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친필 한시집 『체역집에 실리지 않은 시』가 허경진 연세대 명예교수(소남학회 회장)의 번역으로 출판됐다.
『체역집에 실리지 않은 시』는 글자 그대로 『체역집』에 실리지 않은 시로, 이승만의 한시 75수를 수집, 번역하여 우남이승만전집 제9권으로 출판한 것이다.
이승만은 젊은 시절 한성감옥 투옥 시기, 대한민국임시정부 대통령 재임기간을 포함한 독립운동 시기, 광복 후 건국을 준비하던 시기, 초대 대통령 재임 시기에 한시를 계속 지었다.
이 가운데 한성감옥 투옥 시기에 지은 시 196수는 일찍이 필사본 『替役集(체역집)』으로 편집되어 있었으며, 허경진 교수가 2021년에 번역하여 우남이승만전집 제5권으로 출판했다.
노산 이은상이 이승만의 한시 31수를 번역한 『우남시선(雩南詩選)』이 1959년 공보실에서 출판되었는데, 이 책에 실린 한시의 출처가 밝혀져 있지 않다. 이에 비하면 허경진의 이 번역본은 대부분 이승만의 친필 원고를 저본으로 하여 번역한 것이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연세대학교 이승만연구원이 원본을 소장하고 있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에서 한시 짓기 과목을 개설한 이유는 공자가 『시경』에서 말한 것처럼 외국에 사신으로 나갔을 때에 응대하기 위해서였다.
갑오개혁으로 과거시험이 폐지되어 한시의 효용성이 떨어졌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 이승만은 중국의 장제스(蔣介石) 총통이나 베트남의 고딘디엠(吳廷琰, 응오딘지엠) 대통령, 유엔군 장성들에게 한시를 지어주었다. 한자문화권이 아닌 유엔군 장성들에게 한시 설명하는 사진을 보면 20세기에도 한시를 외교적인 방편으로 활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번역시집의 특징은 대부분 친필을 찾아내어 왼쪽 면에는 번역시, 오른쪽 면에는 친필 붓글씨를 편집하여 한시와 붓글씨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한지에 붓으로 썼지만, 대통령 비서실 메모지에 만년필로 쓴 한시도 있으며, 같은 한시를 다른 사람에게도 써주어 두세 편의 서로 다른 붓글씨를 볼 수도 있다.
나라를 잃은 뒤에는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독립을 준비하고, 분단된 조국을 지키며 국민들에게, 유엔군 장성들에게, 외국 정상들에게 지어 주고 써 준 그의 한시 곳곳에 애국 애족의 열정이 보인다.
이승만은 조선왕조 시기 양반 집안에 태어났기에 당연히 한시 공부를 하였다. 과거시험의 일차 관문인 진사시 시험에 한시 짓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갑오개혁으로 과거시험이 폐지되자 배재학당에 입학하여 신학문을 배웠지만, 평생 한시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