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황금벌판에 나타난 저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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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황금벌판에 나타난 저어새
  • 전갑남 객원기자
  • 승인 2023.10.2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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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길 떠날 준비하는 저어새...
강화도 가랑포 들녘에서 만나다

 

이른 아침 맑은 하늘에 끼룩끼룩! '아니 기러기가 벌써 왔나?' 기러기 떼가 하늘 높이 열을 지어 지납니다. 때를 알고 찾아온 기러기가 반갑습니다.

물오리도 추수가 끝난 논에 마실 나왔네요. 긴 모가지로 먼 산을 바라보는 하얀 백로는 황금 들녘에서 눈에 확 띕니다. 평화로운 가을 풍경입니다.

누렇게 벼가 익은 황금 들녘은 풍요로움으로 넘쳐납니다. 하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렸습니다. 불어오는 서늘한 맞바람이 상쾌합니다. 잡념도 사라지는 느낌이 듭니다.

 

황금벌판의 가을 들녘은 자전거 타기에 참 좋습니다. 

 

군데군데 핀 억새가 참 아름답네요. 하천물이 쑤욱 빠졌습니다. 가장자리에는 바닥이 드러날 정도 물이 낮게 흐릅니다. 하천에 고마리꽃도 한창 피어났어요. 앙증맞고 고만고만한 고마리꽃이지만, 자세히 보면 수많은 별이 모여있는 것처럼 반짝반짝 빛납니다. 황금 들판의 가을 풍경은 눈을 돌려도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물이 빠진 하천에 열마리 남짓 저어새가 찾아왔습니다.

 

'저 멀리 무리 지어 있는 하얀 새들은 뭐지?, 백로인가?' 물가에 백로가 떼 지어 몰려있는 경우는 드문데, 자전거에서 내려 살금살금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주둥이 놀림이 심상찮습니다. 쉼 없이 낮은 물속을 휘젓습니다. '혹시 저 녀석들 저어새 아냐?' 주걱 부리의 저어새가 틀림없네요. 귀한 손님을 만난 듯 벅찬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가을 들녘에서 저어새를 목격하기는 처음입니다. 인근 갯가에서 가랑포 들녘까지 마실 나온 모양이에요. 가랑포 들녘은 강화도 화도면 인근 바다에서 가깝습니다. 저어새는 논물이 찰랑대는 모내기철에는 논에 자주 찾아오기도 합니다.

 

저어새의 아름다운 모습.

 

열 마리 남짓 저어새가 모여있습니다. 경계심을 내려놓은 듯 먹이를 찾아 잽싸게 움직입니다. 부리로 부지런히 물가를 휘젓는 모습이 경이롭습니다. 새우나 작은 물고기, 개구리는 녀석들의 사냥감일 것입니다.

저어새는 개체 수가 5,000여 마리밖에 안 되는 세계적인 희귀종입니다. 천연기념물 제205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습니다. 주로 우리나라 서해안 무인도 등에서 번식하는 것을 알려졌습니다. 인천 남동구 유수지에서도 새끼를 치는 것이 목격되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순백색 몸 깃털에 까만 얼굴과 주걱 모양의 긴 부리 저어새. 여느 새와 달라 조그만 관심을 가지면 누구도 저어새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저어새는 얕은 바닷가 갯벌, 또 바닷가 인근 갈대밭이나 논 등에서도 목격합니다. 5월경에 4~6개의 알 부화하여 번식하는데, 번식기에는 옅은 노란색 댕기가 있습니다.

저어새는 서리가 내리고 날이 추워지면 따뜻한 남쪽 나라로 떠날 것입니다. 지금쯤 머나먼 여행을 위해 단단히 준비하는 모양이에요. 내비게이션도 없이 이동하는 저어새가 참 신비스럽습니다.

 

먹이사냥에 여념이 없는 저어새들.

 

맛난 먹이로 배를 채웠는지 저어새 떼가 힘차게 날아오릅니다. 저어새가 날아가는 황금벌판을 따라서 아내와 나도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습니다.

새봄에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나라를 다시 찾아오길 바랍니다.

 

천연기념물 저어새

 

<저어새>

나지막한 바닷가 물가

제가 사는 곳이에요

남들이 뭐라 하든

앞만 보고

주걱 부리로 휘저어요

고개가 아프지 않냐구요?

제 소중한 일상이니까

행복하기만 한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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