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0클럽 성취한 한국, 왜 자살률 1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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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0클럽 성취한 한국, 왜 자살률 1위인가
  • 송정로 기자
  • 승인 2023.12.13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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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차 생명평화포럼 열려
김누리 교수, ‘거대위기의 시대 대한민국 대전환’ 주제로 발표

 

“한국은 2019년 3050클럽(국민소득 3만불, 인구 5천만명 이상)에 가입했습니다. 클럽 7개국 중 한국만 제국주의를 경영하지 않은 나라여서 ‘제3세계 희망의 등불’이란 소리도 들었습니다. 엄청난 성취입니다. 그런데, 자살률은 19년째 1위고, 출생률은 0.78로 최하위, 노인빈곤률 1위이자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입니다.“

‘거대위기의 시대 대한민국 대전환’을 주제로 한 제199차 생명평화포럼이 12일 오후 7시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 ‘여행인문학도서관 길위의꿈‘에서 열렸다. 김누리 중앙대 교수가 발표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거대위기의 시대에 4대 파국이 있다고 진단했다. △생태적 파국(생명의 위기) △정치적 파국(평화의 위기) △사회적 파국(생존의 위기) △교육적 파국(인성의 위기)이다.

그는 우리 세대가 최후의 인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자식, 손자들이 22세기에 살아갈 가능성 보다는 이번 세기가 마지막 생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과학적 이야기들을 설명했다. 근본적인 이유는 자본주의다. 생산의 본질은 자연의 가공·변형·파괴인데 생산이 100배 이상 높아진 지난 200년간 자본주의는 폭발적인 물적 성장을 이뤘다. 이에 자연 스스로의 복원 능력은 상실됐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고 했다. 지구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민주주의(정치) 위기 시대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군사독재(폭력의 지배)에서 자본독재로 이행했다. 지금은 기술관료의 지배(테크노크라시)다. 검사, 판사, 의사,.. 자격증이 지배한다. 민주주의는 분식, 포장이다. 32년간 군사정권(박정희~노태우)은 우리의 의식, 관행, 규범에 잔재를 남겨 우리 삶을 지배하는데, 아직 극복된 것이 없다. 자본독재의 유용한 수단은 물리력이 아니라 자기착취다. 자본은 국민의 언어, 의식을 지배하여 독재에 저항하지 못하게 하고 국민은 자기개발이란 이름 하에 스스로 착취당한다. 오히려 '모든 게 내 탓'이라는 죄의식을 심어 자살률이 높아진다. 김 교수는 이 대목에서 독일 사회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말을 인용해 ‘민주주의에 반하는 파시즘보다 민주주의 속에서의 파시즘이 더 위험하다’고 했다.

우리 민주주의는 정치민주주주의를 제외하고 사회민주주의, 경제민주주의, 문화민주주의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사회의 개별 조직, 기관, 단체, 직장, 학교 구성원들의 의사소통이 민주적이지 못하다. 독일 기업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구성이 노동자 50%, 주주 50%로 되있는데 우리는 한참 멀었다. 3% 지분을 갖고 있는 이재용을 삼성의 주인으로 인식하지 않는가. 권위주의로 대변하는 문화민주주의도 거의 극복된 적이 없다. 우리 자신이 민주화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한편으로 국제정치적 위기는 한반도 전쟁의 위기를 불러오는데,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과는 차원이 다르다. 4대 강국(또한 군사대국)이 둘러싼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은 독특하다. 평택, 괌, 오끼나와 등 한반도 일대는 지구의 무기고다. 사실, 북한 핵보다 더 위험한 것은 남한 주민의 전쟁 불감증이다. 남북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 때 외교원칙(문재인 독트린)을 천명하지 못하고 트럼프에 끌려다녔는데, 매우 잘못된 일이다.

우리나라는 사회성 없는 사회다(society without the social). 극단적 개인주의가 적당히 얽혀있는 정글 같다. ‘사회’라하면 그냥 불온시하거나 낙인찍기도 한다. 독일에서 소셜하지 않다는 것이 ‘인간 이하’라는 욕으로 여기는 것과 대비된다.

사실 우리는 그 전에 위대한 성취를 이룬 국민이다. 2019년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맞은 3050클럽 국가다. 지배자가 이룬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이룬 경제기적이다. 또한 제도적 민주주의를 이룬 나라로 세계 각국이 놀라기도 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좋은 사회를 만들어 살 수 있는 제도적(민주주의), 물적(3050클럽)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토대로 5천2백만 우리 국민 개개인이 존엄한 존재로,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은... 자살 1위국이다. 노인 자살은 그 5배다. 노인 빈곤율은 세계 1위로 44%~50%에 이른다. 유럽은 5%, 덴마크는 3%다. 우리가 3050클럽에 가입할 수 있었던 것은 근대국가로서는 유일하게 식민, 냉전, 분단, 전쟁, 독재를 다 거치며 살아온 지금의 70대 이상 노인들의 희생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폐지 줍는 노인들(빈곤율)을 방치하는 것은 파렴치한 일이다. 좌우, 진보보수 할 것 없다.

젊은 아이들도 자살률이 세계 최고다. 공부가 아닌 살인적 경쟁교육의 전쟁에 몰리고 있다. 공부 실력은 특권이 되어 집착하게 되고 강화된다. 19년째 의사 정원이 3,058명이다. 단 1명도 늘이지 못했고 그 결과 한국 의사가 가장 돈을 많이 번다. 노동자 평균 보다 독일의사는 2.5배, 한국의사는 6.8배 번다.(작년 통계) 그런데 20대 사망자의 56%가 자살자다.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이 좋은 사회가 되어야 함에도 대부분 통계 자료는 부정적이다. 왜 한국은 행복하지 않을까. 주요 원인은 분단에 의한 극단적 보수화, 우경화로 본다. 국민의 힘이 맨 오른쪽에 있다면 1발 자국 옆에 민주당이 있고, 3발 자국 옆에 심상정의 정의당, 또 3발 자국 옆에 독일의 가장 보수적인 메르켈 정부가 있다. 독일의 가장 보수적인 정당이 우리의 진보정당 보다 훨씬 진보적이다. 우리의 지형 자체가 우경화되어 있다는 점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사실, 우리가 어느 정당을 찍어도 거의 차이가 없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좋은 사회가 되지 못하는 또하나 중요한 사실로 김 교수는 '교실의 붕괴'를 지적했다. 한국에서 공부 잘하는 소위 엘리트는 미성숙하고 파렴치하다는 것이다. 우연이 아니다. 의사들이 벌이는 행태, 양승태 사법부의 엄청난 사법농단에 단 1명도 감옥 안보내는 행태, 김학의 처리하는 검찰의 행태, 일상적 룸살롱 접대받고 99만 9천원 때리는 행태를 보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어느 나라건 부패 정치인과 엘리트들은 있으나, 파렴치한 앨리트들이 지배하는 나라는 없다. 이것은 우리 교실에서 잘못하고 있는데서 나온 것이다. 공부만 좀 잘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교실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같은 거대위기에 자신의 대안으로 ‘자본주의를 넘어 라이피즘(Lifism)으로’를 제시했다. 라이피즘은 자본주의가 인간의 삶을 파괴하고, 인간의 생존을 파괴하며, 인간의 생명을 파괴하는 성격을 지녔음에 착안하여 인간을 소외시키는 사회를 와해시키며 자연을 파괴하는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사상과 행동이라 했다.

또 라이피스트(Lifist)를 인간소외에 맞서는 자율주의자(autonomist), 인간착취에 맞서는 사회주의자(socialist), 자연파괴에 맞서는 생태주의자(ecologist)로 규정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우리 모두가 라이피스트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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