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연히 다른 이베리코 화덕 돼지고기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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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연히 다른 이베리코 화덕 돼지고기의 맛
  • 유영필
  • 승인 2024.02.21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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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유영필 약사의 인천 맛집탐방]
(11) 이베리코 화덕구이 전문 - 인성화덕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서 「성수약국」을 운영하는 유영필 약사의 맛집 탐방을 매월 연재합니다. 맛집 홍보가 아닌, 필자가 실제 오감으로 맛보고 현장에서 겪은 인상 깊었던 맛집을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써나갑니다.

 

 

최근에 새로 생겼지만 약간은 특이한 맛을 느끼고 온 집이 있어 소개한다. 주안역 북광장 쪽에 위치한 <인성화덕>이다.

지난 12월 어느 추운 토요일, 송년회를 겸한 동기회 모임에 참석하였다. 동창 모임은 늘 그렇듯 그 분위기가 시끌벅쩍에 와글와글!!! 특히 2024년은 고등학교 졸업한지 40년이 되는해라서 졸업 40주년 기념모임을 위한 준비모임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꽤 많은 동기들이 모인 자리였다. 50명 이상의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친구간 술을 권하면서 지난 회포를 푸는 모습을 보니 지난 5년간 참석을 못하다가 실로 오랜만에 참석을 하게 된 필자는 감회가 새로웠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안부 인사를 나누던 중 어느덧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밑반찬으로 무생채와 겉절이 김치, 양파 장아찌등과 막장, 소금, 멜젓(멸치젓)이 나오고 잠시 후 구운 통마늘과 얇게 썰은 단호박 그리고 방울토마토가 나왔다. 잘익은 고기를 함께 나온 야채들과 함께 먹으면 맛뿐만 아니라 소화도 잘되고 돼지고기의 느끼함도 없어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숯불이 나왔는데 여느 고깃집에서 보던 숯과는 조금은 달리보여 물어보았더니 커피나무로 만든 숯이라고 말해주었다.

기름이 떨어져도 불이 적게 올라오고 화력은 강해 육즙은 보전되고 숯향을 입혀 고기의 맛을 좋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고기 구울 때는 참나무 숯이 최고인 줄 알았던 필자로서는 처음 보는 숯불에 이젠 숯불도 수입하는가 보다 생각하니 기분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참숯과는 다른 맛을 준다고 하니 기대감이 생기긴 했다.

 

커피나무 숯불(좌), 화덕 내부

 

잠시 후 고기가 나왔다. 그런데 생고기가 아니고 어느 정도 익혀 나왔길래 어디서 구워나오는지 궁금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까 옆 자리에 있던 친구가 손으로 가리키며 저쪽에 있는 화덕에서 구워 나오는 거라고 알려주었다.

그 화덕을 보니 몇년 전 T.V에서 보았던 3초 삼겹살이 생각이 났다. 혹시 여기도 강한 화력으로 3초 안에 구워져 나오는 건 아닐까 하여 물어보았으나 450도의 온도에 2분 동안 굽고 뒤집어서 1분을 더 굽는다고 알려주었다. 이 집은 3초 삼겹살이 아니라 3분 삼겹살이구나 하면서 친구들과 웃었다.

3분 초벌구이로 나온 고기를 커피나무 숯불로 구워 먹는 방식이었다. 긴 쟁반에 올려진 초벌구이 고기는 부위별로 가지런히 나왔는데 꽃목살, 항정살, 갈비살, 삼겹살 등 4가지가 나왔다.

앞에 앉아있던 친구가 친절하게도 잘 구워진 목살을 내 접시에 올려놓으며 맛있게 먹으라고 말해주었다. 겉절이 김치에 막장을 찍은 목살과 마늘을 얹어 입에 넣으니 여느 돼지고깃 집과는 확연히 다른 맛이 느껴졌다. 씹히는 식감, 감칠맛과 풍미 등 모든 것이 훌륭했다.

 

단호박, 통마을, 방울토마토(좌), 밑반찬
화덕에서 나온 초벌구이

 

이곳의 돼지고기는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에서 생산된 돼지라는 뜻의 '이베리코'였다. 다른 품종에 비해 올리브유에 포함되어있는 올레인산이 많아 걸어 다니는 올리브나무라는 별명이 있다고 한다. 오메가-9 불포화 지방산으로 알려진 올레인산은 혈압강하, 콜레스테롤 저하, 항염작용등 효능이 있다고 한다.

메뉴판에 베요타라는 말이 적혀있어 찾아보았더니 이베리코를 사육기간과 방식, 먹이에 따라 최고등급인 베요타(bellota), 중간등급 인 세보 데 캄포(cebo de campo), 하위등급인 세보(cebo)로 나뉘는데 그중 이 집 고기는 최고등급인 베요타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육질이 상당히 부드러웠으며 그 풍미가 대단함을 느꼈다. 씹을 때 터져나오는 감칠맛에 감탄사가 안 나올 수가 없었다. 돼지고기 맛의 신세계였다. 어떤 이는 이베리코는 덜 익혀 먹는거 라고는 하는데 필자는 돼지고기는 완전히 익혀 먹어야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숯불에 오래 올려놓게 되었다.

삼겹살은 국내산이었다. 그 엮시 삼겹살 특유의 고소함이 입안에 맴돌 때, 잘 구워진 약간의 단호박과 구운 통마늘 한쪽을 입에 넣었다. 그러니 입안에 있던 삼겹살 특유의 고소함에 단호박의 단맛과 통마늘의 매운맛이 사라진, 부드러운 구수함이 섞여 기름진 맛을 씻어 내는 느낌을 받았다.

항정살은 마블링이 많은 부위인데도 육질은 꼬들꼬들한 느낌을 주는 맛이었다. 앞서 나온 멜젓(멸치젓)에 찍어 먹으니 약간의 느끼함이 멜젓의 짭쪼름한 비릿함에 섞여 묘한 고소함으로 승화되는 느낌이었다.

어느 정도 배가 찼을 때 깔끔한 김치찌개에 밥 한그릇을 먹으니 배가 가득 찼다. 곁들여 먹은 계란찜은 별미였다. 다른 테이블에는 이중 그릇에 나온 음식이 있어 뚜껑을 열어봤더니 2층에는 야채만두 1층에는 비지찌개가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비지찌개는 콩의 고소함이 그동안 먹은 고기의 기름기를 깨끗이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비지찌개 이 세 종류 찌개 중 나는 비지찌개가 더 맛있었다. 비지의 고소함과 김치의 시큼함이 어우러진 맛은 비지찌개를 이 집의 대표 음식으로 해도 될 듯했다. 물론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도 맛있었으나 비지찌개가 오랜만에 맛본 찌개이기에 반가운 마음에 조금 더 점수를 준 것일 뿐이다.

 

김치찌게와 야채만두
숯불에 구워 완성된 고기(좌), 비지찌게

 

이 집의 주인은 도예가 선생님이기도 하다. 지금 <인성화덕> 자리는 인성도예원 자리였는데, 1층 일부에 인성화덕이 자리잡고 2층에는 지금도 인성도예원이 운영되고 있다. 도자기를 굽던 노하우를 이용해 고기굽는 화덕을 만들어 맛있는 돼지고기구이를 만들어낸 걸 보면서 60이 다 된 지금도 생각이 열려있다는 생각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시간을 쪼개 초·중·고교에서 도예 강의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이 집은 여느 집과는 다른 돼지고기 맛을 느끼게 해주는 집이다. 굽는 방법부터 밑반찬의 구성, 돼지고기의 차별화 등 다른 고깃집과는 분명한 차이를 느끼게 했다. 특히 불의 역할과 중요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참고로 남은 숯불의 열기에 소시지를 구워먹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부담없는 가격으로 온 가족이 특색있는 식사를 하기에 너무도 최적화되어 있는 집이었다. 고기 외에도 합리적 가격의 다양한 먹거리가 있어 누구나 즐거운 식사를 가능케하는 집이기에 강력히 권해본다.

 

'인성화덕' 화덕 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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