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북 리뷰 - ⑥〈MAN BOX -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 - 이인숙 시민작가
토니 포터 지음
김영진 옮김
믿음사 출판(2016년)
당신은 착하고 평범한 남자인가?
여자는 남자의 소유물인가?
두 질문에 답은 ‘아니다’다.
지난 9월부터 성평등과 미디어라는 주제로 인천in과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작품 영화리뷰 ‘69세’ 노인 성범죄를 다룬 영화로 주인공 직업은 요양보호사다. 두 번째는 증가하는 돌봄노동의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요양보호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이미영 인천지부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문제 해결의 키맨으로서 남성을 이야기 하는 세 번째 ‘MAN BOX’를 소개한다.
MAN BOX는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이란 의미를 갖는다. 남자들에게 남자로서 가질 수 있는 훌륭한 자산은 지키되 남성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돌아보라는 당부를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 토니 포터(Tony Porter)는 교육자이자 사회운동가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강연자다. 남성의 집단 사회화 과정과 여성 폭력 간의 공통분모를 연구하고 바람직한 남성상을 전파하는데 힘쓰고 있다. TED 강연 (남자들에게 고함)은 유명하다.
(출처: https://www.ted.com/talks/tony_porter)
“저는 뉴욕시의 할렘과 브롱스 사이의 지역에서 성장했습니다. 소년으로 성장하면서 우리는 남자란 터프하고, 강인해야 하며 배짱이 있어야 하고, 우월해야 하고, 분노외에는 고통과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두려움은 당연히 없어야만 한다고 배웠습니다. 남자들은 지배하고, 여자들은 그렇지 않으며, 남자들은 이끌고, 여러분은 우리가 말하는 것을 그냥 따라야만 한다고 배웠습니다.
남자는 우월하고, 여자는 열등하며, 남자는 강하고, 여자는 약하다고 또 여자는 하등하고 남자의 소유물이자 관심의 대상인데, 특히 성적인 대상이라고 배웠습니다. 저는 나중에 이 배움이 ‘man box’로 더 잘 알려진 ‘남성의 집단 사회화’로 몰리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man box’를 보면 남자가 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나타내는 모든 요소들이 담겨 있습니다“ - 강연 내용 본문중 -
맨박스는 남자가 남자다울 것을 강요한다.
남자다움의 부족하면 병신, 또라이, 고자 심하게는 ‘계집애’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 표현은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 수준을 보여준다.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관점에서 자기 일만 신경 쓰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교육을 통해 친분이 없는 여성들이 겪는 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고 배우게 된다.
또한 남자는 여자를 소유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같은 공간 커플로 보이는 두 사람이 함께 앉아 있다. 그런데 큰소리가 나면서 뺨을 맞은 여성이 울고 있다. 남성은 여성에게 공격적인 자세였다. 그 모습을 바라본 당신은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다수 남성들은 대응을 하지 않고 지켜보겠다는 의견이 많았고, 그 여성이 어떤 행동을 먼저 했는지, 왜 남성이 그녀를 때렸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는 이상 끼어들지 않겠다고 했다.
반면 후줄근한 옷차림의 남성이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구걸을 하는데 순간 철썩! 하고 혼자 있는 여성 옆에 구걸하던 남성이 공격적인 자세로 서 있고 여성은 울고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반응은 남성들은 당장 달려가 말리겠다고 하였다. 이 차이는 무엇일까?
여성이 가해 남성의 ‘소유물’이라는 추정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상황 개입의 결정적 요인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집단으로 학습한 남성성의 규범을 고려했을 때 남성이 ‘자기 여자’와 개인사를 알아서 해결하도록 묵인하는 것이 옳은 대응이라고 느낀다. 그러면 혼자 있는 여성에게는 다른 남성이 나서서 보살펴 주어야 한다는 규범이 작동한다. 혼자 있는 여성이 모르는 사람에게 공격당했을 때 훨씬 큰 책임감을 느끼고 대처한다는 것이다. 남성의 책임의식이 발동하는 이유이다.
남성들은 자신의 친구 무리 중 한 명이 여성에게 무례한 말을 하면, 참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침묵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친구의 기분을 거스르고 싶지 않아서 이다. 아마도 친구의 무례한 행동에 동참하는 것을 불편하게 느껴서 입을 다물 수 있다.
그러나 맨박스에 벗어나기 위해서는 여성이 보는 앞에서 곧바로 남성의 행동에 문제를 제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남성으로서의 기득권을 즐기고 있고, 남성에게 주어진 힘과 권력 또한 즐기고 있다. 힘과 권력을 동원해 나쁜 짓을 하는 건 아니더라도 남자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반기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 책의 목표는 남성들이 남자다움 안에서의 삶이 불편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남성들이 맨박스 밖으로 나와야만 성평등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여성 폭력 문제에 대해 책임을 인정할 때 사회적 변화의 길에 접어들 수 있다. 진실한 태도와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모든 남성이 다정하고 정중하게 우리의 어머니와 딸, 누나와 여동생, 아내와 여자 친구를 비롯한 여성들이 안전한 세상을 만들 것이다.
우리는 남·여가 힘을 합해 이루어내는 사랑과 애정으로 성평등의 세상을 꿈꾼다. 사람과 사람 간의 경계를 허물고 무엇하나 부족함 없이 해방감으로 차오르는 세상.
그러나 여성들이 성평등을 언급하면 남성들은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걱정하는 남성들이 많다.
그런 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