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과 미래를 디자인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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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과 미래를 디자인 하고 싶어요"
  • 채이현 기자
  • 승인 2023.11.09 0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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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대 사람들] - 김희경 인천경기디자인기업협회 회장

 

김희경 인천경기디자인기업협회 회장
김희경 인천경기디자인기업협회 회장

 

스마트폰이라는 용어는 1997년 스웨덴 기업가 에릭슨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고 한다. 핸드폰에 인터넷을 연결하고, PDA처럼 업무와 연결시킨 시도 등 스마트폰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스마트폰’의 시대는 2007년 1월 애플의 아이폰 출시부터다.

아이폰이 없었으면 스마트폰도 없었다는 무리한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의 새로운 시작이 왜 ‘아이폰’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만하다. 멀티-터치 디스플레이, 높은 수준의 운영체제(ios), 고성능 모바일 CPU/GPU 탑재, 앱 스토어(App Store)의 개설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스마트폰의 ‘크기’에 대한 정의다. “한 손 안에 들어오는 크기여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휴대성과 편리성이 생긴다는 것을 애플은 놓치지 않았다.

결국 ‘디자인’에 대한 얘기다. 디자인은 단순히 ‘꾸미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고, 작은 굴곡과 버튼의 위치 하나도 사용자 편의성을 생각하는 고도의 세심함이다. 여기서 판가름이 난다. 팔릴 것인가 아닌가. 살아남을 것인가 아닌가.

‘디자인이란 무엇이고, 그 영역은 어디까지 확대되는가?’ 그런 토론을 하는 장이 인천에서 열린다. 14일(화) 오전 10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되는 <인천국제디자인페어>다. 2004년에 시작된 이 행사는 올 해 17회를 맞는다.

2023년의 주제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Inclusive Design)'이다. 신체적 특성, 성별, 국적, 나이 등을 가리지 않고, 즉 인간 모두가 장벽을 느끼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디자인을 뜻한다. 공공 영역뿐 아니라 산업 영역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이 주제로 포럼, 전시가 열린다. 포럼은 ‘소통과 공존’을 키워드로 국내·외 연사들의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지고, 전시는 국제교류전, 기업관, 디자인콘서트관(공모전 수상작), 공예명장전시관으로 구성된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인천경기디자인기업협회 김희경 회장을 만났다. 디자인 페어는 무엇이고, 어떤 취지로 열리는 것인지, 인천시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에 대해 물었다.

 

 

- <인천국제디자인페어> 개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디자인 페어’는 무엇을 보여주는 곳인지, 이 곳에서 전시와 판매가 함께 이루어지는지 등 기본적인 것들이 궁금합니다.

▲ 디자인 자체가 상업적인 부분이 있고, 작가로서의 입장으로만 작업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디자인 페어라고 하면 상품을 보여주고 판매하는 것을 떠올리기 쉽죠. 하지만 <인천국제디자인페어>는 전시와 학술적 교류를 목적으로 열립니다. 왜 이런 자리가 필요하냐면, 일단 디자인이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가 쉽지 않아요. 소비자와 제작자를 연결하는 상품이 당연히 디자인 과정을 거치는 것을 알면서도 ‘디자인’ 자체에 대해 별도로 구분하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 디자인 고유의 영역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 디자인이라고 하면 제품디자인, 포장디자인, 브랜드디자인, 공공디자인, 환경디자인, 서비스디자인 등 정말 다양하거든요. 작품성에 있어서도 그래요. 최근 뱅크시 같은 작가의 작품을 보면 이것이 디자인인지, 순수 예술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봐요. 컴퓨터로 작업을 하는 부분도 그렇고, (소수로 정해져 있긴 하지만)판화처럼 같은 작품을 다량 생산하는 경우도 그렇고요. 최근엔 서로의 영역이 융합되면서 경계를 넘어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들과 콜라보하는 브랜드들이 많은 것도 이런 경우죠.

 

- 디자인을 단순히 ‘꾸미기’의 영역으로만 한정시킬 수 없다는 뜻이네요. 우리 삶 곳곳에 녹아있기에 따로 떼어놓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디자인’ 그 자체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겠군요.

▲ 맞습니다. 디자이너는 상품을 만들 때 크기부터 정해요. 크기에 따라 물류 상태, 절약할 수 있는 가격, 변형을 통해 줄 수 있는 서비스가 달라지거든요. 애플리케이션에 들어가는 UX(사용자 경험)와 UI(사용자 인터페이스)도 디자인이고, 노약자·어린이 등 특정 층에게 편의성을 주기 위한 디자인, 조직문화의 변화를 위한 디자인도 있어요. 순수 미술과 달리 그 자체로 마침표를 찍을 수 없기에, 디자인의 넓은 범위를 한 번 느껴보시라는 뜻에서 시작한 행사로 보시면 됩니다.

 

- 역대 <인천국제디자인페어>의 주제는 무엇이었나요? 특별한 점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 인천지역에서 하는 행사다보니, 시의 주요 정책을 반영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ESG, 배리어프리 등 다양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인천에 도움이 되는 디자인을 고민했던 거죠.

특징적인 것은 작년까지 꾸준히 유지해 온 ‘학생전시관’입니다. 인천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고급 인력을 지역 기업에 유치하는 것이잖아요. 저희는 산학협력페어로서, 인천 내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자리를 열어줬어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인천 기업 입장에서는 우수한 인력을 알아보고 채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학생 입장에서는 여러 기업에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거든요. 지방정부, 기업, 대학이 함께 이런 자리를 만든 건 전국에서 인천이 유일하고, 가장 큰 자부심을 가지는 부분이에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올해는 예산 부족으로 학생전시관이 빠지게 됐습니다.

 

-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었는데 아쉬운 부분이네요.

▲ 대관료도 부담이었고, 해외 연사를 초청해 포럼을 준비하다보니 예산이 많이 모자랐습니다. 협회 구성원들이 재능 기부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해준 덕분에 그나마 유지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올해는 무엇보다 포럼에 집중했어요. 이유는 네트워크 구축 때문이에요. 글로벌 기업이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지역에서 봤을 때 해외 유명 교수 및 디자이너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는 없어요. 민간 차원에서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협회가 자리를 만든 겁니다. 디자인 회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용역업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차차 개선되겠지만.

 

<인천국제디자인페어> 포럼 연사 및 토론주제

 

-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관람객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실 예정인가요?

▲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 그냥 모두가 ‘걸리는 것 없이’ 공유하는 것이에요. 도시디자인, 조직문화, 인식개선, 미래에 대한 질문을 다 포함해요. 애초에 Inclusive Design이란 개념이 영국에서 시작됐거든요. 그 분야의 학문적 계보를 잇는 학자인 닉 던 교수(랭카스터 대학)가 강연자로 옵니다. 또 도시 브랜드 전략과 관련해서 싱가포르 국립디자인센터 첸콴유 본부장도 옵니다.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에 보편성을 담는 이야기는 손주현 월트디즈니컴퍼니 이사가 해 줄 겁니다. 이밖에도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전문가들이 미래가치와 공존하는 사회를 위한 디자인에 대한 강의와 토론을 이끌어 나갈 예정입니다.

 

-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또 그것을 브랜드 이미지로 만드는 데 디자인이라는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사례를 들어볼 수 있겠네요.

▲ 저는 싱가포르에서 오신 분께 여쭤보고 싶어요. 전체 예산의 몇 퍼센트나 디자인 영역에 할애하는가 하고요. 대기업 같은 경우는 디자인에 어마어마한 비용을 쓰거든요. 그게 전체 예산의 몇 퍼센트일까를 생각해 보자는 거예요. 저희 협회에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도 해드리는데 그 때마다 디자인 예산에 대한 얘기가 나와요. 거의 대부분이 예산 책정조차 돼 있지 않아요. 디자인은 그냥 딸려 오는 서비스라고 생각하시는데, 그게 상품에 얼마나 큰 가치를 더해주는 일인지에 대해 모르세요. 그런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 시민들이 참여하는 부분은 없나요? 디자인은 전문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니까요.

▲ 그래서 준비한 것이 있죠. ‘디자인 콘서트’라는 공모전을 6년 전부터 했어요. 물론 올해도 합니다. 일반 시민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디자인 아이디어’를 공모해요. 이것이 어떻게 실체화 될 수 있는지 논리도 준비해서 스스로 프레젠테이션도 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게요. 이 사업은 협회가 순수 자비를 투자하는 것이에요. 상금도 협회에서 줍니다.

 

- 마지막 질문이자 개인적인 질문인데, 디자이너로서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으세요?

▲ 모든 프로젝트에 애정을 가지고 참여했기 때문에 특별히 하나를 꼽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오히려 협회와 관련된 이야기를 좀 더 해보고 싶네요. 저는 인천 토박이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 일을 계속하다가 2016년에 다시 고향인 인천으로 돌아왔어요. 돌아와서 보니까 20년 전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인천에서 디자인 산업은 여전히 열악하고, 업체들 간의 네트워크도 없고. 그래서 협회를 찾아갔더니 협회사가 19개밖에 없더라고요. 목소리를 키우려면 협회사를 늘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모았습니다. 현재 60개까지 됐어요.

큰 용역은 아직도 서울 업체에 맡기는 경향이 있어요. 인천에 디자인업체가 200개 정도 되는데, 1인사 등을 빼면 130개 정도 된다고 봐요. 그래서 협회사를 100개까지 확대해서 업체끼리의 협력을 강화하고 충분히 힘을 키우고 싶어요. 인천은 디자인 인프라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해요. 국제도시로서 공항, 항만, 산업단지를 갖추고 있잖아요. 거기에 디자인 문화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기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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