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겔만 효과를 극복하기 위한 지혜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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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겔만 효과를 극복하기 위한 지혜 3가지
  • 최원영
  • 승인 2023.09.0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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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120화

 

 

세 딸을 둔 부자 아빠가 있었습니다. 딸들은 아빠의 재산을 더 많이 물려받으려고 서로 늙은 아빠를 모시겠다고 합니다. 이웃에는 세 딸을 둔 가난한 선비가 살았는데, 어느 날 부자가 그 집을 방문했습니다.

가난한 선비는 무릎이 다 드러나는 짧은 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그것을 이상하게 여긴 부자가 그 이유를 묻자 선비가 말했습니다.

“선물 받은 바지가 길어서 세 딸에게 한 뼘만 잘라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밤에 큰 아이가 한 뼘을 잘랐고, 언니가 자른 것을 모르는 둘째도 한 뼘 잘랐고, 그것을 모르던 막내도 한 뼘을 잘라서 이렇게 짧아졌습니다.”

부자는 가난한 선비의 세 딸이 얼마나 효성이 깊은지를 알고 감탄했습니다.

집에 돌아간 부자는 세 딸을 부르고는 자신의 바지가 길어서 못 입으니 한 뼘만 잘라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부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의 바지가 그대로였으니까요. 왜 그랬을까요? 독자 여러분께서도 예측하시듯이 세 딸 모두 ‘누군가 하겠지’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셋 모두는 ‘언니가 하겠지.’, 또는 ‘둘째가 또는 막내가 할 거야’,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글은 류혜인 선생의 《왜 아무도 성냥팔이 소녀를 도와주지 않았을까》에 나오는 우리의 전래동화 중 하나입니다.

 

부잣집 딸들은 왜 서로에게 미루었을까요? 이런 심리상태를 저자는 링겔만 효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독일 심리학자 링겔만은 줄다리기에서 집단에 속한 개인의 공헌도를 측정했습니다.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개인이 발휘하는 힘도 증가할 것이다’라는 가설로 실험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만약 한 명이 참여하면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인 100%를 발휘하지만, 두 명이 되면 자신이 가진 힘의 93%만 발휘한다는 겁니다. 3명이면 85%, 4명이면 49%밖에 발휘하지 않았습니다. ‘나 하나쯤이야’가 적용된 것입니다. 내가 온 힘을 다 쏟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해줄 거라는 잘못된 믿음이 우리의 심리 속에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전래동화를 보면 인물을 선악으로 대비시켜놓곤 합니다. 행위 역시도 선과 악으로 구분해놓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선한 행동을 하도록 계몽하는 것이겠지요. 가난한 선비는 ‘선’이고, 그의 세 딸 모두 선한 행동을 한 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부자는 ‘악’이고 그의 세 딸 역시 악한 행동을 한 것으로 여기기 쉽습니다. 가난하지만 착하게 살라는 글쓴이의 좋은 의도가 엿보이지만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물론 착하게 살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동화 속의 부자나 가난한 선비, 그리고 두 집안의 세 딸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이 매우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세 딸이 자신들의 아빠를 사랑한 행위냐, 아니면 아빠의 재산을 사랑한 행위냐를 두고 판단할 수는 있을 겁니다.

만약 두 집 모두 딸이 하나만 있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겠지요. 그래서 링겔만 효과를 지혜롭게 사용하려면 선악의 문제로 보지 말고 사람들의 심리가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해결책이 보입니다. 만약 아빠가 세 딸 중 한 사람에게만 부탁했으면 바지가 짧거나 그대로이거나 하는 사태가 일어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두 번째로 생각해볼 것은 부잣집 딸 세 명 모두 각자가 아빠의 재산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아빠를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가난한 선비네 집안 딸들처럼 가위질을 했을 거란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적해야 할 점은 바로 진정한 사랑을 가르쳐야 한다는 점입니다.

세 번째로 생각해볼 점은 짧은 바지나 그대로인 바지 모두가 정상이 아니란 점입니다. 선비가 짧은 바지를 입으면서 딸들의 효심을 생각한다고 해도 바지는 정상이 아니고, 부자가 벽에 걸어둔 짧아진 바지를 보고 원망과 분노의 마음을 삭이고 있다고 해도 바지는 정상이 아닙니다. 무언가 조치를 해야만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겁니다.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오늘 방송에서 잠깐 힌트가 나왔지만, 이 해답은 다음 주 글에서 다루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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