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광기를 용서하는 '모성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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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광기를 용서하는 '모성의 힘'
  • 신은주
  • 승인 2011.09.25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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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을린 사랑'을 보고


영원히 묻어두면 좋았을 진실이 양지로 얼굴을 드러낸다. 그 충격이 몰고 온 파장에 나약한 인간은 뼛속까지 흔들린다. 그리고 묻는다. 진실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꼭 알아야만 했었는가? 영화 ‘그을린 사랑’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한 여인의 고통스런 삶에서 찾고 있다.

까만 그을림이 피어오르고 한 여인이 절망 속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있는 영화 포스터는 ‘충격, 전율, 반전 모든 것을 다 갖춘 진정한 영화’ ‘한 여인의 약속으로 시작된 위대한 여정’이라는 글로 영화에 무게를 실어준다. 

레바논 태생 극작가 ‘와이디 무아와드’의 동명 희곡이 원작인 ‘그을린 사랑’을 캐나다 출신 감독 드니 빌뇌브가 스크린으로 옮겨 종교가 다르다고 무차별적으로 악을 저지른 인간의 끝을 충격적인 영상 속에 보여준다.

쌍둥이 잔느와 시몽은 죽은 엄마의 유언장에서 돌아가신 줄 알았던 아빠 그리고 형에게 편지를 전하라는 유언을 듣는다.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의 전쟁 속에서 한 여인의 삶이 어떻게 그을려지고  그것을 지우는 것이 무엇인지 이 영화는 죽은 엄마의 과거를 따라 가는 자식들의 시선과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이 교차되면서 전개된다.

기독교도인 나왈이 사랑한 남자는 이슬람교도로 그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나왈 마르완의 동생들에게 죽임을 당한다.뱃속의 아이는 할머니의 도움으로 무사히 태어나 산파 손에 넘겨져 고아원으로 간다. 나중에 자식을 알아보라고 할머니가 발뒤꿈치에 문신을 한 아이에게 나왈은 ‘엄마가 꼭 너를 찾아갈게’라고 울부짖으며 이별한다. 나왈의 고향, 대학교, 교도소를 거치면서 남매가 결국 도달한 곳은 자신들의 아버지가 형이고 오빠라는 사실이다.

1+1=은 2가 아니라 1이 될 수밖에 없는 끔찍한 진실 앞에 남매의 엄마는 유언장으로 답을 준다.

‘너희들의 탄생은 공포였지만 시작은 위대한 사랑이었다. 와합을 사랑해서 낳은 아들이 그 시작이었다. 함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란다.’

수영장에서 발뒤꿈치에 아들의 표징인 문신을 한 남자를 만난 후 그녀는 깊은 고뇌속에서 살다가 결국 사랑과 용서에서 답을 찾는다. 그리고 ‘엄마가 꼭 너를 찾아갈 게’란 그 약속을 자식들에게 지키도록 했다.

이 영화에서 여성은 구원자의 역할을 한다. 나왈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여자들이 도와 준다. 할머니, 교도소에서 아기를 낳을 때 도와주고 아이를 키워준 간호사, 그녀의 묻어둔 삶의 여정을 따라가며 진실을 밝히는 딸 모두 여성이다. 

모성의 힘만이 이 모든 비극을 끝낼 수 있다고 들려주는 감독의 목소리가 진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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