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르 드 푸코가 배운 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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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르 드 푸코가 배운 삶의 지혜
  • 최원영
  • 승인 2023.11.27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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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132화

 

《언어의 온도》를 쓴 이기주 님은 술자리에서 선배에게 힘든 삶을 토로하자 선배가 한 말을 책에 담았습니다.

“기주야, 인생 말이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어찌 보면 간단해. 산타클로스를 믿다가, 또는 믿지 않다가, 결국에는 본인이 산타할아버지가 되는 거야. 그게 인생이야.”

지난 방송에서 소개해드린 소설 《세 가지 질문》, 기억나시지요? 황혼 무렵 쓰디쓴 삶을 모두 경험한 톨스토이가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들려준 3가지 질문에 대한 답 역시도 산타할아버지로 살아가라는 것, 즉 사랑하며 살라는 것이었습니다.

시인 류시화 님이 엮은 시집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는 샤를르 드 푸코가 썼다고 알려진 ‘나는 배웠다’라는 시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삶을 관통하는 지혜가 엿보이는 참 좋은 글이었습니다. 이 시를 곰곰이 음미해보시면 행간의 의미 속에서 여러분의 삶을 되돌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에 달린 일.

나는 배웠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쏟아 다른 사람을 돌보아도

그들은 때로 보답도 반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임을.

나는 배웠다.

삶은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곁에 있는가에 달려있음을.

우리의 매력이라는 것은 15분을 넘지 못하고

그 다음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함을.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함을.

삶은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일어난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달린 것임을.

또 나는 배웠다.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낸다 해도

거기에는 언제나 양면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놓아야 함을 나는 배웠다.

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 시간이 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나는 배웠다.

두 사람이 서로 다툰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님을.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는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두 사람이 한 가지 사물을 바라보면서도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를 수 있음을.

나는 배웠다.

나에게도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타인에 대해 몰인정하고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음을.

내가 바라는 방식대로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 해서

내 전부를 다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나는 배웠다.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 하더라도 이 세상은

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것과

내가 믿는 것을 위해 내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

이 두 가지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나는 배웠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을.

 

그렇습니다. 결국 사랑이 삶이었습니다. 사랑 때문에 울었고 사랑 때문에 웃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준 사랑이 때로는 너에게 상처가 되기도 했고, 너에게서 온 사랑이 내 가슴에 멍 자국을 만들어놓기도 했습니다. 내가 잘못된 사랑을 했었다는 것을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습니다. 사랑하고 있을 때는 그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 몰랐지만, 사랑이 떠난 뒤가 되어서야 그렇게도 중요했던 돈과 권력과 명예가 아무 소용이 없는 돌덩어리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결국 배워야 할 것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방법이었습니다.

나와 너는 원래 하나였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다투고 미워했습니다. 원래가 하나였는데도 말입니다. 너를 미워하면 할수록 그 미움의 화살이 결국 나에게 꽂히고 말 텐데도 말입니다. 하나의 절반이었던 너를 미워하는 것이 나를 미워하는 것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이제 알고 싶습니다.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어떻게 사랑받아야 하는지를 말입니다. 그래야 너를 사랑하는 것이 너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안이 되어주고 힘이 되어줄 수 있을 테니까요.

시의 다음 구절이 막혀 있던 제 가슴속을 촉촉이 채워주고 있습니다.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

‘나는 배웠다. 삶은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곁에 있는가에 달려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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