볏짚 가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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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짚 가마니
  • 이충하
  • 승인 2024.01.3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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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의 글마당]
이충하 /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소통의글쓰기 반

 

시민의 신문 <인천in>이 이달부터 인천노인종합문화화관과 함께 회원들의 글쓰기 작품(시, 수필, 칼럼)을 연재하는 <소통과 나눔의 글마당>을 신설합니다. 풍부한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고, 글쓰기 훈련을 통해 갈고 닦은 시니어들의 작품들을 통해 세대간 소통하며 삶의 지혜를 나눕니다.

 

 

 

볏짚 가마니

                                           - 이 충 하

 

아버지 새끼 꼬아 날줄을 삼고

어머니 볏짚 다듬어 씨줄 만들어

긴긴 겨울을 짰다

 

어머니 바늘대에 짚을 물려 가로지르면

아버지 바디질 힘껏 내리치셨다

호롱불 한들한들 흔들리는데

 

달그락, 달그락 금실도 좋아

밤새워 가마니 짜는 소리가

자장가 소리로 정겹게 들려왔다

 

바람 불고 눈 내리는 겨울밤이면

학자금 마련 걱정에 긴 밤새우며

고생하시던 어머니 아버지 곁에서

 

철없는 나는 짚단 위에 엎어져 잤다

가마니,

잊혀진 것들이 어찌 너뿐이랴마는

 

기억의 헛간에 쌓아둔 볏짚

그 볏짚으로 남루를 치던 시절

잊혀진 계절이 되돌아오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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