 많은 작가들이 많은 노력을 들이는데 초대한 사람 외에 일반 시민들이 오지 않는다면 그 시간들이 너무 아쉽게 느껴졌다. 그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전시를 볼 수 있는 위치에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다.

“운영에 있어서 월세가 부담 되기는 하지만 ‘실’이 있는 이 거리가 평리단길에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다니는 포인트 중 하나거든요. 그래서 단순히 지인만 오는 전시가 아닌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들어와서 볼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인 것 같아요. ”

또한 작가들에게 공간을 제공하며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작가님들도 공간과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실제로 개관 초기에는 작가님들께 한 달씩 일정을 빼드렸어요. 개관전을 진행했던 한경훈 작가님의 개인전 <시뮬레이션>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점 하나로 시작해서 벽면에 건축적인 그림을 그리는 형태로 작업을 진행하셨는데 그 작가님께서 이 작업을 할 수 있는 갤러리가 없었다며 말씀 주시더라구요. ”

 

개관전 포스터 (현경훈 시뮬레이션)
개관전 포스터 (현경훈 시뮬레이션)

 

그런 그의 세심한 기획 덕분인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공간이지만 많은 작가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 3월 ‘실’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신진작가 공간지원사업 공모’에 수많은 작가들이 지원했다. 예상보다 많은 지원자에 3차까지 서류 심의를 거쳤고 이지은, 이양헌, 전찬종, 김연우, 한진하 총 다섯명의 작가가 선정되었다.

“심의를 할 때도 누가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관련 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해오셨거나 해외에서 활동을 활발하게 해오신 분들을 초청해서 신중하게 선정했어요.”

선정된 작가들은 각 7월 9월 10월 11월에 거쳐 개인전을 선보일 예정이며 12월에는 아트스페이스 실에서 전시를 진행한 작가들이 작업을 하며 공간에서 어떤 걸 느꼈는지 등을 공유하는 네트워킹 테이블이 진행될 예정이다.

“작가님들끼리 서로의 존재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전시가 끝난다고 모든 게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님들끼리 연결점을 잡아드리고 싶어요. 본인이 어떤 작업을 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고 그 속에서 새로운 끈끈함이 생겨났으면 합니다.”

 

선정작가 포스터 (이지은 무한원점)
선정작가 포스터 (이지은 무한원점)

 

김태연 대표는 앞으로도 실에서 수많은 기획이 발화할 것이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기존 갤러리에서 진행하지 않는 실험을 계속해서 시도해 볼 생각이다. 내년에는 실제로 한 달 동안 공간을 제공하고 작가들이 자유롭게 작업을 진행해 볼 수 있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또한 실이 1주년이 되는 해에는 인근 예술가들을 위한 ‘바늘’이란 공간을 기획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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