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이해를 위한 연습과 교육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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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과 이해를 위한 연습과 교육이 필요한 때
  • 한은혜
  • 승인 2023.09.0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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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한은혜 / 은하수미술관 대표

올 여름, 학교와 관련된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훨씬 이전부터 끊임 없는 문제 제기와 논의들이 있어왔지만 뚜렷한 대안 없이 문제는 점점 커져만 갔다. 결국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로 교권 회복에 대한 집회가 열렸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학부모의 입장에서 그리고 공교육자는 아니지만 오랜 시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위의 사건들을 기사로 접하며 많은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좀 슬펐다. ‘우리’는 왜 서로를 믿을 수 없게 되었을까?

누구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닌 아이들을 함께 가르치고 돌보는 ‘우리(선생님과 학부모)’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이전과는 다른 낯선 환경 속에서 생활하며 배우게 된다. 가정에서 받던 오롯이 나만을 향하던 관심을 많은 아이들과 나누게 되고, 단체 생활의 규칙이라는 것도 배우게 된다. 또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도움을 주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인내와 실패, 포기와 양보 등의 삶에 꼭 필요한 경험도 하게 된다.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또 멋지게 성장한다.

이 시기에 학부모들도 아이들만큼이나 새로운 경험을 하며 부모로서 성장하게 된다. 학부모 대부분이 학교를 다니며 대한민국의 공교육을 이전에 경험해보았따. 하지만 예전의 학교와 지금의 학교가 다르기 때문에 걱정도 많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순간 순간 어려운 일들도 생긴다. 또 몇몇의 학부모는 아이가 예전의 내가 겪었던 부정적인 경험(체벌, 차별 등)을 겪게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한다. 그런데 이전과 달리 교사와 학부모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나 상담 창구들이 있다. 이를 통해 궁금한 부분을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채널들을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지, 어디까지 이용해도 괜찮을 지는 잘 모른다.

그럴 때는 우선 우리 아이들이 다닐 ‘학교’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혹시 내가 오해를 하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이전부터 있어왔던 학교에 관한 많은 사건과 이슈, 논의 속에서 이를 공감하는 초등 교사들이 준비해 놓을 것들이 있다.

초등학교, 제대로 알고 보내시나요? 한명훈 지음
초등학교, 제대로 알고 보내시나요? 한명훈 지음

 

필자는 코로나 19로 아동의 긴급 돌봄이 필요했던 2020년부터 지속적으로 마을돌봄에 참여하고 있다. 맞벌이 엄마가 되어 보니 융통성있는 틈새 돌봄이 얼마나 필요한지, 한 아이를 키워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한 아이를 키우기위해서는 온마을이필요하다는 말을 아이를 키우며 실감하였다.

올해 여름 방학도 인천 서구청, 한국남부발전㈜ 신인천빛드림본부, 더좋은경제 사회적협동조합이 함께 지원하는 마을 돌봄 서비스와, 계양구인재양성교육재단에서 지원하는 찾아가는 돌봄 서비스에 참여하여 마을 강사를 양성하고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교육을 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4년차 동안 미술교육,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환경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지만 현재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단연 보호자와 아동이 함께 참여하는 가족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마을돌봄에 참여하는 가정에서 한번은 꼭 참여해야하는 필수 참여 프로그램이다. 맞벌이 가정, 다자녀 가정 등 형태의 다양한 가정에서 가족 프로그램에 보호자와 아동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마을 돌봄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2022년부터는 가족 프로그램을 꼭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보호자들에게 프로그램의 취지를 알리고 아이들과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목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가정에서 함께 해주었으면 하는 활동 등에 대한 안내를 하며 아이들과 현장에서 한번 ‘연습’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2~3시간을 할애하여 꼼꼼히 설명하고 강사와 아이들, 보호자가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 서로의 역할을 나누고, 앞으로 겪게 될 어려움에 대해서도 미리 이야기 해본다. 그렇게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면 마지막으로 서로 오해가 생길만한 상황이 생겨도 서로를 믿고 기달려달라고 이야기 한다. 이런 시간들이 쌓여 민원도 줄어들고, 만족감도 올라간다.

 

 

이제 교육의 현장에서는 교육에 대상자를 넘어 보호자와도 긴밀하게 소통을 해야게 되었다. 이전과는 다른 경험에 모두가 낯설기만 하다. 이 소통은 교육 대상자를 더 이롭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소통은 서로의 다른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의 어려움을 공감하는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학교 현장들의 사건을 살펴보면 어느 한쪽이 이해는 배재된 소통이 아닌 의견 전달을 통해 자신의 입장만을 전달하려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일방적인 입장에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하거나 문제의 잘잘못을 따져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극단적인 행동을 취한다.

거의 대부분의 학교 선생님, 학부모, 아이들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서로를 더 잘 이애하고 응원하기 위해 그리고 이것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이제는 정책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더는 이런 논의들이 미뤄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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