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어회의 부드럽고 찰진, 단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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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어회의 부드럽고 찰진, 단맛
  • 유영필
  • 승인 2023.12.21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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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유영필 약사의 인천 맛집탐방]
(9) 주안사거리 삼원일식
주안사거리에 위치한 삼원일식

 

오래간만에 친구들과 모임을 갖게 되었다. 춘천에 사는 친구는 거의 2년만에 보는 것이라 마음이 설레었다. 필자가 아프기 전에는 자주 가던 곳이었는데 아픈 이후로는 거의 5년간 가보지 못하다가 이번에 예약을 하려니 약간은 쑥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주인 아주머니의 정겨운 목소리를 들으니까 너무도 반가웠고 나를 아직 기억해 주심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드디어 모임날! 나는 약속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서 주인 아주머니와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그 동안의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보니 어느덧 약속시간이 다되었다. 반가운 친구들이 하나 둘씩 오기 시작해서 예약된 자리에 앉아 아직 안 온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드디어 음식이 나오기시작했다.

 

개불
밑바찬들
킹크랩과 꽃게

 

밑반찬으로 개불, 해삼, 멍게, 전복과 낙지숙회가 나왔다. 곧이어 킹크랩이 나와서 다들 깜짝 놀랬다. 같이 나온 꽃게가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지금 나온 음식만으로도 소주안주로는 최고인 것 같았다. 개불의 꼬들거림, 해삼의 오독거리는 식감, 멍게의 향긋한 향, 낙지의 쫄깃한 식감, 킹크랩의 단맛이 나의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잠시 후 메인 디쉬, 도미와 농어의 선어회가 나왔다. 선어회라 그런지 씹는 맛이 입에 달라붙는 찰진 맛과 단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농어는 도미회의 고소함과 함께 씹을 때 살캉거리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사실 나는 불과 5~6년전만 하더라도 선어회보다는 활어회를 좋아했다. 활어회의 싱싱함과 입안에 퍼지는 생선 고유의 맛을 좋아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드러우면서 입안에 붙는 맛을 더 좋아하는게 세월 탓인가하는 생각을 하게되니까 약간은 서운한 감정도 들었다.

 

선어회, 도미와 농어

 

횟집에 오게되니 과거 친구와 대부도로 망둥이 낚시 갔던 일이 생각났다. 그날따라 둘이서 망둥이를 꽤 많이 잡아서 집에 가져가기에도 충분한 양이었다. 그때 친구가 갑자기 소주 한 병을 사오더니 자기가 망둥이를 썰어 줄테니 한잔 하라고했다. 자기는 운전 때문에 술은 안되니 망둥이회만 먹겠다고 하면서 커다란 망둥이를 고른 후 가지고 온 맥가이버칼로 쓱쓱 썰어내 놓으니까 보기에도 그럴듯한 회 한접시가 되었다.

지금의 그친구는 외국기업의 부사장이되어 있으니 나는 부사장님한테 회접대를 제대로 받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우쭐해진다. 회 한점을 초장에 찍은 후 소주 한잔하고 입에 쏙넣고 씹는 순간 “세상에나~~~~망둥이가 이런거였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나 맑고 시원한 맛이었던지 지금 생각해도 그맛이 너무도 맛있었다는 생각이 난다. 지금까지 먹어 본 회 중에서 그때의 망둥이 회맛이 나에게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맛이었다. 지금도 그 친구와는 거의 25년이나 흘렀는데도 그때 일을 또렷이 기억하고는 서로 대화를 하곤 한다.

 

새우튀김

 

나온 회가 거의 없어질 때 쯤 초밥이 나왔다. 광어로 덮혀진 초밥을 먹고나니 배가 부르기 시작했는데 곧이어 새우튀김이 한 가득 나왔다.

필자는 튀김을 먹기 전에 꼭 확인하는 게 있는데 그것은 색깔이다. 그 색이 밝고 선명한 노란색이어야 마음이 놓이고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어둡거나 진한 노란색이면 튀긴 기름의 상태가 안좋을 것이란 생각에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곤 한다. 하지만 이 집은 내 마음에 쏙드는 색깔이어서 주저없이 간장에 찍어 먹었는데 역시 튀김의 고소함과 바삭거리는 식감이 나의 입안을 즐겁게 해주었다. 그리고 은행구이 또한 그 쫀득함이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맑은탕

 

드디어 배부르게 먹었다고 기분이 흡족할 때 쯤 일하시는 아주머니께서 탕은 매운탕으로 드실건지 지리탕 (맑은탕)으로 드실건지 여쭤보셨다. 다들 서로 얼굴을 보며 “배가 부른데 어쩌지?”하는 표정으로 걱정할 때 내가 맑은 탕으로 달라고 했다. 당연히 밥은 안시켰다. 맑은 탕이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탕안에는 생선 서더리와 꽃게가 들어있어서 그런지 그 탕맛은 맑은탕의 시원한 맛에 꽃게의 감칠맛이 함께 느껴져서 나의 숟가락질을 멈추지 못하게 했다. 배불러서 먹을까 말까 고민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오히려 맑은탕을 더 달라고부탁드렸더니 흔쾌히 더 가져다 주셨다. 탕이 들어가는 배는 따로 있는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은행구이

 

모처럼 친구들과의 만남도 좋았고 그 모임을 빛나게 해주는 음식 또한 훌륭해서 이날은 나에게는 마음 속에서 행복감이 엄청 올라온 날이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삼원일식은 강산이 세 번넘게 변했는데도 그 30년 이상의 세월 동안 유지해 오고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주인 아주머니의 변함없는 마음씨와 넉넉함이 이 집을 유지케하는 원동력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 또한 훌륭해서 1인 3만원부터 시작되는데 우리는 4만원급 식사를 했다. 참고로 음식은 항상 똑같지는 않고 시절마다 밑반찬은 조금씩 달라지기도 했다. 좋은 사람들과의 좋은 식사를 원한다면 이곳 삼원일식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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